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브랜드 타운화' 조합원들에게 차가운 반응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올 하반기 서울 재개발 최대어인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수주전을 벌일 전망이다. 업계와 조합 일부에서는 삼성물산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다급해진 현대건설이 쫓기는 양상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정비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내달 중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현장설명회를 거쳐 내년 1월경 선정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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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남 4구역 투시도. [사진=서울시] |
한남4구역은 한강조망이 가능한 신동아아파트를 포함하고 있고 전체 2331세대 중 일반분양 세대가 800여 세대에 이를 정도여서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사업성이 가장 높다고 꼽히는 곳이다.
삼성물산은 '하이엔드의 차별화'를 현대건설은 '브랜드의 타운화' 전략을 앞세워 조합원들의 마음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브랜드파워 1위 주거브랜드 '래미안'을 통해 한남4구역을 주변 단지와는 차별화된 거점 랜드마크로 재탄생 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을 위해 유명 해외 설계사에 특화설계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한남4구역 수주 심의 후 전사역량을 총 동원, 최고의 사업제안서를 준비하는 등 수주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2021년 수주한 한남3구역(6006가구)과 맞닿은 한남4구역을 8000여 세대 규모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통합 타운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현대건설의 이 같은 구상은 대규모 브랜드타운 조성은 조합원보다는 시공사에게 유리한 전략으로 알려져 있어 조합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정비 업계 한 관계자는 “타운화는 결국 공사비를 낮추고, 건설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방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에 대한 조합 내 여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한남3구역에서 현대백화점 유치 약속 백지화,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수수료 공제 등 이슈로 현대건설에 대한 구역 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수주전 과정에서는 현대건설이 입찰지침이 시공사에 유리하게 완화되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의계약을 노린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남4구역의 조합 한 관계자는 "한남3구역에 이어 한남4구역까지 현대건설에 맡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조합원들 사이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조합원들은 경쟁 업체간 세게 맞붙는 것을 지켜보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업계와 조합 일부에서는 삼성물산이 뒷심을 발휘할 경우 분위기가 급격히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마음먹고 나서면 결국 (타 업체는) 못 당한다"는 얘기도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이 사업에 윤영준 대표에 대한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윤 대표는 그간 주택사업장에서 현장소장으로 일하며 도시정비업계에서 입지를 다지며 능력을 인정받아 2019년 부사장을 거쳐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했다. 전문가들은 윤영준 대표가 '주택통'으로 불릴 만큼 이번 사업과 관련해 그의 역량이 주목되는 실정이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한남4구역 조합원들은 국내 굴지의 건설사 두 곳이 벌이는 경쟁을 즐기고 있지만 두 건설사의 자세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며 "삼성물산은 이번 수주전의 승리를 통해 '왕의 귀환'을 알리려는 반면, 현대건설은 삼성물산이란 큰 산을 넘어야 진정한 ‘업계 맏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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