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황성완 기자] LG디스플레이가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공정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패터닝 기술 'FLiPP(플립)'을 공개하며 기술 초격차 확보에 나섰다.
기존 RGB OLED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던 미세금속마스크(FMM)를 제거하고, 8세대 대형 유리 원장을 절단 없이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제품 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한편, 중소형 정보기술(IT) 기기부터 초대형 TV까지 하나의 생산 플랫폼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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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석 LG다스플레이 CTO가 지난 8일 FLiPP 테크 세미나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유튜브 캡쳐] |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일 온라인으로 'FLiPP 테크 세미나'를 개최하고 자체 개발한 차세대 OLED 패터닝 기술과 향후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발표에 나선 최영석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차세대 OLED 패터닝 기술인 FLiPP은 현존하는 8세대 최고의 공정 혁신"이라며 "디스플레이 업계가 도전하기 어렵고 두려움을 느끼게 할 기술적 해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FLiPP은 'FMM-Less innovative Pixel Patterning'의 약자로, 기존 FMM 없이 유기발광 소자를 정밀하게 형성하는 LG디스플레이의 독자적인 OLED 패터닝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는 FLiPP이 8세대 원장을 사용하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RGB OLED 패터닝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업계는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리 원장의 크기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 8세대에서 10세대까지 원장 대형화가 진행된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기존 8세대 생산 인프라에 새로운 픽셀 형성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공정 혁신을 추진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생산 설비의 활용도를 높이고 차세대 OLED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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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FLiPP 기술. [사진=LG디스플레이 유튜브 캡쳐] |
◆ FMM 없애고 포토 공정 적용…휘도·수명·전력 효율 개선
기존 OLED는 LCD와 달리 화소 자체가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빛을 구현하는 방식과 공정에 따라 RGB OLED와 화이트 OLED(WOLED) 등으로 구분된다.
RGB OLED는 적색(R)·녹색(G)·청색(B) 유기발광 소자를 개별적으로 형성해 색상을 구현한다. 기존에는 각 색상별 발광재료를 정밀하게 증착하기 위해 미세한 구멍이 뚫린 FMM을 활용했다.
반면 WOLED는 백색 OLED 발광층과 컬러필터 등을 조합해 색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대형 패널 생산에 유리하지만, 컬러필터를 활용하는 구조적 특성에 따라 효율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FMM 방식은 고해상도 RGB OLED 구현에 활용돼 왔지만, 패널 크기가 커질수록 마스크가 처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픽셀 간 간격을 줄이는 데에도 제약이 있었다. 또한 마스크 정렬 정밀도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대형 원장에서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FLiPP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FMM 대신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기술을 적용했다.
먼저 유리 기판 위에 유기발광재료를 전면 증착하고, 남겨야 할 OLED 영역에는 봉지(Encapsulation) 공정을 통해 보호막을 형성한다. 이후 포토 공정과 식각을 활용해 불필요한 영역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증착, 봉지, 포토 패터닝 과정을 적색·녹색·청색별로 반복하면 하나의 RGB 픽셀이 완성된다. 해당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OLED 소자를 수분과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봉지 특성과 각 픽셀에 독립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캐소드(Cathode) 컨택 특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포토 패터닝 과정에서 습식(WET)·건식(DRY) 식각 기술을 결합해 유기발광 소자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픽셀 단위로 정밀하게 형성하는 기술도 핵심 개발 과제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축적한 박막트랜지스터(TFT) 및 OLED 소자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이러한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특히 FMM을 제거하면서 픽셀 간 간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전체 디스플레이 면적에서 실제 빛을 내는 픽셀이 차지하는 비율인 '개구율'은 기존 FMM 방식의 42%에서 FLiPP의 65%로 확대됐다. 상대적인 증가율로 환산하면 약 55% 개선된 수치다.
개구율이 높아지면 동일한 면적에서 더 많은 빛을 낼 수 있어 디스플레이의 밝기와 수명, 소비전력 측면에서 유리하다.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FLiPP을 적용한 노트북용 OLED 패널은 기존 FMM 방식 대비 휘도를 최대 1.6배 높이거나 수명을 2.4배 늘릴 수 있다. 소비전력도 최대 13%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모니터용 패널에서는 퀀텀닷(QD) 방식과 비교해 휘도 2.6배, 수명 5배, 소비전력 59% 감소라는 성능 개선 수치도 공개했다. 해당 비교는 각각 노트북 254ppi, 모니터 220ppi 조건을 기준으로 한다.
다만 휘도와 수명, 소비전력 개선 수치는 각각의 성능 최적화 조건에 따른 것으로, 모든 개선 효과가 하나의 제품에서 동시에 구현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FLiPP은 RGB 소자를 개별적으로 패터닝하기 때문에 각 발광 소자의 특성에 맞춰 구조를 최적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OLED 소자의 발광 효율을 극대화하고, DCI-P3 및 어도비 RGB 기준 100% 이상의 색재현율과 시야각에 따른 색 변화 최소화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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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OLED 핵심 개발 항목. [사진=LG디스플레이 유튜브 캡쳐] |
◆ 8세대 원장 절단 없이 생산…재료 효율 74%·생산성 24% 개선
FLiPP의 또 다른 경쟁력은 대형 OLED 생산 인프라를 활용한 공정 효율성에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대형 WOLED 생산에 사용해 온 8세대 원장 제조 인프라와 증착 노하우를 FLiPP 개발에 접목했다.
8세대는 8.5세대(2200×2500㎜)와 8.6세대(2290×2620㎜) 원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대형 디스플레이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핵심 생산 규격이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기존 8세대 FMM 방식은 마스크 중앙부가 처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대형 유리 원장을 절반으로 나누는 '하프컷(Half-cut)' 공정을 거쳐야 했다. 원장을 절단하면 마스크 정렬과 증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약을 줄일 수 있지만, 실제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면적이 감소하고 일부 유기발광재료가 낭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FLiPP은 FMM 자체가 필요 없어 하프컷 공정을 생략할 수 있다. 8세대 원장을 절단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동일한 유리 원장에서 더 많은 패널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LG디스플레이가 제시한 23.5인치 패널 생산 기준으로 기존 FMM 방식의 면취 효율은 약 75%다. FLiPP은 이를 93% 이상으로 높여 생산성을 약 24% 개선할 수 있다.
OLED 유기발광재료의 이용 효율도 높아진다. 기존 FMM 방식은 하프컷과 마스크 사용에 따른 재료 손실로 증착 재료 효율이 약 40% 수준이다. 반면 FLiPP은 원장 전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재료 효율을 약 74%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기존 FMM 대비 약 1.9배 높은 수준으로, 유기발광재료 사용 효율을 개선해 제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착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FMM 공정은 클러스터(Cluster) 방식을 활용한다. 유리 원장과 FMM을 정밀하게 정렬한 뒤 유기물을 증착하고, 다른 발광재료를 증착할 때마다 마스크를 교체해 다시 정렬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렬과 분리, 이송 작업이 반복되면서 공정이 복잡해지고 원장 한 장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늘어난다.
반면 FLiPP은 기존 WOLED 생산에 활용하던 인라인(Inline) 증착 방식을 채택했다. 인라인 방식은 유리 원장이 생산라인을 따라 이동하면서 여러 증착 공정을 연속적으로 거치는 구조다. 마스크를 반복적으로 정렬하거나 교체할 필요가 없어 공정 간 대기 시간과 이송 부담을 줄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러한 방식으로 FMM 대비 증착 공정 시간을 약 40%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증착 공정에 대한 비교로, 포토 패터닝을 포함한 전체 패널 제조 시간이나 최종 제조 원가가 같은 비율로 감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회사는 대형 OLED용 산화물 TFT(Oxide TFT)와 중소형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기술, WOLED 및 RGB OLED 소자 개발 역량도 FLiPP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특히 대형 WOLED 양산 경험으로 확보한 8세대 증착 인프라와 중소형 RGB OLED 제조 노하우를 결합해 새로운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인공지능 전환(AX)과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한 OLED 소자 최적화를 병행해 향후 공정 및 제품 경쟁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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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디스플레이의 LGD 핵심 역량. [사진=LG디스플레이 유튜브 캡쳐] |
◆ 웨어러블부터 초대형 TV까지…'FLiPP 원 플랫폼' 구축 추진
LG디스플레이는 FLiPP을 단순한 공정 개선 기술이 아닌 차세대 OLED 사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FMM 방식은 마스크의 크기와 정렬 정밀도, 패널 해상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의 크기가 제한됐다.
반면 FLiPP은 FMM을 사용하지 않아 마스크에서 비롯되는 크기와 해상도 제약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이론적으로 1인치대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부터 100인치 이상 초대형 TV용 패널까지 동일한 기술 기반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노트북과 모니터뿐 아니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용 디스플레이에도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우선 태블릿과 노트북 등 IT용 OLED 패널에 FLiPP을 적용한 뒤, 웨어러블과 모니터, TV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고객사의 제품 크기와 성능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FLiPP 원 플랫폼(One Platform)'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가 FLiPP 개발에서 강조하는 또 다른 강점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8세대 대형 WOLED 양산 인프라와 6세대 중소형 RGB OLED 생산 경험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대형 OLED 분야에서는 산화물 TFT와 WOLED 탠덤 구조에 대한 기술력을, 중소형 분야에서는 LTPS와 RGB OLED 단일·탠덤 구조 등에 대한 개발 역량을 확보해 왔다.
회사는 이 같은 기술 자산을 결합해 FLiPP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향후 고객사의 제품 요구에 따라 공정과 소자 구조를 최적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OLED 시장이 기존 스마트폰 중심에서 태블릿과 노트북, 모니터 등 IT 제품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고해상도·고휘도와 생산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FLiPP의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면적 포토 패터닝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 확보와 양산 비용 검증, 고객사 제품 적용 등이 향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최영석 CTO는 "FLiPP은 LG디스플레이가 OLED 연구를 시작한 이래 22년간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응축된 최고의 기술"이라며 "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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