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대전센터 화재로 드러난 운영 중단 위험…설계 단계부터 예방체계 구축 필요
준공 전 안전진단·정기 화재예방 컨설팅 강화…국제 기준 활용한 시설 안전성 확보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과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데이터센터가 경제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설을 넘어 금융거래와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생산·물류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기반시설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이 개별 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구조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서버와 반도체, 전력설비, 냉각장치, 건설 등 연관 산업의 수요를 창출한다. 특히 AI 기술의 고도화로 고성능 연산과 대용량 데이터 처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 공급망 확충과 냉각기술,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투자도 중요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충은 디지털 산업의 성장과 함께 전력·건설·설비 산업의 투자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의 경제적 중요성이 커질수록 화재와 운영 중단에 따른 손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가 금융·통신·행정 서비스의 장애로 이어질 경우 피해는 해당 사업자의 복구비용이나 영업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업무 차질과 거래 지연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화재예방 투자를 단순한 시설 유지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사업 연속성을 확보하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한 필수 투자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 |
| ▲ 한국화재보험협회 방재컨설팅팀 김용권 팀장 |
◇ 디지털 사회 핵심 기반시설, 데이터센터 안전 중요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장비를 집적해 데이터를 저장·처리·전송하는 시설이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전력공급시설과 냉각설비, 통신설비, 방재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일반 건축물과 달리 24시간 중단 없는 운영이 요구되며 대용량 전력설비와 무정전전원장치(UPS), 비상발전기, 냉각설비 등이 복합적으로 설치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설비는 안정적인 정보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이지만 전기적 발화 위험과 화재 발생 시 피해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화재로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해당 시설의 물리적 피해를 넘어 입주기업과 이용자,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거래와 통신, 의료, 교통, 행정 등 주요 서비스가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시설의 안전성은 경제활동의 연속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따라서 데이터센터의 화재안전은 개별 건축물의 안전관리 차원을 넘어 디지털 서비스의 연속성과 국가 주요 기반시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 국내외 화재사고가 보여준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위험
국내외에서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는 일부 설비의 이상이 대규모 서비스 장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10월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지하 배터리실에서 시작돼 카카오와 네이버 등 주요 서비스에 장애를 초래했다. 정부 조사에서는 배터리실과 일부 전력설비의 공간적 분리 문제, 화재 진압 과정에서의 전력 차단, 서비스 복구체계의 한계 등이 확인됐다. 카카오 일부 서비스의 장애는 최대 127시간 이상 지속됐다.
2025년 9월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에서 무정전전원장치용 배터리 이전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해 정부 행정정보시스템에 대규모 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장애 대상 시스템은 647개에 달했다.
이 사고는 평상시 설비 운영뿐 아니라 배터리 교체와 이전 등 유지보수 작업에서도 체계적인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2021년 3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OVHcloud 데이터센터 화재로 SBG2 데이터센터가 대부분 소실되고 인접 시설까지 피해가 발생했다. 다수 고객의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일부 고객은 데이터 손실도 겪었다.
이들 사고는 발화 원인과 피해 확대 과정이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화재 피해가 발생 구역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전력설비의 배치와 방화구획, 설비 간 연계, 비상전원 운영 및 재해복구체계 등이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국제 데이터센터 전문기관인 업타임 인스티튜트(Uptime Institute)의 'Annual Outage Analysis 2026'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의 57%는 최근 경험한 주요 운영 중단 사고로 10만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약 20%는 손실 규모가 100만달러를 초과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무정전전원장치와 전력전환장치, 발전기 등 전력계통의 문제가 주요 운영 중단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는 화재사고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데이터센터의 전력설비 안전과 운영 연속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데이터센터의 화재 위험을 평가할 때는 발화 가능성뿐 아니라 사고 발생 이후 전력공급 중단과 서비스 장애가 어느 범위까지 확산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준공 이후 시설 개선의 구조적·경제적 한계
데이터센터의 화재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은 안전관리의 개입 시점이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도 건축·소방·전기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설계와 인허가, 검사 및 점검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정 절차와 별개로 데이터센터의 특수한 위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독립적인 설계도면 검토나 준공 전 위험진단이 모든 시설에서 일률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설계 단계에서 배터리실과 전기실의 배치, 방화구획의 적정성, 주요 전력계통의 독립성, 소방시설의 작동 신뢰성 및 화재 발생 시 서비스 연속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면 준공 이후 시설 개선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에서 무정전전원장치실과 배터리실을 분리하거나 방화구획을 재구성하려면 장비 이전과 배선 변경, 전력공급 중단 등이 수반될 수 있다.
운영 중인 서버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시설을 개보수해야 하므로 공사비 증가뿐 아니라 서비스 중단에 따른 추가 비용과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설계 단계에서 위험요소를 사전에 발굴해 개선한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준공 전에는 설계 의도에 따라 방재시설이 시공됐는지 확인하고 주요 설비의 연동 기능과 비상운전 시나리오를 검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데이터센터의 화재예방 투자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향후 시설 개선비와 영업 중단 손실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데이터센터를 신축하거나 일반 건축물을 데이터센터로 용도변경할 때는 법정 인허가 절차와 연계해 전문기관의 설계도면 검토 및 준공 전 안전진단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설계·시공·운영 전 과정에 걸친 화재예방 컨설팅 필요
데이터센터의 실질적인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안전관리체계를 설계와 준공, 운영의 세 단계로 구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설계 단계에서는 화재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예방 중심의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건축물의 방화구획과 무정전전원장치 및 배터리실의 배치, 전기·기계설비의 안전성, 화재감지 및 소화설비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배터리의 종류와 설치 환경에 따른 위험특성을 반영하고 전력계통의 공통원인 고장 가능성과 화재로 인한 주요 설비의 동시 기능상실 위험을 분석해야 한다.
둘째, 준공 전에는 설치된 방재시설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
설계도서와 실제 시공상태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소화설비, 방화구획, 비상전원 및 자동제어설비 등이 비상상황에서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개별 소방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뿐 아니라 화재감지부터 경보와 소화, 공조제어, 전력차단 및 비상대응에 이르는 전체 시스템의 연계성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운영 단계에서는 정기적인 화재위험진단과 소방시설 신뢰성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정보처리 용량 증가와 설비 증설, 전력계통 변경, 장비 교체 등에 따라 위험요소가 지속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최초 준공 당시의 안전성만으로 장기간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기적인 위험진단을 통해 전기설비의 과열과 배터리 열화, 방화구획 훼손, 소방시설의 관리상태 및 유지보수 작업 위험 등을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소방시설의 구성과 기능을 분석하는 신뢰성 평가, 주요 사고 시나리오에 따른 피해 영향 분석, 비상조치계획의 검토 및 훈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수행하는 화재위험진단과 설계도면 검토, 준공 전 진단, 위험성 평가 및 공정안전관리 컨설팅 등의 전문기술을 데이터센터의 특성에 맞게 연계한다면 시설의 위험요소를 조기에 발굴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국제 기준 활용한 데이터센터 맞춤형 안전관리체계 구축
데이터센터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법령 준수와 함께 국제적인 화재예방 기술기준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방화협회(NFPA)의 NFPA 75는 정보기술장비와 관련 공간을 화재와 연기, 열 및 물에 의한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
또한 FM의 재산손실방지 기술자료인 'Property Loss Prevention Data Sheet 5-32'와 한국화재보험협회(KPFA)의 'KFS 1280 데이터센터 방화기준'은 데이터센터와 핵심설비의 위험요소를 분석하고 재산손실 예방을 위한 기술적 권고사항을 제공한다.
이러한 기준은 데이터센터의 위험특성을 고려한 방화구획과 설비 배치, 소방시설 및 주요 장비 보호대책 등을 검토하는 데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확산에 따라 서버의 고집적화와 전력수요 증가, 새로운 냉각기술의 도입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성능 서버의 집적도가 높아지면 단위 공간의 전력 사용량과 발열량이 증가하고 냉각설비의 중요성도 커진다. 새로운 설비와 운영 방식이 화재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안전관리기준을 고도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관계 법령에 따른 최소 안전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데이터센터의 중요도와 운영 특성을 고려한 위험 기반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제 기준을 활용한 위험진단과 시설 개선은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자율적인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화재에 따른 재산손실과 서비스 중단 가능성을 줄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 사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에 투자해야 할 때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건축물과 설비의 손실뿐 아니라 기업의 영업 중단, 국민의 일상생활 불편, 주요 정보서비스의 장애 등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금융거래와 통신, 행정서비스 등 주요 경제활동이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시설의 안정성은 개별 사업자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경제적 손실과 연결된다.
따라서 데이터센터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정책과 투자는 사고 발생 이후의 복구능력 강화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화재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발생하더라도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설계 단계부터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의 신축 및 용도변경 시 전문적인 설계도면 검토와 준공 전 안전진단을 활성화하고 운영 중인 시설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화재예방 컨설팅과 소방시설 신뢰성 평가를 실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러한 예방활동의 결과가 실제 시설 개선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자의 자율적인 안전관리 참여를 촉진하고 위험수준에 따른 개선 우선순위 설정과 체계적인 이행관리를 지원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화재안전은 사고가 발생한 뒤 복구하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설계 단계에서 위험을 줄이고 준공 전에 성능을 검증하며 운영 중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는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디지털 경제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과정이라면 화재예방 투자는 그 성장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사고 이후의 복구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사업 연속성과 주요 산업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설계 단계부터 예방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안전관리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방재컨설팅팀 김용권 팀장
*본 칼럼의 내용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