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 is more, 적을수록 풍요롭다 북토크’
이같은 행사의 간판이 멀리 보였다. 2022년 9월 2일 늦은 저녁 7시30분, 강동구의 에이스문고에서 기후환경에 대한 책 ‘적을수록 풍요롭다’ 강연이 시작되었다.
강연을 하는 송파기후행동 이승희 국장은 법대를 나와 지역의 사회운동가로 송파기후행동의 출범부터 현재까지 환경운동과 관련해서는 모든 잡무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강연을 마친 그를 만나 우리나라 환경의 현주소와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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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적을수록 풍요롭다'는 주제의 북토크에서 환경이 생존의 문제라고 설명하는 이승희 국장. |
― 환경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가요?
▲ “산업혁명 이전 대비 겨우 1도 상승을 돌파했다. 현재 경로대로 간다면 우리는 금세기 말까지 4도 상승하는 길을 따르게 된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창비, 35면)
이 책에서 보다시피 지구는 현재 열이 나고 아픈 상황인데 아무도 치료하려 들지 않으면 곧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수준인가요?
▲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2천 달러에 달하는 고소득 국가입니다. 그리스, 러시아, 스페인 등 대부분 유럽국가들보다 높은데요. 한 해에 1인당 물질 사용이 28톤이 넘는데, 이는 영국보다 30퍼센트 많으며, 지속 가능한 한계를 네 배 초과한 양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위험스럽게도 높은 수준이어서 소비 기반으로 계산할 때, 영국보다 20퍼센트 많고 프랑스보다는 거의 두 배나 많습니다. 만약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한국 수준으로 소비하고 오염을 배출한다면 생태계는 붕괴할 것입니다.
― 그렇군요. 환경오염에 한국이 상당한 책임이 있군요. 그래선지 올한해 날씨가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합니다.
▲ 2022년은 독일 뮌헨재보험이 8월 28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 세계가 자연재해로 입은 손실은 650억 달러(약 89조 원)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40년 간 북극의 온도 상승이 지구 평균의 4배라고 핀란드 연구진이 밝힌 바도 있고요. 제주는 99년 만의 폭염을 경험하고 서울은 115년 만의 폭우를 경험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를 ‘지구에서 7월의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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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희 국장이 플라스틱 배출을 위해 시민들이 먼저 친환경제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나무로 만든 칫솔 등 주변의 친환경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
― 우리나라 정부도 환경에 대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 않나요?
▲ 2008년에 녹색성장을 위한 국가계획을 시행했는데, 투자를 활용하여 국민총생산(GDP)을 키우면서 동시에 생태적 영향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겠다는 아이디어였는데 근사하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모두 지켜보았지만 실망스러웠고 한국의 자원 사용과 배출은 지난 10년간 20퍼센트씩 늘어났습니다.
성장을 확대했지만 녹색의 반대방향이었습니다. 녹색성장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재생에너지를 늘려왔지만 이런 향상을 의미없게 만들 정도로 성장이 일어났고 배출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10년 후엔 심지어 쓰레기가 갈 곳도 없습니다.
―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결국 정부보다는 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이군요.
▲ 그레타 툰베리(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는 ‘네이처 나우(Nature Now·영국 환경운동가 조지 몬비오와 툰베리가 기후행동을 촉구한 2019년 단편영화)’에서 기후위기비상사태를 선언하였고 결국 나무를 지켜야 하는 우리의 의무를 역설하였습니다.
GDP 성장이 사회 진보일 것 같지만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심화시키는 양상을 속도화할 뿐입니다. GDP는 필요한 공급에 대한 가치 측정이 아니고 그저 가격으로 상정된 상품 생산을 측정한 지표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생산하고 어떻게 분배되는지, 이 모든 생산 역량이 사람들의 핵심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긴요하게 쓰이고 있는지, 이렇게 생산력이 큰데도 인구의 15퍼센트는 절대 빈곤선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직접 기후행동 조례를 만드는데 참여하고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바로잡아야 할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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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스문고 심야책방 참여자들이 9월 24일 열릴 예정인 '기후정의행진' 포스터를 들고 '기후재난, 이대로는 살 수 없다'를 함께 외치고 있다. |
― 양질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 괜찮고 저렴한 주택의 공급, 적절한 수준의 임금 등 무조건 성장보다 대중교통, 재생에너지, 저렴한 공공주택 등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개인전용기, 호화주택,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소고기 등을 대신하게 해야한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 못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 우리는 기후 붕괴를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그린뉴딜 정책을 실시하여 10년 안에 전세계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 전까지 제로로 만들어야 합니다.
더 많은 산꼭대기가 잘리고 나무가 불태워져 그 자리에 소가 먹을 것을 경작하고 있고 우리는 그 소를 먹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할까요? 자동차, 배, 건물이 증가할수록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 모든 것은 쓰레기를 더 많이 만들어 시골에 매립지를 증가시키고 강에 독성물질을 증가시킵니다. 바다에 플라스틱이 늘어나며 해양 산성화를 가속시킵니다.
모든 가전제품이 부품을 7년만 남겨두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우리는 좀 더 제품의 수명을 길게 쓰기 위해 7년 이상 부품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눈만 뜨면 광고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에서 우리가 자유로울 권리를 환경권에서 우리는 찾아야 합니다. 또한 사유지 증가보다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을 늘리고 아끼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 기후재난, 정말 이대로 살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기존에 해오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 북극의 빙하는 40년 간 49%가 사라졌습니다 지금의 초등학생이 50대가 되면 북·남극의 빙하는 모두 녹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려면 그것을 해줄 노예가 필요합니다. 즉 인간의 욕망은 이와 같이 이면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동물을 보지만 동물은 곧 인류를 보는 것입니다. 생태적으로 본다는 시점은 생명을 그와 같이 다루는 것입니다. 나무들은 소통하고 공유하며 종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무를 지켜야 합니다. 확장에 사로잡힌 문명 앞에서 우리는 미래의 어느 쪽으로도 향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경제라는 것을 지배와 추출의 관계로 만들지 호혜와 돌봄의 관계로 만들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메가경제=글·사진 박정인 객원기자·단국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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