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에 첫 직장폐쇄 강수, 경영 위기 속 '강대강' 대치 격화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현대제철이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에 맞서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제철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일부 주주들이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현대제철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24일 정오부터 충남 당진제철소의 냉연공장 문을 폐쇄했다. 현대제철이 노조 파업에 대해 직장 폐쇄 조치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
▲ 멈춰버린 현대제철 당진 공장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
현대제철 노조는 회사 측이 제시한 ‘기본급 450%+1000만 원 안’으로 받을 수 있는 1인당 2650만 원의 성과급이 충분치 않다며 현대차와 비슷한 4000만 원대의 보상을 요구하며 지난 한 달간 총파업, 부분파업을 반복해 왔다.
현대제철은 2월 1일부터 22일까지의 노사분규로 냉연부문에서 약 27만톤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고 손실액은 2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024년 연간 매출 23조2261억원, 영업이익 3144억원, 당기순이익은 12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4%, 영업이익은 60.6%, 당기순이익은 72.2% 감소한 실적이다. 중국산 저가 물량의 공세도 매서웠던 탓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2월 24일 경영실적을 수정공시했다. 회사 측이 정한 성과급(임금 10만1000원, 성과급 2650만원)이 지급되며 영업이익 1595억원으로 80%, 당기순이익 881억원으로 98%로 급감한 탓이다.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도 594억 9600만 원의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그럼에도 노조 측은 “(직장폐쇄 조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강경 대응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현대제철만 아니라 모회사 현대차그룹에도 투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제철의 실적 개선은 올해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철근의 주요 판매 루트인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맞물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 제철 산업에 예외 없는 보편적 관세 20%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대미 관세 20% 인상 시 우리나라 철강 수출이 최대 25%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이 보편적 관세는 그 동안 현대제철로부터 강판을 사들여 불황을 버티게 해줬던 핵심 고객사 현대자동차그룹에까지 불똥이 튀면서, 충남 당진 공장의 지속에 의문부호를 들게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중국의 저가공세 속에서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강판을 사 준 덕분으로 안다”며 “현대자동차그룹도 관세 폭풍을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공장에서 강판을 공급받아야할 상황이 올 것이기에 충남 당진 공장의 지속적인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시 발생할 ‘경영상의 배임’ 리스크이다. 국내법상 경영진의 배임 범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업무상의 임무를 위배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를 의미한다.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노조의 추가적인 요구에 응하게 되면 적자 폭은 더 커지게 되는데, 이런 경우 주주들이나 증시에 주는 시그널 자체가 달라진다”며 “회사로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