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눌해지거나 냄새 잘 못 맏으면 파킨슨병 의심해봐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4월 11일은 파킨슨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한 신경퇴행성 뇌 질환으로, 도파민을 분비하는 뉴런 중 중뇌에 존재하는 흑색질 부분의 신경세포 소실로 운동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메가경제는 의료 전문가들의 조언을 취합해 파킨슨병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파킨슨병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특발성 파킨슨병이라고도 불린다. 주로 60세 이상에서 발병하며 나이를 먹어갈수록 발생 빈도가 높고, 70대 이상 인구 중 약 2%가 파킨슨병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가 주요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며 환경적 요인, 독성 물질, 유전적 요인,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비정상적인 단백질 처리 기능 이상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장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분류된다"며 "전체 환자의 약 80%가 70대 이상의 노년층으로 이는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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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달라 경희의료원 신경과 교수가 파킨슨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경희의료원]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14년 8만4333명에서 2023년 12만5526명으로 지난 10년간 약 1.5배나 증가했다. 202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환자는 11만6723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93%를 차지하며,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7만1055명으로 남성 환자보다 다소 많다.
초기에는 건망증, 수면 장애, 배뇨 장애 등 노인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인해 지나치기 쉽다. 갑자기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발음이 불분명해 말이 어눌해지는 현상, 글씨를 쓸 때 글자 크기가 작아지고, 걸을 때 팔을 흔들지 않거나 다리를 끄는 느낌이 들 때,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침을 자주 흘린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가만히 있을 때는 손과 발의 떨림 증상이 심하다가 움직일 때는 떨림이 완화되거나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파킨슨병의 가장 뚜렷한 증상은 행동 느려짐(서동), 떨림, 뻣뻣함(경직), 중심잡기 어려움(자세불안정), 보행장애 등이다. 다만, 이러한 운동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심한 잠꼬대, 변비, 우울증 등 비운동 증상이 선행될 수 있으며, 이는 조기진단의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유달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환자마다 나타나는 증상과 발생 시기, 진행 양상은 다르지만, 주로 가만히 있을 때 한쪽이 다른 쪽보다 먼저 또는 심하게 손발이 떨리거나 몸이 굳고 행동이 느려지는 특징을 보인다"며 "대부분 서서히 여러 가지 증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증상이 불편하지 않더라도 전문 의료진의 진찰을 통해 진단 및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내장 기관을 움직이는 신경세포 손실로 인해 배뇨장애, 수면 장애, 불안, 우울, 무력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온도와 기압, 습도의 변화에 따라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으며, 비타민D가 감소하는 겨울에는 도파민 생성이 줄어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은 "파킨슨병은 병증이 서서히 진행되고, 초기 증상이 다양하고 광범위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질환"이라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에 국내 환자 수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손실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되살리는 치료 방법은 없다. 현재 약물 치료가 일반적인 치료로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약물을 사용해 떨림, 서동, 근육 경직 등의 증상을 완화시킨다. 특히 발병 초기에 도파민계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면 손 떨림 증상도 사라지고 보행이 자연스러워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파킨슨병 환자는 관절 수축으로 팔다리가 굳거나 꼬일 수 있으며, 약물 치료 과정에서 근육통,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치료를 통해 굳은 관절과 근육을 풀고 자세 교정, 보행 훈련, 호흡 훈련과 발음 장애 개선을 위한 언어 재활도 필요하다.
한 동작을 10~15초간 유지하는 정적 스트레칭과 걷기, 조깅,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근력 운동으로 팔다리를 강화하며, 균형 감각이나 민첩성을 기르는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이마 찌푸리기, 볼 부풀리기 등 얼굴 근육 운동도 꾸준히 하면 안면 근육 마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선우문경 분당제생병원 주임과장은 "파킨슨병은 뇌자기공명영상(MRI)과 뇌 도파민 운반체 양전자 단층촬영(FP-CIT PET)결과와 신경학적 변화를 신경과 전문의가 보고 판단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파킨슨병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는 적절한 약물치료이고 운동치료와 병행이 필요하다. 근육통과 허리통증이 흔하기 대문에 물리치료를 함께 진행하여 굳어진 근육과 관절을 풀고 운동량을 증가시켜 증상을 조절해야 한다. 수영, 걷기 운동, 체조 등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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