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재·친환경 포장재·스마트항만으로 사업 다각화
상반기 그룹 영업이익 15.1% 증가…참존 인수 추진 등 K뷰티까지 신사업 영역 확대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동원그룹이 전통적인 수산·식품기업에서 첨단소재와 미래 식품, 스마트 물류를 아우르는 종합 산업그룹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참치와 수산물 가공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2차전지 소재와 친환경 포장재, 자동화 항만, 단백질 식품 등으로 성장동력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체제에서 추진되는 사업 확장은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식품 포장재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알루미늄 가공 기술을 2차전지 소재로 연결하고, 원양어업과 수산물 가공 역량을 단백질 식품 사업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실적도 이러한 사업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동원그룹의 사업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9조5837억원, 영업이익 51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2%, 영업이익은 2.9% 증가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성장세가 한층 두드러졌다. 동원산업 연결 기준 매출은 5조1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76억원으로 15.1% 늘었다. 고환율과 원가 상승, 내수 침체에도 식자재 유통과 포장재, 물류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특히 동원시스템즈는 상반기 매출 7400억원, 영업이익 44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 15.5% 성장했다. 친환경 포장재 수출 확대와 해외 자회사 성장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동원로엑스 역시 신규 화주 확보와 운송 효율화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동원시스템즈의 실적 개선도 확인됐다. 2026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14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84억원으로 16.7% 늘었다. 3분기 단독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3.1%, 18.9% 증가했다. 친환경 포장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해외 판매와 베트남 자회사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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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원그룹이 전통적인 수산·식품기업에서 첨단소재와 미래 식품, 스마트 물류를 아우르는 종합 산업그룹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동원그룹] |
◆ 1400억원 투자한 단백질 생산기지…식품기업 넘어 글로벌 단백질 기업으로
동원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성장사업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투자 성과를 보여주는 분야는 단백질 식품이다.
동원F&B는 수산물 가공과 육가공 중심의 기존 사업을 종합 단백질 식품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 충북 진천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2026년 6월 준공한 진천 제2사업장 '프로틴 넥서스(Protein Nexus)'가 핵심이다.
프로틴 넥서스는 총 14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첨단 생산시설이다. 연면적 8000평, 건축면적 4400평,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다. 기존 진천 제1사업장이 리챔과 그릴리 등 육가공 제품 생산에 집중했다면 제2사업장은 어묵과 맛살 등 냉장식품을 비롯해 볶음밥과 치킨 등 가정간편식(HMR)을 생산한다.
단순히 생산시설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수산 단백질과 육류 단백질을 하나의 생산 플랫폼에서 연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원F&B는 어묵과 맛살 등 연제품의 어육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인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한다. 하루 40톤, 약 13만개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했으며 첨단 성형 설비 등을 통해 제품 품질과 생산 효율을 높였다.
특히 수산 단백질은 동원그룹이 오랜 기간 축적한 원료 조달과 가공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원양어업과 참치 가공, 수산물 유통 과정에서 확보한 노하우를 활용하면 신규 시장에 진출하면서도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단백질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사업 확장의 배경이다. 인구 증가와 고령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고품질 단백질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육류 중심의 단백질 공급에서 수산 단백질과 대체 단백질 등으로 소비 선택지가 넓어지는 추세다.
동원F&B는 프로틴 넥서스를 글로벌 시장 진출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과 중국에는 꼬치 어묵 등 수산 가공식품을 공급하고, 미국과 유럽에는 냉동볶음밥과 치킨 등 HMR 제품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아울러 동원F&B는 2030년까지 진천 제2사업장에서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고 수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스마트 공장 구축을 통한 생산 효율 개선도 주목된다.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설비와 최신 성형 설비를 도입했으며, 어묵과 냉동밥 생산라인에는 가스 대신 전기 기반 인덕션 설비를 적용했다. 동원F&B에 따르면 이를 통해 인당 생산성이 약 40% 향상됐다.
생산시설 투자와 제품군 확대, 해외 판로 확보가 맞물리면서 동원F&B는 기존 참치와 육가공 중심의 식품 사업을 종합 단백질 사업으로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참치 캔 기술이 배터리 소재로…친환경 포장재까지 글로벌 시장 공략
동원그룹의 사업 다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는 첨단소재다. 계열사 동원시스템즈는 기존 포장재 제조 기술을 활용해 2차전지 소재와 친환경 포장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캔과 연포장재, 알루미늄 호일, 산업용 필름 등을 생산하는 종합 포장재 기업이다. 오랜 기간 식품과 음료 포장재를 생산하면서 축적한 금속 가공과 코팅 기술을 새로운 산업에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2차전지 소재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소재·부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시스템즈는 이차전지용 알루미늄 양극박과 원통형 배터리 캔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업체 엠케이씨(MKC)를 인수하면서 관련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
기존 식품용 캔 제조 기술을 배터리 캔 생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 연관성이 크다. 금속 소재를 가공하고 제품의 형태와 두께를 정밀하게 관리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에 진출한 것이다.
동원시스템즈는 배터리 캔에 이어 이차전지용 셀 파우치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특정 제품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2차전지 소재 시장은 전기차 수요와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 계획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고객사 품질 인증과 양산 안정화에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존 포장재 사업과 함께 중장기적인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친환경 포장재 사업은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에틸렌(PE) 기반 단일 소재 포장재인 유니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가 많았지만, 단일 소재를 활용하면 재활용 공정에서 분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포장재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 등은 포장재의 재활용 가능성과 소재 사용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이러한 규제 변화에 대응해 북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친환경 포장재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자회사 딴 띠엔 패키징(TTP) 역시 현지 연포장 사업과 글로벌 소비재 기업 대상 수출을 늘리며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2026년 3분기 동원시스템즈의 누적 영업이익은 6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431억원으로 7.9% 늘었다. 친환경 포장재와 해외 사업이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유럽 시장으로 친환경 포장재 고객사를 확대하는 한편 2차전지 소재와 첨단필름 등 고부가가치 사업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에 글로벌 해운사 유치…물류사업 고도화
물류사업 역시 동원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동원그룹은 기존 육상운송과 창고 보관, 국제물류 사업을 기반으로 항만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그 중심에는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이 있다.
DGT는 2024년 부산신항에 개장한 스마트항만 운영사다. 국내 최초의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로 하역부터 이송, 적치까지 주요 물류 과정이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항만 운영에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터미널운영시스템(TOS)이 적용됐다. 무인이송장비(AGV)와 컨테이너크레인(STS) 등 자동화 장비를 활용해 작업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동원그룹에 따르면 DGT는 유인 항만 대비 생산성을 20% 이상 높였다.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작업의 정밀도와 정시성을 개선하고 인력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항만의 경쟁력은 시설 자체보다 안정적인 물동량 확보에 달려 있다. 대규모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더라도 선사와 화주를 유치하지 못하면 투자비 회수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원그룹이 글로벌 해운사와의 협력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원그룹은 2026년 3월 글로벌 6위 해운사인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ONE는 260여척의 선단과 200만TEU 이상의 선복량을 보유한 글로벌 해운사다.
이번 협력으로 DGT는 안정적인 물동량 확보 기반을 마련하고 ONE는 부산신항을 동북아시아의 핵심 환적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동원그룹은 ONE와의 협력을 통해 기존 대비 2배 이상의 물동량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향후 피더 부두와 추가 항만 단계가 완공되면 현재보다 3배 이상의 물동량을 확보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는 동원그룹이 항만 운영 사업에서 단순한 시설 투자자를 넘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사업자로 성장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DGT의 경쟁력은 동원로엑스 등 그룹 내 물류 계열사와의 연계에서도 나온다. 항만에서 처리한 화물을 육상운송과 창고 보관, 유통으로 연결하면 고객사에 통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물류기업에는 단순 운송 능력뿐 아니라 화물의 이동과 보관, 재고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동원그룹은 스마트항만과 기존 물류사업을 연결해 이러한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육상 연어 양식부터 K뷰티까지…새로운 성장 기회 발굴
동원그룹의 신사업 전략은 식품과 소재, 물류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존 수산업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육상 연어 양식과 화장품 등 새로운 소비재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수산업에서는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이 대표적이다.
동원산업은 원양어업을 통해 축적한 수산물 조달과 가공,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육상 연어 양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원양어업은 어획량과 어장 환경, 기후변화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육상 양식은 통제된 환경에서 생산량과 출하시기를 관리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육상 연어 양식은 수산물 소비가 많은 국내 시장에서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는다. 다만 초기 시설 투자와 에너지 비용, 양식 기술 확보, 생산 안정화 등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변수다.
식품사업에서는 펫푸드와 B2B 식자재 유통도 성장 분야로 꼽힌다.
동원F&B는 참치 가공 과정에서 축적한 수산물 원료 활용과 영양 설계 기술을 반려동물 식품 브랜드 뉴트리플랜에 적용하고 있다. 기존 식품 제조 역량을 반려동물 시장으로 확장한 사례다.
동원홈푸드는 조미식품과 급식서비스, 축산물 유통 등 B2B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저칼로리·저당 소스 브랜드 비비드키친 등을 통해 건강 지향 식품 시장에도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품 사업 진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동원홈푸드는 2026년 9월 말 기초화장품 기업 참존의 조건부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참존은 1984년 설립된 화장품 기업으로 기업회생 절차 이후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조건부 인수예정자 선정이 최종 인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 공개입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오면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인수가 완료될 경우 동원그룹은 화장품 브랜드와 연구개발, 생산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식품과 유통사업에서 구축한 판매·마케팅 역량을 새로운 소비재 시장에 활용할 여지도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 신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향후 신사업의 시장 안착과 수익성 입증 여부가 그룹의 중장기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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