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집 거래가 키운 가계대출…한은 "주담대 증가 압력 당분간 지속"

금융 / 박선영 기자 / 2026-07-10 10:32:42
"수도권 거래 시차 두고 대출 반영"…MMF 감소는 반기 말 계절적 요인
신용대출 늘며 '머니무브' 본격화…하반기 부동산·증시 자금 흐름이 핵심 변수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주택 거래 이후 실제 주택담보대출이 실행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는 만큼 4~5월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가 6월 대출 증가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


박민철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가계대출 증가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6월 은행 가계대출은 7조 6000억원 늘며 두 달 연속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주택담보대출 증가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도 하반기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한국은행은 9일 '2026년 6월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하고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가 시차를 두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7조 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5월 증가액(6조 9000억원)을 웃도는 규모이자 지난해 같은 달(6조 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6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89조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박 차장은 "당분간은 주택담보대출이 상당한 증가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주택시장 상황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수도권 거래 회복이 주담대 증가 이끌어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6월 주택담보대출은 4조 3000억원 늘어 전달(3조 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6월 말 잔액은 945조원이다.

한국은행은 4~5월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와 기존 분양 물량의 중도금 납부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3월 2만 3000호에서 4월 2만 7000호, 5월 2만 8000호로 늘었고 서울 아파트 거래도 같은 기간 5500호에서 8700호 수준으로 증가했다. 

계약 이후 실제 잔금대출이 실행되기까지 통상 두세 달가량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봄철 거래 증가가 6월 은행권 대출 확대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전세자금대출은 4월과 5월 각각 60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6월에도 7000억원 줄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 거래가 살아나면서 일부 실수요가 전세시장보다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전세자금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간 것도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 가계대출은 모두 15조 7000억원 증가했다. 월별 증가 규모도 3월 5000억원, 4월 2조 1000억원, 5월 6조 9000억원, 6월 7조 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 증시 강세에 신용대출 증가…'빚투'도 영향

기타대출은 6월 3조 3000억원 증가했다. 분기 말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에도 개인의 주식투자 확대에 따른 신용대출 수요가 이어진 영향이다.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3조원 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증시가 강세를 보일 때 신용대출이 함께 늘어나는 현상은 낯설지 않다. 투자자들이 추가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경우 신용대출 증가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향후 자금 흐름 역시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실제 코스피는 반도체 경기 호황과 미국·이란 종전 기대를 반영해 지난달 22일 장중 9114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후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겹치면서 조정을 받았다. 외국인은 6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을 57조 5000억원 순매도했고 7월 들어서도 매도세를 이어갔다.

증권사 투자자예탁금도 6월 10조원 감소했다. 시장 조정에 따른 자금 이동이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국고채 금리 상승…대출이자·기업 자금조달 부담 키운다

채권시장에서는 국내외 인플레이션 우려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6월 중순 미국과 이란의 종전 잠정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상승폭은 다소 축소됐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채권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국고채는 시중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만큼 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금리와 기업의 회사채 발행금리도 함께 오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새로 받으려는 가계는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기업도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 투자와 설비 확장에 부담을 안게 된다. 반면 예금이나 채권 등 금리형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 시중 자금의 이동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6월에는 회사채와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며 시장 전반의 조달금리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 기업대출 증가폭 둔화…자금조달 방식도 변화

은행 기업대출은 6월 5조 1000억원 증가하며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전달(10조 6000억원)보다 증가폭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중소기업대출은 부실채권 매·상각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했고, 대기업대출은 운전자금 수요가 이어지며 증가세를 유지했다.

시장성 자금조달은 다소 위축됐다. 회사채는 금리 상승에 따른 발행 부담으로 2조 9000억원 순상환을 기록했고,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도 순상환이 이어졌다.

기업대출 증가폭이 줄었다고 해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예전보다 녹록지 않아지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 시기를 조정하거나 직접금융보다 은행 차입을 선택하는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방식이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도 이번 금융시장 동향에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 MMF 감소는 시장 불안보다 '반기 말 효과'

6월 자산운용사 수신은 11조 7000억원 감소하며 전달(86조 4000억원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 머니마켓펀드(MMF) 감소폭이 29조 3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박민철 차장은 "MMF 감소는 시장 불안 때문이라기보다 반기 말 계절적 요인이 강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예년에도 6월에는 20조원 이상 자금이 빠져나간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감소를 이례적인 현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MMF는 기업과 기관이 단기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반기 말에는 결산과 자금 집행을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아 잔액이 크게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흐름이 반복된다. 이번 감소 역시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기보다 반기 말 자금 운용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채권형펀드는 금리 상승 영향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주식형펀드는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증가 규모는 전달보다 크게 줄었다.

◆ 하반기 금융시장, 부동산과 증시 자금 흐름이 관건

박 차장은 "현재는 가계대출과 주택시장 상황을 계속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최근에는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관련 흐름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월 금융시장은 가계대출 증가, 증시 자금 이동, 시장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각각의 지표만 놓고 보면 개별적인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 사이에서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봄철 늘어난 수도권 주택 거래는 시차를 두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증시 강세로 투자자금이 이동하면서 신용대출도 함께 늘었고, 시장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부동산과 증시를 중심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가계대출은 단순히 은행 대출 규모를 보여주는 통계가 아니다. 소비와 부동산시장, 금융시장 유동성을 함께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평가된다. 최근처럼 주택시장 회복과 투자자금 이동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얼마나 이어질지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향은 물론 은행권 대출 전략과 시중 자금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하반기 금융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수도권 주택 거래가 얼마나 이어질지, 증시로 향하는 자금 이동이 지속될지, 시장금리 상승 흐름이 진정될지로 압축된다. 이들 변수가 맞물리면서 가계대출 증가세와 금융시장 변동성의 향방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