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각 "기업인 뮤지컬 위인화, 여론 리스크 감당 어려워"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기업 회장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다루는 이색 공연이 개최된다. 뮤지컬 공연을 통해 선대회장의 사회적 기여를 조명하면서 기업 이미지 제고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인의 위인화가 취지와 다르게 부정 여론을 몰고 오는 ‘양날의 검’과 같을 수 있다며 위험한 마케팅이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오는 5월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이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신 명예회장의 장손녀인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가 중 뮤지컬을 통해 일대기가 재조명 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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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이 막을 올린다 [사진=연합] |
세부적으로 장 이사장은 뮤지컬 기획사인 와이엠스토리와 손잡고 '더 리더(The Reader, 부제 책읽는 경영인)'라는 제목도 정했다. 제목에서 나타나듯 신 명예회장의 책에 대한 열정을 반추하면서 청년 시절의 도전을 재조명했다. 12명의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출연하는 낭독콘서트 형식이다.
신 명예회장의 '롯데'라는 사명 탄생은 유명한 일화다. 한때 문학가를 꿈꿨던 신 명예회장이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 감명받아 이를 사명으로 삼았다. 롯데장학재단은 신 명예회장을 기리며 올해 '샤롯데 문화상'을 만들기도 했다.
롯데장학재단은 뮤지컬 상영 기간인 5월 3~5일까지 소외계층과 재단 장학생 등을 무료로 초청할 계획이다. 이번 뮤지컬 제작을 위해 롯데장학재단은 소정의 제작비와 티켓 판매를 담당한다.
공연 업계 한 관계자는 "상업 뮤지컬의 경우 주인공의 수준이나 세트장 비용을 감안하면 200억에서 3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며 "롯데가 만들 신 명예회장의 작품은 비상업 뮤지컬일지라도 수십억 원의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뮤지컬이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인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가령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을 통해 혁신과 도전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있지만, 신 명예회장은 롯데그룹의 성장 배경을 고려할 때 긍정적 측면을 끌어올리기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 총수의 일대기를 자서전도 아니고 뮤지컬화 한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는 여론 리스크가 큰 이벤트"라며 "기업 홍보관에서나 보여주는 스토리를 뮤지컬화 한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만큼 여론의 반응을 잘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롯데가 일제 강점기에 기업활동을 통한 이윤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했던 기업도 아니고, 일본기업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어 이번 이벤트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이번 뮤지컬이 이러한 우려를 깨뜨리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해당 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선대 회장의 일대기를 자서전으로 출간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와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인들의 자서전은 기업가 정신과 회사 홍보를 겸한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고, 시각적 효과가 큰 뮤지컬은 자서전보다 파급력이 더욱 클 것이란 예상이다.
한편 내년에는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를 뮤지컬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유한양행은 창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이자 기업가인 유일한 박사를 모티브로 한 상업 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해당 뮤지컬 제목은 '유일한 뮤지컬'이며, 연출은 '그날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뮤지컬과, 영화 '정직한 후보'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이 맡는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은 지난해 '암호명케이문화산업전문 유한회사'에 24억 원을 투자했다. 암호명케이문화산업전문은 뮤지컬 '암호명케이' 제작을 목적으로 세워진 특수목적법인이다.
올댓스토리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를 맡아 뮤지컬 제작과 지속적인 공연을 책임진다. 유일한 박사의 뮤지컬은 내년에 초연을 선보인 후, 유한양행 창립 100주년인 2026년에 완성도를 높여 공연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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