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적격비용 제도 안착? 당국의 정치적 셈법 깔려있어"
전체 가맹점 중 수수료율 우대가맹점 96.2% 달해..."비정상적"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및 수수료율 시장 중심 개편 고려해야"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카드사 적격비용 제도의 영향으로 카드사가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 대신 다른 사업을 영위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알짜카드와 같은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민간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해 가맹점 협상력을 키우고, 시장 중심으로 수수료율을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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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카드학회 콘퍼런스에서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첫번째 세미나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메가경제] |
메가경제는 지난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카드학회 콘퍼런스 현장을 찾았다. 이날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사의 카드론 중심 대출채권 확대에는 계속되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카드사 영업 행태의 변화 요인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적격비용 제도라는 이름으로 금융위원회가 3년 주기로 재산정한다. 그간 2012년·2015년·2018년·2021년 등 4차례 적격비용 재산정이 이뤄졌고, 4차례 모두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됐다.
이로 인해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약 2.3%에서 0.5%로, 연 매출 3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중소규모 가맹점 수수료는 3.6%에서 1.1~1.5%로 낮아졌다.
김 교수는 “2021년 적격비용 산출 결과 가맹점 수수료율에 따른 우대가맹점(연 매출 30억원 이하)이 전체 가맹점(299.3만개)의 96.2%에 달한다”며 “이는 비정상적인 결과다. 이렇게 카드 수수료율을 한계까지 인하하면 카드사는 구조조정 등 인력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현 카드사 적격비용 제도에 금융당국의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서지용 교수는 “현재 카드사는 대손비용, 조달비용의 증가에도 판매관리비, 카드비용 절감으로 이익을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당국은 적격비용 제도가 안정화됐다면서 카드사 사업 중 카드론 비중이 20%를 넘는 기형적 형세에서도 이상한 셈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영세 사업자를 위한다는 명분 하나로 카드사를 대부업체로 둔갑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카드사와 가맹점의 상생을 위해 현 일률적인 수수료율 산정보다는 시장 논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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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로 인해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시장의 경쟁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진= 메가경제] |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로 인해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시장의 경쟁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용카드가맹점은 여전업법에 따라 고객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고객에게 물품의 가격을 현금가보다 비싸게 받는 등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가격차별금지조항이라 부른다.
윤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시장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한국의 적격비용 체계와 같이 정부가 가격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무수납제와 가격차별금지 등의 규제를 한꺼번에 폐지하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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