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배터리 기술도 국가 안보"…LG엔솔 전 직원 실형에 산업계 '보안 경영' 전면 재편 강조

에너지·화학 / 박제성 기자 / 2026-02-27 15:21:33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징역 3년…글로벌 공급망 전쟁 속 '인력 리스크' 현실화
기술보호 투자 급부상…접근권한·퇴직자 관리까지 전면적 관리 필요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글로벌 배터리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사법부가 실형을 선고하면서 국내 첨단 산업 전반에 강력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기차 시장 성장과 맞물려 이차전지가 반도체와 함께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내부 인력에 의한 기술 유출 피해가 발생하자 기업의 기술보호 체계와 인력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챗GPT4]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는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LG에너지솔루션 전 직원 A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해 외부에 제공하고 이를 영리 목적으로 활용한 행위에 대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기업 내부의 일탈 행위를 넘어 첨단 전략 산업의 기술 보호를 둘러싼 구조적 리스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기술은 주요 국가가 보조금과 규제를 동원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유출이 곧 산업 경쟁력 약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의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 중국의 내수 중심 공급망 전략이 맞물린 상황에서 기술 우위는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는 해석이다.

 

A씨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재직 중 회사의 이차전지 관련 기술 자료를 무단 촬영한 뒤 외부 자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유료 자문 형태로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영업비밀 유출은 24건, 불법 촬영은 16건에 달한다. 유출 자료에는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사안의 중대성을 키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9월 내부 제보를 통해 관련 정황을 포착한 뒤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10월 A씨를 해고하고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했다.

 

업계에서는 내부 신고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해 조기 적발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하면서도 사전 예방 중심의 보안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회사가 임직원의 영리 목적 외부 자문을 금지하자 타인의 주민등록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자문 활동을 이어간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재판부는 이를 조직적인 보안 회피 행위로 간주했다.

 

피고인이 자료가 이미 공개됐거나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 기준에 따라 비밀로 관리돼 왔고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축적한 기술을 무단 취득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며 “감시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차명 자문까지 활용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20년간 장기 근무하며 회사 발전에 기여한 점과 유출 정보가 단기간 내 기술 경쟁력을 직접 붕괴시킬 수준은 아니었던 점은 양형(처벌 수위)에 일부 반영됐다.

 

◆ 보안이 곧 배터리 패권…'기술보호 경영' 대전환 신호탄

 

업계는 이번 판결을 ‘기술보호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작 공장을 설립해 북미·유럽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등 수십조 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핵심 공정과 소재, 설계 데이터는 곧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로 관리되며, 해외 이전 시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전략 자산에 속한다.

 

실제로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 등 핵심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전극 설계 ▲전해액 조성 ▲공정 조건 ▲수율 개선 노하우 등 축적형 기술 비중이 높아 한 번 유출될 경우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를 갖는다.

 

특히 글로벌 인력 이동이 활발한 산업 특성상 내부 보안 통제 실패는 LG에너지솔루션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 SK온 등 산업 생태계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 전반에서 재점검해야 할 과제로는 ▲핵심 기술 접근 권한의 초세분화 ▲외부 자문 및 겸직 활동 실시간 모니터링 ▲디지털 자료 반출 통제 시스템 고도화 ▲퇴직자 대상 보안 점검 및 전직 제한 관리 ▲글로벌 법인 간 데이터 이동 통제 등이 거론된다.

 

이는 단순한 보안 규정 강화 수준을 넘어 ‘보안 경영’을 기업의 핵심 투자 영역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과제는 인재 확보 경쟁과 기술 보호 사이의 균형이다.

 

배터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핵심 인력의 이동이 빈번해지고 글로벌 기업 간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이동 제한은 인재 확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통제가 느슨해질 경우 기술 유출 위험이 커지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와 같은 국가 전략산업에서는 기술이 곧 시장 점유율이자 기업 가치”라며 “이번 판결은 단순한 형사 사건을 넘어 기술보호 투자와 보안 중심 경영 체계를 구축하라는 사법부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법원 판결과 관련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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