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레이다] 미래 금융산업의 성장 어디서 찾아야 하나

칼럼 / 송현섭 / 2024-03-21 14:08:54
대체시장 찾는 노력과 함께 국제통화 원화시대 준비해야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금융권이 올해 주총시즌을 맞아 주주환원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최근 핫이슈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생금융 집행실적이 1조원이 넘어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H-지수 ELS 손실배상 문제도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이 나온 뒤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특히 정부에서 저PBR 문제와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자사주의 매입·소각에 법인세 혜택을 준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오랜만에 국내증시도 활성화되고 있다. 물론 당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조짐이라는 것은 시장의 반응에서 느껴진다.
 

▲서울시내 전경 자료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한 뚜렷한 비전과 제도적 뒷받침, 전망 등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참 아쉽다. 통상 금융산업은 크게 은행·보험·증권 등 3개 부분으로 나뉘는데 금융시장에서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맡고 있다.

은행업만 놓고 보면 IT 인프라 면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장기간 경기침체로 부실채권이 늘고 정체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OO페이’ 열풍을 거쳐 비대면 거래와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자리를 잡으며 은행에도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수십년 영업점 위주의 영업방식이 비대면 모바일 거래로까지 넘어가면서 과거 은행 지점망의 위상이나 역할이 많이 축소된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일부는 남겨놓는다고 하더라도 영업점 운영비용을 고려하면 비효율적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금리 인상기에 두드러졌던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 성장세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물론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불패신화가 계속돼온 국내경제 상황에서 은행들의 대출행태는 시장수요에 맞는 당연한 면이 있으나 부동산경기에 의존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이끌고 해외 IT 전시회를 참관해 미래 금융산업의 혁신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것은 이 같은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는 디지털 전환과 AI, 인터넷·모바일 뱅킹으로 진화보다는 시장의 확대를 생각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금융 수요가 거의 전무한 게이머들의 세상인 메타버스 투자가 결국 실패로 끝나가는 것을 고려할 때 금융권은 인프라와 노하우를 경쟁력으로 삼아 성장하는 해외시장을 노릴 필요가 있다. 이는 보험·카드사들이 동남아를 위주로 현지 직접투자에 나서는 것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창업주가 인도를 차세대 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인 진출의욕을 보이는 것도 시사하는 바 크다. 국내시장에서 충분히 성장해 규모의 경제 달성은 물론 막강한 국제 경쟁력까지 갖춘 대형 은행이 국내시장에만 집착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 유럽여행에서 일반은행 업무를 본 사람이라면 국내 뱅킹 인프라와 서비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신속한 거래를 원하지 않는 선진국 현지인들의 느긋함만 보기에 앞서 해외 현지에서 틈새 금융시장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편리하고 정확하고 신속한 금융거래를 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은행이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대체시장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 원화의 경쟁력은 아직 미국 달러·일본 엔·유로·영국 파운드는 물론 중국 위안화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통화를 준비하는 시스템은 아예 갖춰지지 않았는데 정부의 금융·외환 정책이 여전히 폐쇄적이고 낡은 사고에 젖어 있다는 점이 원인인 것 같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은행이 언제까지 국내 아파트 담보대출만 해야 할 것인지, 세계 금융시장에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지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거대한 경제 규모에 맞는 국제통화로 원화의 위상을 조성해 국내 금융산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대체시장을 새로운 근거지로 삼으려는 금융권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국제통화 원화의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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