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영화 ‘뻔뻔한 딕&제인’은 미국 기업에서 발생한 복잡한 회계 부정을 그린 작품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일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 부정과 관련해 1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와 현실이 오버랩되는 상황이다.
영화는 성공을 꿈꾸는 정보통신 기업 글로버다인의 홍보실 직원 딕 하퍼(짐 캐리)가 어느 날 홍보 총괄 부사장으로 벼락 승진하면서 시작된다.
![]() |
▲ 영화 '뻔뻔한 딕과 제인'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
하지만 이는 음모였고 사실 글로버다인은 회계부정을 악용해 손실을 가공의 기업에 넘겨 숨겨왔다. 그 가공의 기업도 사실 글로버다인의 소유였다. 회사는 빚더미투성이로 파산하고, 딕은 실업자가 된다. 이에 곤궁한 딕과 그의 아내 제인(티아 레오니)은 변장을 한 채 강도짓까지 벌이는 등 좌충우돌하다가 결국 잭을 찾아 복수에 성공한다는 게 이 영화 대강의 줄거리이다.
이 영화는 글로벌 경제에서 대형 스캔들 중 하나였던 '엔론 사태'를 패러디해 화제를 낳은 작품이다. 실제 엔론은 글로버다인처럼 회사 바깥에 가공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대규모로 손실을 이전해 감추다가 2001년 파산했다.
이 영화는 짐 캐리 특유의 과장된 표정 연기가 돋보이는 코미디이지만, 부패한 자본주의의 최종 도달점은 ‘회계부정’이란 것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수작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연상시키는 회계부정 사건이 국내에서도 발생해 충격을 안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미래 성장 동력원이었던 두산에너빌리티가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계 부정으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성을 실추하며 두산 그룹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은 [리얼무비]에서 곧 다룰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의 모티브가 된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못지 않은 공분을 사고 있다.
![]() |
▲ 왼쪽부터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그룹] |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두산에너빌리티에 1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외 건설공사 등 일부 프로젝트에 대해 총공사예정원가 과소 산정 등 방법으로 매출을 과대계상하거나, 공사손실충당부채를 과소계상 했다.
이와 함께 종속회사투자주식 등에 대한 손상평가를 소홀히 해 손상차손을 과소계상한 혐의도 받았다. 인도 자회사인 두산파워시스템스인디아(DPSI)가 지난 2016년 수주한 ‘자와하르푸르 및 오브라-C 화력발전소’ 공사 관련 손실을 적시에 파악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회계 부정 수위는 ‘중과실’이 되면서 앞서 금융감독원이 당초 올렸던 ‘고의’보다 한 단계 낮은 상태로 금융위에서 마무리됐다. 과징금 액수 역시 금감원이 두산에너빌리티에 통보한 45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 박정원 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그룹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중요한 기업이다. 수장 역시 친동생인 박지원 그룹 부회장이 맡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이번 회계 부정 사건은 두산 그룹 전체의 ESG 신뢰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메가경제에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 부정은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닌, 두산 그룹 전체의 위신을 실추 아니 한국 기업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 부정 사건은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만큼, 두산 그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두산이 이 사건을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앞으로 회계투명성 제고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등 주주 분들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사업 수행에 최선을 다하갰다"고 강조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