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인터뷰] 들꽃청소년세상 김현수 이사장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들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파워인터뷰 / 박정인 객원 / 2022-07-28 11:41:35

“청소년들이 행복하면 세상이 밝아진다”는 신념으로 28년을 한결같이 학교밖 청소년을 위해 헌신해온 분이 있다. 바로 ‘들꽃청소년세상’의 김현수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여러 가지 연유로 학교의 틀에 머물지 못하는 청소년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과 함께 하며 그들이 주체적인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도와왔다.

들꽃청소년세상의 활동에는 언제나 청소년들이 중심에 있었다. 학교밖 청소년들이 보호의 대상을 넘어 자신들이 꿈꾸고 희망하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지지하고 지원했다.
 

▲ '들꽃청소년세상'의 김현수 이사장은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들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28년을 한결같이 학교밖 청소년을 위해 헌신해왔다.

지난 22일, 송파문고 심야책방에는 ‘거리 아이들의 아버지’로 살아온 김현수 이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서 ‘들꽃피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강연 때문이었다.

강연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들꽃 꽃다발로 김 이사장을 환영했다. 강연 후 그를 만나 들꽃청소년세상과 진정한 나눔의 이야기를 들었다.

― 이사장님 자기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 강원도에서 태어났고 1968년 황골마을을 떠나 서울에 와서 무궁화 중학교를 나왔고 안산노동교회 목사를 시작했습니다. 1994년부터는 학교밖 청소년들 8명을 품기 시작하여 28년간 1000명이 넘는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교회를 학교밖 청소년에게 기꺼이 내주셨는데 1994년 여름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1994년 여름, 거름 썪는 냄새가 가득 코를 찔렀고 여덟 명의 아이들이 엉켜 자고 있었지요. 학교밖 청소년들의 실체를 맞닥뜨린 순간이었어요.

 

 

▲ 들꽃청소년세상은 오늘도 '청소년이 행복하면 세상이 밝아집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널리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수 이사장, 박정인 교수, 조순실 공동대표, 윤재민 실장.

― 1994년부터 들꽃을 운영해 오셨고, 2004년 3월 27일 안산시 와동에 들꽃피는 학교를 만드셨는데요. 학교밖 청소년들과 지내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셨나요.


▲ 약물 문제이지요. 도둑질, 거짓말, 갈취, 성폭행, 문제행동 대응 등의 문제보다 가스와 본드 등 약물은 여린 영혼들을 녹아내리게 했습니다. 공동대표 아내가 약물 남용을 말리려다가 팔을 물리고 칼로 위협받기도 했습니다.

― 그 외에 난처한 일들도 많았을텐데요.


▲ 지역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가장 난감했어요. 어떤 이웃은 감당도 못할 것을 왜 하냐며 그만 두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했지요. 또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을 지원해주고 싶은데 좋은 선생님을 연결해주는 부분들도 쉽지 않았고요. 들꽃피는 학교 건축 당시 지역사회의 반대가 심했어요.

― 그래도 좋은 이웃이 더 많았다고 책에는 쓰셨는데요.


▲ 맞습니다. 고교 인근 분식집 아주머니는 그런 친구들에게 조건없이 음식을 주기도 하셨고 교회 3층 사시던 아주머니는 빨래를 말없이 해주셨습니다. 예수사랑교회 소리샘 찬양선교단은 아이들과 연극 포청천을 만들어 심리적 지지를 해주셨습니다.

― 그 누구보다 가족분들의 희생이 컸을 것 같은데요.


▲ 공동대표이자 아내(조순실 여사)는 부부로서 저와 함께 사역을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가족들, 예를 들어 연로하신 어머니와 딸들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거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을 겁니다. 집을 내어주고 부모를 내어준 셈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딸은 좋은 교사를 만나 심리적 지지를 받고 부모님을 이해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매우 고맙지요.
 

▲ 지난 22일 송파문고 심야책방에서 열린 저자 강연회 후 참석자들과 함께 한 김현수 이사장. 들꽃을 들고 있는 사람이 김 이사장이다.

―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것은 어떤 의미이고 들꽃청소년세상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실현하고 계신지요.


▲ 성인들이 결정해 주기만 하고 청소년들은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 사실 이것은 청소년이 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제대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확률이 큽니다. 즉, 청소년 복지의 문제는 청소년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성인들이 지원해줘야 합니다. 이것이 가정과 학교에서 그들을 주체로 인정한다는 것이지요.

― 청소년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있는지요.


▲ 그 중 한 방법이 2000년 여름방학에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리 땅 밟기 프로젝트 도보여행입니다. 전국 곳곳의 도보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함께 걷는 세상의 특별한 경험을 해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 아마도 이사장님이 가장 잘 돌볼 것이라고 생각해 하나님께서 청소년들을 그렇게 보내셨나 봅니다. 강연 중 두 개의 동심원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특별한 나눔의 철학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 동심원 바깥 부분에 실패와 버림당함, 죽음이 있다면, 동심원 안에는 치열한 경쟁이라는 원이 하나 있고, 자신의 약함을 보고 서로를 치유하는 공동체임을 인정하는 또 다른 원이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들은 사회에 공존할 수 있는데요. 동심원을 중심으로 어디에 포함될 것인지는 결국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요.

―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먼저 가져야할 마음가짐이 있을지요.


▲ 진정한 나눔은 바로 자신의 상처를 만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누군가를 동정하는 것과는 다르죠. 나눔이라는 사회적 행위에 앞서 자기 내면의 불쌍하고 연약한 자신을 먼저 만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진정성 있는 나눔의 철학이 있다면 누구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인터뷰 후기] 김현수 이사장은 2016년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아내 조순실 공동대표와 수상한 바 있다. ‘그렇게 많은 학교밖 청소년들을 어떻게 다 품어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청소년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와 해결방법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같은 아낌없는 헌신으로 현재 들꽃공동체는 안산을 넘어서서 서울, 군산, 네팔, 탄자니아, 몽골까지 네트워크를 펼치고 있고, 청소년들 간에 카스트제도와 여성인권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등 세상을 보는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민주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 들꽃청소년세상은 8월 1일 오후 7시30분 성북구민여성회관 대강당에서 청소년을 위한 콘서트 '뭉클, 들꽃'을 연다.

김현수·조순실 들꽃청소년세상 공동대표가 28년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담대하게 탄생시킨 덕분이다.

들꽃청소년세상은 오는 1일에는 성북구민여성회관 대강당에서 뭉클(대표 송하영)과 청소년들을 위한 콘서트를 연다.

[메가경제=박정인 객원기자·단국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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