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이동훈 기자] 기업 사냥꾼들은 현실에서 더 악랄하게 우리 사회를 파괴한다. 타인(*사채업자)의 돈을 빌려 소액주주 선동, 거짓 정보 등 온갖 술수로 상장사를 인수한 후, 고금리 이자를 갚기 위해 건전한 회사 자산을 팔거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사들여 이익을 챙긴다. 분식회계와 공시의무 위반 등 불공정 거래가 이어지다 결국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고 결국 투자자들은 물론 직원들까지 구렁텅이에 빠진다.
이러한 현실을 잘 반영한 걸작 영화로 '월스트리트'가 꼽힌다. 최근 국내에서는 메리츠증권이 부정적 이슈가 끊이지 않는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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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월스트리트'의 후속편인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 포스트. [자료=네이버 영화] |
◆ 영화 속 기업사냥꾼을 현실로 만나다
1987년 영화 ‘월스트리트’(감독 올리버스톤)는 욕망과 야망으로 가득한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무자비한 기업사냥꾼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 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타인의 회사를 인수하여 가치를 끌어올린 후 해체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영화 속 기업사냥꾼들은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칼 아이칸이 대표적이다. 그는 ‘기업사냥꾼’으로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지난 2006년 2월에는 우리나라 기업인 KT&G를 먹잇감으로 삼았다. 공개매수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했고,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켰다. 끝내 물러갔지만 이 과정에서 약 1500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도 최근 조직폭력배가 기업사냥꾼, 사채업자와 손잡고 멀쩡한 벤처기업을 '깡통'으로 전락시키고 개미투자자들에게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힌 금융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일부 재벌가 자제 및 친인척들은 소액주주들을 홀리기 위해 이름을 빌려주는 명목으로 고액의 이권을 챙기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일부 소액주주들이 기업사냥꾼의 진영에 자발 참여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기업 사냥은 시작된다. 결국 적대적 M&A는 정상적인 경영진을 내쫓거나 보호하려는 주주들 간의 지분 싸움으로 요약되기 때문이다.
영화 ‘월스트리트’는 이 같은 금융시장에서의 주식과 펀드 투기꾼들의 생리를 잘 보여 주면서 기업이란 종업원들의 고용안정을 통한 삶의 터전이 되어야 함은 물론, 사회에 대한 공헌, 이익의 공정 분배, 법질서의 유지가 중요한 덕목임을 강조한다.
검찰들도 이를 잘 알기에 우선 기업사냥꾼 조직의 돈줄을 말리기 위해 자금원 추적에 나선다. 그러나 자금 지원 노릇을 하는 ‘사채업자’들을 처단하기는 쉽지 않다. 사채업자가 범행을 알고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어 기소는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법으로는 “어디에다 쓰려고 돈을 빌려가는지 몰랐다”고 버티면 마땅히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 메리츠증권, 기업사냥꾼들의 '검은 거래'에 악용됐나
최근 메리츠증권은 무자본 M&A와 주가조작, 횡령·배임 등 부정적 이슈가 끊이지 않는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이화그룹, KH그룹, 에디슨모터스 등 기업들의 수장의 구속 직전 주식매도, 주식 거래 정지되거나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는 상황 속에서도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을 더욱 부채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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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검찰은 메리츠증권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
이 밖에도 세원이앤씨, 휴센텍, 얍엑스, 비케이탑스, 노블엠앤비, 금호전기, 에이치앤비디자인, 장원테크, 세종메디칼 등에 대한 메리츠증권의 투자도 의혹의 연장선에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투자한 CB와 BW 발행사 중 대주주의 횡령이나 부실 등으로 주권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모두 18곳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메리츠증권의 투자액은 7800억원 규모였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을 압수수색했지만, 결국 의혹으로 끝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메리츠증권 측은 기업사냥꾼 자금줄 의혹에 대한 메가경제의 질의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영화 ‘월스트리트’에는 등장하는 한 늙은 증권 딜러는 “세금과 죽음 말고는 확실한 게 아무 것도 없어. 지름길이란 없지. 룰을 무시한 브로커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네”라며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0년 올리버스톤 감독은 고든 게코가 오랜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온 이후의 이야기를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에 담았다.
이를 통해 감독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 공정한 규칙을 철저히 지키고, 어긴 사람은 엄격하게 처벌을 받을 때, 경제적 자유를 수호하는 진정한 자본주의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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