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영업망 활용해 수도권·제주부터 ‘테스트 마케팅’
제주소주 인수 2년 만에 내수 진출…‘종합주류회사’ 도약 시험대
[메가경제=심영범 기자]국내 맥주 시장 1위 오비맥주가 소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전체 소주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제로슈거·저도수 소주 ‘찰랑’을 앞세워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선다.
2024년 제주소주를 인수한 이후 수출용 소주 사업을 이어온 오비맥주가 자체 소주 브랜드를 국내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스를 통해 확보한 유흥시장 영업망을 소주 판매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소주업체와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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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비맥주 제로슈거·저도수 소주 ‘찰랑’ [사진=오비맥주] |
오비맥주는 오는 9월 말 제로슈거 소주 ‘찰랑’을 출시한다. 알코올 도수는 15도로 기존 주요 소주 제품보다 낮다. 제주 동부 지역의 화산암반수를 사용하고 바다소금인 용암해수소금을 첨가해 감칠맛을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품은 오비맥주 제주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출시 초기에는 전국 단위 유통망을 가동하기보다 서울 등 수도권과 제주 일부 지역의 식당과 주점 등 유흥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한다. 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용 채널 확대 여부는 초기 시장 반응과 판매 추이를 확인한 뒤 결정할 예정이다. 오비맥주가 초기부터 공격적인 판매 목표를 제시하기보다 시장성을 먼저 검증하는 단계적 진입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 소주 시장은 줄어드는데…오비맥주는 왜 뛰어드나
오비맥주의 소주 시장 진출은 국내 주류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79만3000㎘로 전년보다 2.8% 감소했다. 2022년 86만2000㎘에서 2023년 84만4000㎘, 2024년 81만6000㎘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0만㎘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 주류 출고량도 298만8000㎘로 1998년 이후 27년 만에 300만㎘를 밑돌았다.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오비맥주가 새로운 주종에 뛰어드는 것은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는 주류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맥주에 집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소주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기존 영업 인프라를 활용해 거래처당 매출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소주와 맥주는 국내 음식점과 주점에서 함께 소비되는 대표적인 주종이다.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카스를 공급하고 있는 거래처에 찰랑을 추가할 경우 기존 영업망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후발 소주 브랜드가 가장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유통망 구축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요인이다.
오비맥주는 이미 카스를 중심으로 전국 음식점과 주점 등에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 소주 브랜드를 처음부터 별도의 거래처를 뚫어 공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오비맥주의 가장 큰 무기는 제품보다 영업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사실상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과 새로를 앞세워 전국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판매량 기준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66.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롯데칠성음료가 17.6%로 뒤를 이었으며 무학 6.0%, 선양소주 2.6%, 금복주 2.5%, 대선주조 2.2% 등의 순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전체 시장의 83.8%를 차지하는 만큼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오비맥주는 기존 소주업체와 달리 맥주 시장에서 이미 강력한 영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카스를 주문하는 음식점과 주점에 찰랑을 함께 공급할 수 있다면 기존 소주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거래처를 공략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유흥시장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함께 주문하는 ‘소맥’ 소비가 많다는 점이 핵심이다.
하이트진로가 테라·켈리와 참이슬·진로를 함께 공급하고, 롯데칠성음료 역시 크러시·클라우드와 처음처럼·새로를 묶어 영업하는 것처럼 오비맥주도 카스와 찰랑을 하나의 영업 포트폴리오로 묶을 수 있다.
향후 ‘카스+찰랑’을 활용한 소맥 마케팅이 본격화될 경우 기존 소주업체와의 경쟁이 단순한 소주 제품 간 경쟁을 넘어 맥주와 소주를 아우르는 종합 주류 영업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 제주소주 인수 2년…이번에는 내수 시장 정조준
오비맥주의 소주 사업은 2024년 제주소주 인수에서 시작됐다.
오비맥주는 2024년 9월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뒤 같은 해 12월 흡수합병을 마무리했다. 당시에는 국내 소주 시장보다는 K-소주와 맥주의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한 생산 기반 확보에 무게가 실렸다.
실제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 이후 수출용 소주 ‘건배짠’을 생산해 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캐나다 등에 공급해왔다. 미국에서는 ‘찰랑(CHALANG)’이라는 이름으로 수출용 소주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번 국내용 찰랑 출시는 전략의 무게중심이 내수 시장으로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곳도 과거 제주소주가 사용했던 제주공장이다. 제주 동부 화산암반수를 활용하고 제주 지역 이미지를 제품에 접목해 차별화를 꾀했다.
오비맥주는 찰랑을 기존 수출용 소주인 건배짠을 국내용으로 단순 전환한 제품이 아니라 국내 소비자를 겨냥해 별도로 개발한 신제품으로 보고 있다.
◆ ‘15도·제로슈거’로 저도주 시장 공략
찰랑의 또 다른 경쟁력은 최근 소주 시장의 핵심 키워드인 저도수와 제로슈거다.
오비맥주는 찰랑의 알코올 도수를 15도로 설정했다. 최근 주요 소주업체들이 15도대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시장 흐름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역시 기존 제품의 도수를 낮추며 저도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의 음주량과 음주 빈도가 감소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제품을 통해 소비층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찰랑은 여기에 제로슈거 콘셉트까지 더했다. 인위적인 단맛과 알코올 향을 줄이고 용암해수소금을 넣어 감칠맛을 강조했다.
결국 오비맥주는 기존 소주 시장의 핵심 소비층을 그대로 빼앗기보다는 저도주·제로슈거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초기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 제주소주 ‘푸른밤’ 실패 전례는 부담
다만 오비맥주가 소주 시장에서 성공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제주소주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한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이마트는 2016년 제주소주를 약 190억원에 인수한 뒤 2017년 ‘푸른밤’을 출시했다. 그러나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이 장악한 음식점·주점 영업망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마트가 약 4년에 걸쳐 570억원가량을 투입했지만 2017~2020년 누적 영업손실은 434억원에 달했고, 결국 2021년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오비맥주가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결국 카스 영업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찰랑 판매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의 제주소주가 별도의 소주 영업망을 구축해야 했다면 오비맥주는 이미 카스를 통해 확보한 유흥시장 거래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전국 확대보다 ‘테스트 마케팅’…성공 여부는 초기 판매처 확보에 달려
오비맥주가 출시 초기 판매 지역을 수도권과 제주 일부 지역으로 제한한 것도 이 같은 시장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주 시장은 소비자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지역별 선호도도 뚜렷하다. 전국에 일시에 제품을 풀기보다 특정 지역과 업소를 중심으로 판매 데이터를 축적한 뒤 시장성을 검증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용 채널 확대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선 식당과 주점 등 유흥 채널에서 제품 인지도를 확보하고 실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오비맥주가 찰랑을 단기간에 대형 브랜드로 육성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향후 핵심 변수는 카스 거래처 가운데 얼마나 많은 업소가 찰랑을 실제 취급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카스와 찰랑을 함께 취급하는 거래처가 빠르게 늘어난다면 오비맥주의 소주 사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소주 브랜드의 높은 충성도와 시장 지배력을 넘지 못할 경우 찰랑은 특정 지역과 일부 거래처에 머무는 니치 브랜드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맥주 1위’ 오비맥주, 종합주류회사 도약할까
오비맥주는 현재 맥주 외에도 보드카 기반 하이볼 RTD ‘NÜTRL’, 기타주류 ‘레몬스퀴즈’, 발포주, 무알코올 음료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찰랑 역시 특정 소주 브랜드 하나를 추가하는 차원을 넘어 주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주류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단일 주종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성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오비맥주가 카스를 기반으로 소주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파고들 경우 국내 주류업계 경쟁도 제품 단위에서 유통망과 포트폴리오를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찰랑’은 변화하는 국내 주류 소비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고려해 개발한 제품”이라며 “제로슈거와 15도 저도주를 적용해 인위적인 단맛과 알코올향은 줄이고 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맛과 향의 균형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건배짠’의 해외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현재 4개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개별 브랜드의 해외 매출이나 구체적인 수출 실적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제주소주 인수 이후 수출용 소주를 생산해 온 만큼 앞으로도 카스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과 함께 K-주류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배짠’의 내년 해외 매출 목표와 추가 진출 국가에 대해서는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각 시장의 소비자 반응과 사업 여건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해외 사업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추가 소주 브랜드 출시 계획과 관련해서는 “현재 ‘찰랑’ 외에 추가적인 소주 브랜드나 제품 출시와 관련해 확정된 계획은 없다”며 “우선 서울 등 수도권과 제주 일부 식당·주점 등 제한된 채널에서 ‘찰랑’을 선보이고 시장 수요와 소비자 반응, 판매 현황 등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 축소되고 있는 시장에 4개의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어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오비맥주의 구축된 유통/영업망이 있으니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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