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질산암모늄 다량 방치..."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같은 대형참사 시간문제"

국제 / 이승선 / 2020-08-10 11:59:57

[메가경제= 이승선 기자] "항구 폭발은 43m 깊이의 구덩이 한 개를 남겼다." AFP통신이 전한 레바논의 한 보안 관리의 말이다. 

 

지난 4일 오후 지중해에 위치한 국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은 깊이가 40m를 넘는 흡사 분화구같은 구덩이를 남겼고, 이 대폭발로 6천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폭발의 충격은 순식간에 도시를 삼켰고 전 세계에 공포를 안겼다.

 

그런데 이같은 대형 폭발 참사가 머지않아 다른 나라에서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9(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보도 내용이다. 

 

 

▲ 지난 4일 대폭발이 발생한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 폭발 충격으로 커다란 분화구가 생겼다. [사진= AFP연합뉴스]

 

 

레바논 베이루트 참사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질산암모늄이 전 세계 각지에 안전하지 않은 상태로 쌓여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소방연구업체 '파이어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의 비토 바브라스카스 회장은 전 세계에 질산암모늄이 안전하지 않게 보관된 장소가 수만 곳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바브라스카스 회장은 "베이루트 참사와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크게 우려했다.   

 

레바논 당국은 지난 4일 참사는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6년 동안 보관된 질산암모늄 약 2750t이 폭발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폭발로 최소 15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실종됐으며 부상자는 6천명이 넘는다.

 

▲ 지난 5일 베이루트 대폭발 현장에서 구조되는 생존자. [베이루트= AP/연합뉴스]


주로 질소 비료로 쓰이는 질산암모늄은 실온에서 흰색 고체로 존재하는 화학물질이다.

 

대부분 환경에서 안정 상태를 유지한다. 제조 비용이 낮아 질소 비료로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고온 및 밀폐 용기에 놓이거나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해 폭약 원료로도 활용된다.

 

베이루트 참사 후 호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재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뉴캐슬에 있는 질산암모늄 생산공장에 이 물질이 최대 12t이나 저장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폭발하면 뉴캐슬 지역 전체를 흔적도 없이 지울 수 있는 물량이라고 현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도 환경단체들은 보르도 인근에 자리한 비료 회사 야라의 공장이 폭발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공장은 질산암모늄을 2t까지 저장할 수 있다.

 

내전 중인 예멘 남부 아덴항에도 질산암모늄 4900t이 컨테이너 130개에 나뉘어 3년간 방치됐다는 보도들이 전날 나왔다.

 

 

▲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뉴캐슬에 있는 비료회사 야라의 질산암모늄 생산공장. [사진= EPA/연합뉴스]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에 인도 정부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 인도 당국은 항구를 대상으로 위험물 긴급 점검을 한 결과 남부 첸나이 항구에서 최소 5년간 보관돼온 질산암모늄 약 700t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인도 당국은 우려를 없애기 위해 곧바로 이를 매각하기 위한 경매 작업에 들어갔다. 

 

질산암모늄 폭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2013년 미국 텍사스주 '웨스트 비료공장'서 질산암모늄 약 30t이 폭발해 15명이 사망하고 160명이 다쳤다.

 

바브라스카스 회장은 "지난 100년간 질산암모늄 폭발 사건이 70회나 있었다""모두 화재와 보관 결함이 초래했다"며 폭발을 예방하기 위해 질산암모늄을 가연성 시설에 보관하지 말고, 보관 장소에 다른 물질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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