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발효 기술 극대화 노려...샘표, 지주사 접고 사업회사로 통합

유통·MICE / 심영범 기자 / 2026-11-02 11: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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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식품 중심으로 경영구조 재편…자산·재무 역량 통합해 투자 효율성 강화
장류 외 매출 비중 48.7%…연두·폰타나·티아시아 등 브랜드 다각화
해외 매출 4년 연속 성장…현지 유통망 확대와 수익성 확보는 과제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샘표가 지주회사 체제를 정리하고 사업회사 중심의 경영구조 재편에 나선다. 80년간 축적한 발효 기술과 전통 장류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재무 역량 통합을 통한 투자 여력 확보와 해외 사업 확대가 맞물리면서 샘표가 전통 식품기업에서 글로벌 발효식품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샘표식품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샘표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이후 존속법인은 샘표식품이며 샘표는 소멸한다. 합병 예정일은 2027년 2월 1일이다.

 

▲ 표가 지주회사 체제를 정리하고 사업회사 중심의 경영구조 재편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기존에는 샘표가 지주회사로서 투자와 자회사 관리 기능을 담당하고 샘표식품이 식품 제조와 판매를 맡는 구조였다. 합병이 완료되면 투자와 관리, 제조와 판매 기능이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된다. 경영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기대다.

 

합병 추진에는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샘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자산총액 기준인 5000억원에 미달해 2027년 6월 30일 유예기간 종료 이후 지주회사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여기에 2027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라 기존 영업수익으로 인식하던 지분법 이익이 매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장 유지 요건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커졌다.

 

사업회사인 샘표식품을 존속법인으로 선택한 것은 사업 연속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샘표식품은 생산시설과 영업 인허가, 800여명의 임직원, 국내외 주요 거래 계약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사업 운영 기반을 유지하면서 지배구조와 재무구조를 통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합병의 가장 큰 기대 요인은 투자 재원 확보다. 지주회사 샘표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사업회사인 샘표식품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차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생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샘표는 K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제천 신공장 건설 등 주요 생산 거점에 대한 설비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경우 안정적인 생산능력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합병을 통한 재무 역량 결집이 사업 확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장류 중심 사업구조 탈피…비장류 매출 절반 육박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샘표의 중장기 성장전략에서 중요한 축이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 전통 장류에 집중됐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소스와 간편식, 글로벌 식문화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샘표식품의 2025년 품목별 총매출은 4551억원으로 전년 4499억원보다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장류 매출은 2333억원으로 전체의 51.3%를 차지했다. 장류 외 제품 매출은 2217억원으로 48.7%에 달했다.

 

장류 외 제품이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까지 확대됐다는 점은 사업구조 변화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연두와 폰타나, 티아시아, 차오차이 등 브랜드를 통해 기존 장류 소비층을 넘어 다양한 식문화와 소비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연두는 샘표의 발효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콩을 발효해 만든 식물성 에센스로, 기존 간장이나 소스와 다른 활용성을 앞세워 해외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연두 해외 매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독일 아누가에서 혁신 제품으로 선정된 이후 독일 레베(REWE), 스위스 미그로스(Migros) 등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했다. 미국에서도 홀푸드와 알버트슨스, HEB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티아시아와 차오차이 등은 아시아 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활용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브랜드다. 기존 장류 사업에서 축적한 발효와 소스 제조 역량을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다각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 해외 매출 4년 연속 증가…유럽·북미 공략 확대

 

해외 사업은 샘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 매출은 2022년 501억원에서 2023년 544억원, 2024년 629억원, 2025년 661억원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1%에서 14.5%로 높아졌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표 제품은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 재단과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한 유기농 고추장이다.

 

샘표는 현지 식문화와 소비자 기호를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고 독일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주요 유통망에 입점했다. 최근에는 덴마크와 폴란드, 벨기에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했다. 올해는 이탈리아와 노르웨이까지 유기농 고추장 판매 국가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완두간장이 차별화 제품으로 꼽힌다. 대두 대신 완두를 원료로 사용해 콩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도 선택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글루텐프리와 비건, 비유전자변형(Non-GMO) 특성을 앞세워 건강과 식품 성분에 민감한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독일 아누가와 프랑스 시알 파리에서 혁신 제품으로 선정됐으며 지난해 말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코스트코 45개 매장과 아마존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해외 사업의 성장세는 긍정적이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4.5% 수준이다. 국내 사업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국가별 식문화와 유통환경이 다른 만큼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과 유통망 확보, 브랜드 인지도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

 

◆ 80년 발효 기술이 경쟁력…연구개발 투자로 신사업 기반 확보

 

샘표의 글로벌 사업 확장 기반에는 80년간 축적한 발효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1946년 창업한 샘표는 장류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미생물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식품 제조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현재 샘표는 우리발효연구중심과 우리맛연구중심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3000종의 미생물 자원과 90여건의 발효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매출의 약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등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지속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 가운데 연구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20%에 달한다. 식품기업으로서는 연구개발 역량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1955년 시작된 장류 연구는 2013년 충북 오송에 문을 연 발효 전문 연구소 우리발효연구중심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는 콩알메주공법이 꼽힌다. 고초균을 배양해 콩알 하나하나에 접종하는 방식으로 전통 메주의 발효 원리를 현대 생산공정에 구현한 기술이다.

 

최근에는 발효 기술의 활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간장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 염도를 낮추는 기술을 저염간장과 맛간장 등에 적용하고 있으며, 발효 과정에서 당류를 줄이는 기술을 활용해 당류 0g인 양조간장 제로도 선보였다.

 

발효 원료 역시 콩에서 완두와 현미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100% 생현미 발효 제조 기술을 백년동안에 적용했으며 대두 대신 완두를 발효해 간장의 풍미를 구현하는 완두간장도 개발했다. 전통 장류 제조에 집중됐던 발효 기술을 건강 지향 제품과 대체 원료 기반 식품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외부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지난 9월 샘표식품을 신규 패밀리기업으로 지정했다. 양 기관은 공동 연구과제 발굴과 기술이전, 사업화, 연구개발 인프라 교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발효 기술과 외부 연구 역량을 결합해 고부가가치 식품소재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같은 연구 역량은 식품업계 최초 월드클래스 300 기업 선정과 우리발효연구중심의 우수 기업연구소 지정 등으로도 이어졌다. 발효 기술을 단순히 기존 제품의 품질 개선에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소재와 제품을 개발하는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적도 최근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샘표식품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20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5억원으로 31.5% 늘었다. 매출 증가율을 웃도는 영업이익 개선 폭은 수익성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합 이후 확보한 재무자원을 실제 매출과 이익 증가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제천 신공장 등 설비투자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투자 집행 시기와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가동률 관리가 중요하다.

 

미국 사업의 수익성 확보도 살펴봐야 한다. 샘표식품은 미국 자회사 SFS에 1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대여한 바 있다. 해외 사업 확대 과정에서 현지 법인의 재무 건전성과 투자 효율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합병 이후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변화도 관심사다. 합병비율은 샘표식품과 샘표가 1대 2.0881235로 결정됐다. 합병이 완료되면 박진선 대표가 샘표식품의 최대주주로 변경될 예정이다.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확보하고 통합 이후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경영진의 과제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 샘표와 사업회사 샘표식품으로 분산돼 있던 경영 자원과 재무적 역량을 하나로 모아 핵심 사업과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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