유현준·마리아 포로 등 국내외 전문가 참여…K-디자인 성장 가능성 논의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소비자의 취향이 상품 선택을 넘어 새로운 브랜드와 시장을 만들고 있다. 올해 서울디자인위크는 이런 변화를 전시장 안에 가두지 않고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에서 보여준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중심으로 성수·연희 등 창작 현장을 연결하고, 79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부터 기업과 협업한 청년 디자이너, 국내외 디자인 전문가까지 한자리에 모은다. 디자인이 개인의 취향에서 출발해 브랜드와 산업으로 성장하고, 서울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오는 14일부터 25일까지 12일간 DDP를 중심으로 서울 주요 지역을 연계한 ‘2026 서울디자인위크’를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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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도 DDP디자인페어 전경 [사진=서울시청 제공] |
올해 주제는 ‘디자인 레시피(The Design Recipe)’다. DDP에서 디자인페어와 전시, 컨퍼런스, 마켓을 운영하는 동시에 프로그램 범위를 서울 곳곳의 디자인 공간과 창작 현장으로 넓힌다.
가장 큰 변화는 행사 공간이다. 기존 DDP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동대문·연희·성수·서촌·압구정 등 5개 권역의 150개 디자인·문화·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서울 디자인 로드’로 연결한다. 시민이 직접 도시를 이동하며 디자인 공간과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디자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확인한 것도 행사 확대의 배경이 됐다. 서울디자인위크는 지난해 무신사 29CM와 협력해 DDP디자인페어에 변화를 시도했고 약 3만명의 유료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 올해는 DDP에 집중됐던 콘텐츠를 서울 각 지역의 브랜드와 창작공간으로 확장한다.
DDP 디자인페어에서는 최근 소비시장의 변화를 ‘취향’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79개가 참여하며 상품 종류별로 전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생활방식에 따라 공간을 구성한다. ‘세심한 살림꾼’, ‘고요한 몽상가’, ‘유쾌한 동반자’, ‘다정한 미식가’ 등으로 관람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나눠 상품과 브랜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무엇을 파느냐보다 ‘누가 어떤 삶을 원하는가’를 먼저 살피는 최근 브랜드 전략을 전시에 적용한 셈이다. 소비자의 세분화된 취향이 실제 상품과 브랜드, 시장으로 연결되는 흐름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젊은 디자이너와 기업을 잇는 실험도 진행된다. 서울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홍익대학교·경희대학교 등 대학생 디자이너 20개 팀, 100여 명이 현대자동차·옥스팜·굽네·적십자·다비치안경 등과 수행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공개한다.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과제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의 실제 문제 해결과 공간·제품·브랜드 디자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예비 디자이너와 산업의 접점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서울디자인위크 컨퍼런스에서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해외에서는 K-디자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다룬다.
첫날 주제는 ‘새로운 영감의 원천, 서울’이다. 유현준 홍익대학교 도시건축학부 교수와 이지현 서울시 특보, 박소희 희녹 대표, 김병기 프릳츠컴퍼니 대표, 박재현 서울모닝커피클럽 대표 등이 참여한다. 서울에서 만들어지고 성장한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 사례를 통해 도시와 브랜드의 관계를 짚는다.
둘째 날에는 글로벌 디자인 시장으로 시선을 넓힌다. 마리아 포로 살로네 델 모빌레 회장과 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안나 바바라 POLI.design 학장을 비롯해 파리·홍콩·런던 디자인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서울이 스스로 K-디자인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디자인 현장의 시각에서 경쟁력과 향후 방향을 살펴보는 자리라는 점이 주목된다.
DDP에서는 완성된 디자인 제품뿐 아니라 아이디어가 창작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과정도 전시한다.
‘디자이너 스케일업’, ‘콜렉티브 서울’, ‘잇에일리언스: 낯선 이탈리아’, ‘스튜디오 실천’ 등을 통해 디자이너의 성장 과정과 동시대 디자인 흐름, 국내외 교류를 소개한다.
스페인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 ‘폰도’의 전시에서는 식재료가 음식과 새로운 경험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다룬다. ‘서울 디자인산업 스펙트럼’에서는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의 지원을 받은 기업과 디자이너 사례를 통해 디자인이 실제 산업과 일상으로 연결되는 과정도 보여준다.
DDP 디자인마켓에서는 라이프스타일과 빈티지, 공예, 패션, 주얼리, 식음료(F&B)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만날 수 있다.
DDP 밖에서는 지역별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성수에서는 ‘서울다움(Seoulness)’을 통해 서울의 공간과 일상을 재해석한 작품과 브랜드 콘텐츠를 선보인다. 연희에서는 ‘디자인 오픈스튜디오’를 열어 디자인 스튜디오와 건축사무소, 전시공간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창작 현장을 시민에게 개방한다.
올해 서울디자인위크의 변화는 결국 디자인을 ‘보는 것’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브랜드와 공간을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DDP를 중심으로 열리던 행사가 5개 권역 150개 스팟으로 넓어지면서 서울의 창작 생태계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디자인은 사람들의 취향과 생활방식을 읽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드는 힘”이라며 “올해 서울디자인위크는 서울 곳곳의 창작 현장을 연결해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산업으로 성장하고, 서울의 브랜드와 K-디자인이 세계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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