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금융이 가진 두얼굴, 건강한 생태계 지속 위한 감시필요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홍콩 조사 업체 GMT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숨겨진 부채가 최대 6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배경에는 공급망 금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명확히 밝혀진 사실이 아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주제로한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GMT는 지난 2021년 중국 부동산 대기업 헝다그룹 부실 문제를 찾아내 파산 가능성을 경고한 업체다. 그렇기에 세간은 중국 BYD가 현재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거액의 ‘숨은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공급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을 늦추는 등 ‘공급망 금융’에 의존하고 있다는 GMT의 주장을 흘려듣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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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자료=네이버 영화] |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 위기를 배경으로, 당시 한국 경제의 위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인생의 아름다워’의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혜수 (한시현 역), 허준호 (갑수 역), 조우진 (재정국 차관 역) 그리고 뱅상카셀(IMF 총재 역)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 기업들은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어음 발행을 남발하고 결국 연쇄 부도로 이어진다. 이는 공급망 금융의 한 형태인 어음 제도를 악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당시 기업들은 어음을 발행하여 자금과 원료를 조달했지만, 결국 어음 만기일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연쇄 부도를 초래했다.
공급망 금융은 기업이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자금 조달 및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금융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때, 기업은 공급망 금융을 통해 대금 지급 시기를 조절하거나, 협력업체에 자금을 미리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 흐름을 관리할 수 있다.
반면 일부 기업들의 부채 은폐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례로 제조사라면 부품을 만드는 여러 회사들로부터 사 와야한다. 이 부품을 사올 때 돈을 바로 주는 게 아니라 나중에 주기로 약속할 수 있다. 이걸 쉬운 말로 외상이라고 부른다.
공급망 금융은 이렇게 외상으로 사 온 부품 값을 나중에 갚는 대신에, 다른 방법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A 회사가 부품 회사에 “내가 너희에게 100만 원 빚졌는데, 지금 당장 갚는 대신에 돈을 빌려줄게. 그 돈은 나중에 갚을 테니, 너희는 그 돈으로 임금 등 급한 불을 끄렴”하는 식으로 말이다.
대신 A 기업은 이를 회계 장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거나, 숨기는 방식으로 부채를 은폐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자동차 회사는 당장 갚아야 할 빚(부채)을 나중에 갚아도 되는 것처럼 숨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빌려주는 것도 결국에는 갚아야 할 빚이다.
실제 1997년 국내 대기업 일부는 어음 발행을 통해 하청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대금지급을 미루면서 국가 경제 위기를 심화시켰다.
이처럼 공급망 금융이 부채를 숨기는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제2의 외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공급망 금융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며, 기업들은 투명한 회계 처리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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