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속 빛난 안종선, 미래발판 마련한 서정호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고 있다. 조현범 회장의 리더십 아래 한국타이어는 4년 만에 재계 30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성공의 뒤에는 조 회장이 직접 발탁한 ‘쓴소리’‘쓴맛’ 인재들의 활약이 숨어있다. [편집자 주]
①한국타이어 불황속 역대급 실적...‘말’보다 ‘능력’
②경영 전략·재무 요직에 ‘단맛’아닌 ‘쓴맛’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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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사진=한국타이어] |
‘리더’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조 회장은 2017년 한국타이어 대표가 된 후 형제들과의 경영권 분쟁, 사법리스크 등으로 대표이사 퇴진과 복귀를 반복하면서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시간을 보냈다.
조 회장은 총수에 취임하기 이전부터 한국타이어의 사업구조를 내수 중심에서 벗어나 글로벌로 이끌 3가지 큰 그림을 갖고 있었다. 이를 위한 타이어 부문 인재로는 일찌감치 이수일 한국타이어 부회장으로 낙점한 듯 하다.
혁신을 위한 또 다른 과제는 고성능 프리미엄 AGM 배터리 비중 확대와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 등 자동차 이차배터리(납축전지)의 사업혁신이었다.
이를 위해 눈여겨본 인물이 삼성전자, 맥킨지, 두산인프라코어(COO)에서 실적을 쌓은 안종선 한국타이어 공동 대표 사장이다. 안 대표는 한국앤컴퍼니가 배터리 제조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합병하는 시점에 맞춰 지주사 대표에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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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종선 한국타이어 공동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국타이어] |
당시 조 회장을 둘러싼 주변 여건은 최악이었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의 납축전지 사업 부문 계열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실적 부진으로 정적과 주주들의 질타를 받았고,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구속 기소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로 사면초가 신세였다. 당연히 경영권 분쟁에서도 승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안 대표는 영입과 동시에 이수일 부회장(당시 한국타이어 대표)와 함께 구속된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납품전지 사업 실적을 개선시켜야 하는 책임을 맡았다. 이 부회장은 이보다 앞선 2019년 조 회장이 구속됐을 때 단독 경영을 맡아 총수 부재 문제에 대처하면서 ‘신의’와 ‘능력’을 입증했다.
안 대표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두산인프라코어 시절 불호령 속에서도 조목조목 쓴소리 다하면서 뜻을 관철하는 인물이었다. 위기시 발휘되는 과감한 실행력도 장점이다.
그래서 한국앤컴퍼니는 보도자료를 통해 안 대표를 ‘위기대응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이 호칭에는 당시 조 회장의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의 ‘쓴맛’ 인사는 정확했다. 안 대표는 2021년 4월부터 경영총괄 사장으로서 한국앤컴퍼니의 신사업을 안정화시키는데 주안점을 두면서도, 조 회장 부재에도 그의 친정체제 강화에 힘을 보탰다. 안 대표는 ‘한국 AGM’ 배터리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배터리 상품군을 프리미엄(AGM)과 보급형가성비(MF) 제품으로 이원화시켰고, 2024년 1~3분기 누적 매출은 1조935억원으로 조 회장의 지주체제 첫해(2021년, 7123억원)보다 53.5% 성장시켰다.
미국 이차전지 매출도 121.4% 증가했다. 이에 조 회장은 2023년 3월 안 대표를 자신과 같은 각자 대표로 선임하면서 확고한 신뢰를 보냈다.
조 회장의 미래 청사진을 위한 숨은 복심은 또 한명 있다. 바로 서정호 한온시스템 유럽비즈니스그룹 부사장이다.
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신기술 개발을 하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 돈도 돈이지만, 개발에 적게는 10년 많게는 100년이상 걸리는 기술도 문제이다.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방법이 바로 그 기술을 갖춘 기업을 사들이는 인수합병(M&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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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호 한온시스템 유럽비즈니스그룹 부사장 [사진=한국타이어] |
서 부사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이를 위한 인수합병도 그의 책임이다. 서 부사장은 한국앤컴퍼니 전 미래전략실장 시절인 2021년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캐나다 기업 프리사이슬리를 인수하는데 주역을 담당했다. 프리사이슬리는 글로벌 IT 기업과 통신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이다. 광학 MEMS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라이다(LiDAR), 자율주행솔루션, 5G광통신 네트워크를 비롯해 의료영상장비, 메타버스, 항공우주 정보통신용 부품으로 활용된다.
한국타이어는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라이다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미래차 부품 양산의 길을 텄다.
특히 서 부사장은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열관리 부문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으로 조회장이 10년간 공들여온 기업이다.
또한 조 회장은 ‘종합자동차부품사로서의 한국타이어’를 청사진으로 그리고 있다. 서 부사장의 활약으로 배터리, 타이어에 한정됐던 그룹의 사업 영역은 히트펌프, 에어컨, 레인쿨링(PTC) , 압축기 등 신차용 부품으로 전반으로 확대됐다. 그룹 자산총액도 26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조현범 회장은 경영 전략 등 핵심 요직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쓴맛’을 감수할 수 있는 인물들을 배치했다. 이같은 그의 소신 있는 인사가 회사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이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 회장은 현업 시절부터 그룹의 밑그림을 그리고 준비하면서, 인재 영입과 신사업 부문은 직접 챙겨왔다”며 “이를 위해 인재를 직접 만나 대화하며 오래 지켜보면서 신중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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