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적 전수 PCR 검사 폐지‧경증자 재택치료 가능·지역간 이동시 PCR 불필요
서방전문가, 급격한 규제완화에 “올겨울 위험하다” 우려…100만명 최악 시나리오도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온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지 3년여 만에 마침내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으로 해석되는 방역 완화조치를 내놨다.
중국 국무원 방역 메커니즘(이하 국무원)은 7일 상시적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사실상 폐지하고 코로나19 무증상 또는 경증 감염자의 재택치료를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10가지 ‘방역 추가 최적화 조치에 대한 통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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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하이 방역요원들이 6일(현지시간) 시내 훙차오 전철역에 도착한 승객들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상하이 AFP=연합뉴스] |
이번 조치는 지난달 25∼27일 중국 내 곳곳에서 고강도 방역 통제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가 일어난 지 10여일 만에 나왔다. 중국 국무원은 이번 통지에서 “행정 구역을 기준으로 한 전원 PCR 검사를 하지 않고, PCR 검사 범위를 더욱 좁히고 빈도를 줄일 것”이라며 “방역 작업의 필요에 따라 항원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감염자를 저인망식으로 걸러내기 위해 특정 도시나 구 주민 전체에 대해 1∼3일에 한 번씩 상시로 받도록 했던 PCR 검사가 사실상 폐지된 것이다.
통지는 또 “고위험 직종 종사자 및 고위험 지역 종사자에 대해 관련 규정에 따라 PCR 검사를 실시하고, 그외 사람은 원하는 경우 검사를 받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 국무원은 양로원, 복지원(장애인·고아 등이 생활하는 사회보호시설), 의료기관, 보육기관, 초·중·고교 등 특별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PCR 음성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으며, 건강 코드 검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중요한 기관, 대기업 및 일부 특정 장소는 자체적으로 방역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단위별 재량을 부여했다.
이외에도 통지에서는 “지역 간 이동자에 대해 PCR 검사 음성 증명서 및 건강 코드 검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했고, “자가 격리 조건을 갖춘 무증상 감염자와 경증 환자는 일반적으로 자가 격리를 채택하며 원하는 경우 격리 치료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민의 기본적 의약품 구매 수요를 보장하도록 각 지역의 약국은 정상적인 운영을 해야 하고, 임의로 영업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했다.
재택치료를 허용함에 따라 해열제와 기침약, 감기약, 항바이러스제 등 비처방 약품의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구매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봉쇄가 적용되는 ‘위험 구역’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나눠 거주하는 동과 층, 가구 단위로 고위험 지역을 지정하고, 한 아파트 단지 이상의 범위로 봉쇄 구역을 임의 확대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위드 코로나'인 방역 완화 10개 조치를 발표하자 중국인들은 "방역의 출구가 열렸다"며 반겼다.
국무원 발표 직후 웨이보 등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 10개 조치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홀로 외길을 걷던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조류에 합류했다”거나 “3년간의 고난이 마침내 끝났다. 더는 우왕좌왕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서방언론들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난 민심에 급격히 전환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올겨울 대유행의 고통의 시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온 관변 언론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이날 웨이보에 글을 올려 “중국이 코로나19의 어두운 안개 속에서 벗어나는 결정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며 “방역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11일 발표한) 방역 최적화 20개 조치보다 더 단호하고 광범위하며, 미래 지향적인 조치"라며 "진실하고, 실용적이며 국가의 강력한 능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지방정부는 내년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고향에서 지내라며 권하고 나서 호응을 얻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는 코로나 제로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성난 민심에 결국 봉쇄 완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날 중국 당국은 처음으로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증상을 가진 코로나19 환자들이 병원이나 중앙 격리 시설이 아닌 집에서 격리될 수 있다고 발표했고, 많은 도시의 공공 장소는 더 이상 음성 코로나 검사를 확인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겨울 대유행(winter wave)’으로 100만명이 사망할 위험이 있다고 모델분석은 보여주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방역규제를 급히 완화하면 겨울 대유행에 보건 체계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아시아 거시경제 컨설팅업체인 ‘위그램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모델 분석 결과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철폐하면 중국의 의료시스템을 빠르게 압박할 수 있는 ‘겨울 대유행’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모델 분석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가 지금처럼 제로코로나 정책을 계속 철회하는 시나리오 하에서 일일 사망자는 내년 3월 중순에는 2만 명에 이르고 3월 말에는 중증환자가 중환자실 수용인원의 10배인 하루 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겨울 대유행’은 세계 최대 연간 인류이동인 중국 춘절 연휴(설 연휴)가 ‘슈퍼 전파 이벤트(super spreader event)’가 돼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CNN 방송도 이날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중국에서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은 그간 봉쇄에 좌절하던 대중에게 안도감을 주고있지만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는 또 다른 현실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국 내 노인 계층의 백신 접종률이 낮고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할 만한 집중 치료 시설이 부족할뿐더러 비축해둔 백신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우세종인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가 이뤄지면서 14억 인구에 달하는 중국 내 취약 계층과 백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병상 부족 등 심각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의 시 첸 부교수는 이번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이 민심의 불만으로 촉발돼 가속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은 다가오는 위기(loomin crisis)이다 – 시기가 정말 나쁘다…중국은 이제 겨울 동안 많은 조치들을 완화해야 한다, 그런데 그건 계획되지 않은 대책이다"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실제 2020년 기준 중국의 80세 이상 인구는 3600만 명인데 현재 이들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76.6%, 3차 접종률은 40%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지금까지 자국산 백신만을 승인하며 자국민이 화이자나 모더나 등 외국 제약업체가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접종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시노팜, 시노백 백신 등 중국이 자체 개발한 불활성화 백신은 mRNA 백신보다 효과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외신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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