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우량채권 분산투자로 변동성 대응…ETF 활용도 대안
신용·미수·레버리지 투자 경계…최소 1~2년 투자 관점 필요
이토록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코스피는 역사에 남을 만한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초 4000포인트대에서 출발해 여름에는 9358포인트까지 올랐다가 불과 한 달 만에 5000포인트대로 내려앉았다.
긴 호흡으로 투자한 사람과 올해 봄·여름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가 체감하는 수익률과 투자 심리는 크게 다를 것이다. 이제 개인투자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인지가 아니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어떻게 투자 원칙을 지킬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올해 5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지며 시장 참여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6~7월 국내 증시는 다른 주요국 증시보다 큰 변동성을 보였고, 고점 대비 약 45% 하락하는 급격한 조정을 겪었다.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한 투자자들에게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확대가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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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종균 KB증권 마곡지점 부지점장 |
8~9월에는 변동성이 다소 진정되면서 국내 증시도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성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관련 반도체 수요 확대의 수혜를 받으며 과거와 다른 수준의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변화는 AI 기술 발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 구축과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오픈AI와 메타, 앤스로픽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AI 경쟁에 뛰어들면서 반도체 공급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과거 반도체 산업은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AI 관련 수요 확대와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일부 반도체 기업의 가격 협상력과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2016~2018년 반도체 호황기와 구분해 살펴볼 부분이다.
물론 AI 슈퍼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AI 투자가 둔화하면 관련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주가 상승을 확신하기보다 AI 투자 확대가 실제 수요와 이익으로 얼마나 지속해서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기기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AI 인프라 투자와 연관된 산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AI 산업의 성장은 반도체 수요에만 그치지 않고 전력 공급과 데이터센터 설비, 관련 부품 산업으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금리 환경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현재 주요국 국채금리는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높은 금리는 예금과 채권 투자자에게 이자수익을 얻을 기회가 되지만, 자금을 빌리는 기업과 정부에는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지속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변수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금리 부담까지 높아진다면 투자 효율성과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의 재정건전성 우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재정 여건이 취약한 국가부터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우려가 곧바로 금융위기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가 무시해서도 안 되는 위험 요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에서 개인투자자는 어떤 기업을 선택해야 할까.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실적의 안정성과 성장성이다.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높은 금리 부담을 넘어설 만큼 이익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주가가 많이 올랐거나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주식과 함께 우량채권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식의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국채와 신용도가 높은 회사채를 통해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자산을 함께 보유하는 일종의 바벨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만기가 정해진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발행자가 약정대로 원리금을 지급한다는 전제에서 정해진 이자와 원금 상환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시장금리가 하락할 경우에는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만기 전 매도 시에는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발생할 수 있고, 회사채는 발행자의 신용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주식과 채권의 비중은 투자자의 재무 상황과 위험 감내 수준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번 정한 비중을 계속 유지하기보다 분기 또는 반기 단위로 점검하고 필요할 때 리밸런싱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개별 기업을 선택하기 어렵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가운데 어느 기업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여러 반도체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ETF는 개별 종목 선택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가별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업종별 ETF도 마찬가지다. 채권에 투자하고 싶지만 개별 채권을 선택하기 어렵다면 채권형 ETF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ETF 역시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포트폴리오는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을 맞히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최소 1~2년 정도의 투자 사이클을 고려하면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남은 기간에는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과 11월 3일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 전후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과거 사례를 제공한다.
과거 미국 중간선거 이후 S&P500지수가 선거 이전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인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통계가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 결과 자체보다 이후 정책 변화와 기업 실적, 금리 흐름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야 한다.
앞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비해 앞으로의 투자 난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기업 실적이 좋다고 해서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시장은 아니다. 대형 우량주의 주가가 정체된 사이 일부 소형주가 단기간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 종목을 팔고 급등한 종목을 뒤쫓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단기 수익률에 흔들려 매매를 반복하면 처음 세웠던 투자 원칙이 무너지기 쉽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다면 개별 종목 직접투자보다 분산투자가 가능한 간접투자 상품을 먼저 검토할 것을 권한다. 자신의 재무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감당할 수 있는 투자금액과 투자기간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신용거래와 미수거래, 대출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다. 주가가 하락했을 때 자기자금으로 투자한 사람은 회복을 기다릴 여지가 있지만, 빌린 돈으로 투자한 사람은 반대매매 등으로 원하지 않는 시점에 보유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두 종목에 투자금을 집중하는 이른바 '몰빵 투자'도 위험하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전체 자산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기 때문이다. 처음 한두 번의 투자에서 큰 수익을 얻었다고 해서 같은 방식이 계속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정치테마주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부 종목은 시가총액이 작고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기업의 실적이나 본질적인 가치와 관계없이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다.
투자에서 모든 선택을 맞힐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일부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전체 자산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일이다. 서로 다른 자산과 업종에 분산 투자하면 특정 종목의 부진이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 투자자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 원칙이다. 좋은 기업을 선택하고, 자산을 분산하며, 투자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기본적인 전략이 오히려 중요해지는 시기다.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시장을 따라 움직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재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 비중과 기간을 정해 꾸준히 관리한다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흔들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단기적인 시장 예측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며 원칙을 지키는 능력이다.
/문종균 KB증권 마곡지점 부지점장
*본 칼럼의 내용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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