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무산시, 산은 우호세력서 이탈 가능성 점쳐져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티웨이항공발 복병 등장으로 좌초될 가능성 대두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동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항공당국이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 등에 “티웨이항공의 파리 노선 취항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인천∼파리 노선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2개 항공사만 취항할 수 있다는 것이 프랑스 정부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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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
티웨이항공의 파리 취항은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가 내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허가 조건이었기에, 티웨이항공이 취항하지 못하면 양사의 합병은 무산된다. 이런 경우 유일한 대응책은 대한항공 혹은 아시아나 항공이 이 노선에서 빠지고, 티웨이 항공을 대신 넣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3년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황금 노선 등 막대한 수익창출원들을 해외 경쟁사에 넘겨야 했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아시아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코로나팬데믹 기간동안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했던 화물 운송사업마저 축소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인수가 무산되면 대한항공의 오너인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넘길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추진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정책과 맞물려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불린다.
산은은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한진칼의 제4대 주주(10.58%)이다. 산은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5.05%와 합쳐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왔다. 한진칼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드러났듯 조원태 회장의 지분구조는 불안한 상태이다.
현재 한진칼의 경우 조원태 회장의 개인 지분이 5.78%, 특수관계인까지 합쳐도 18.74%에 그친다. 대신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산은과 델타항공 14.9%, LX판토스 3.83% , GS리테일 1%를 통해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피아식별이 불분명한 호반건설은 지분 17.44%를 보유, 조 회장 경영권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더욱이 특수관계인 중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그의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이 0.93% 그리고 경영권 분쟁 초기 조 전 부사장 편을 들 것으로 알려졌던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5.73%,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2.64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산은은 조건부 우호세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산은은 아시아나 항공의 주 채권 은행이다. 산은은 지난 2020년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매각 거래 계약이 무산된 뒤 11월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항공 인수카드를 꺼냈다. 당시 산은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뛰어들어 지분을 매입했다.
이는 조원태 회장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받쳐주는 또 다른 축인 산은 지분이 제3자에게 매각된다면 다시 경영권 분쟁을 부추길 소지도 있다고 재계는 우려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무산되면 산은은 한진칼의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메가경제는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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