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지노 잡겠다는 정부 vs 살려달라는 업계”…30년 만의 제도 개편 충돌

여행·레저 / 심영범 기자 / 2026-08-05 10: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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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투자했는데 규제부터"…카지노업계, 기금 인상·면허 갱신제에 반발
업계·학계 "복합리조트는 관광 인프라…부담 확대보다 투자 유인책 병행해야"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카지노 산업 규제 개편을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 간 의견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는 관광진흥기금 부담 확대가 국내 카지노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지난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카지노산업 법·제도개선 정책 간담회’에서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카지노 관련 제도 개편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논의는 카지노 라이선스 갱신제 도입, 카지노 영업권 양도·양수 사전인가제 신설, 관광진흥기금 부과체계 개편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 한국관광학회 서원석 회장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카지노 산업이 지난 30여 년 동안 국내 관광산업과 외화 획득에 기여해 왔지만, 글로벌 카지노 시장은 복합리조트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기존 규제 체계만으로는 변화한 산업 환경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정부가 공공성 강화와 관리 체계 개선을 중심으로 제도 개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산업 기반 유지와 투자 안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양측 간 시각차를 드러냈다.

 

◆ “정부 믿고 수조원 투자했는데 정책 바뀌면 누가 투자하겠나”

 

강대석 인스파이어 전무는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상황에서 사업 개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뀐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스파이어는 지난 2016년 정부의 복합리조트 사업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다.

 

강 전무는 “당시 공모 조건이었던 5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자, 1조원 이상의 투자 규모, 1000실 이상의 5성급 호텔, 국제 공연장과 국제회의 시설, 쇼핑시설 등을 모두 충족했다”며 “총 투자 규모는 약 1조97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외국인 투자금만 6억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완료했다고 해서 곧바로 수익성이 확보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복합리조트는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운영 안정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도 금융비용과 토지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어 아직 영업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카지노 시설이 복합리조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강 전무는 “카지노는 전체 시설 면적 기준 약 4% 수준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투자금은 호텔, 공연장, 국제회의시설, 쇼핑시설 등 비게임(non-gaming) 콘텐츠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한 이유도 카지노 하나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 변화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뒤 이뤄져야 한다”며 “투자자가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이 확보돼야 해외 자본도 한국 시장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월스텐홈 인스파이어 카지노 총괄 역시 카지노를 단순 사행산업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4년부터 카지노와 호텔 산업에 종사하며 미국, 캐나다, 마카오, 필리핀, 베트남 등 다양한 시장을 경험했지만 한국은 외국인 투자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주요 카지노 시장은 단순 카지노 시설이 아니라 호텔, 쇼핑, 공연,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복합 관광시설 형태로 성장했다”며 “한국 역시 복합리조트를 통해 새로운 관광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텐홈 총괄은 카지노 수익이 다시 관광 콘텐츠 투자로 연결되는 구조를 강조했다.

 

그는 “인스파이어가 약 4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 아레나를 조성한 것도 카지노 사업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라며 “K팝 공연과 국제 이벤트를 유치하고 지속적으로 시설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카지노는 문화관광산업의 부담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관광 콘텐츠 성장을 지원하는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부담 확대보다 산업 성장과 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의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제주드림타워 방상훈 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 제주드림타워 “면허 갱신제는 투자와 고용 불확실성 키울 것”

 

제주드림타워 방상훈 이사는 “카지노 산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사업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추진될 경우 현장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또는 5년 단위 면허 갱신제가 도입되면 사업자는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지고, 종사자 역시 고용 안정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드림타워의 고용 창출 효과도 강조했다.

 

방 이사는 “드림타워 이전 당시 직원 수는 103명이었지만 현재는 1210명까지 늘어났다”며 “카지노 산업은 단순 매출 산업이 아니라 지역 고용과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력업체 인력까지 포함하면 약 3000명이 관련돼 있다”며 “제도 변화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와 새로운 규제 도입 간 균형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관광진흥법에는 이미 카지노 사업자를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규정이 존재한다”며 “기존 제도 개선 없이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 적절한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관광진흥기금 인상 논란…업계 “추가 부담은 투자 여력 축소”

 

관광진흥기금 부과체계 개편 역시 이날 간담회의 핵심 쟁점이었다.

 

업계에서는 현행 부담률이 높아지고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경우, 코로나19 이후 회복 단계에 있는 카지노 산업이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롯데관광개발 이창성 재무담당 이사는 “재무 담당자가 직접 회사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책 변화가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드림타워는 지난해 카지노 매출 약 4700억원을 기록했지만 관광진흥기금과 각종 세금 부담 이후에도 적자를 기록했다”며 “추가적인 부담 확대는 기업의 재무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순기 제주드림타워 경영지원 이사는 해외 카지노와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구조적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해외 주요 카지노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시장 구조를 갖고 있지만 국내 카지노는 대부분 외국인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고객 유치를 위한 해외 마케팅 비용과 투자 부담이 별도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세율만 해외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시장 구조와 고객 확보 방식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제주드림타워 김홍균 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김홍균 제주드림 이사는  “산업을 키워 세수를 확대하는 것이 맞지, 산업을 위축시켜 세금을 늘리겠다는 접근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최근 제도 개편 발표 이후 관련 기업 주가 하락을 언급하며 “시장은 선진화보다 산업 위축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책 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글로벌 카지노 산업은 단순 사행시설이 아닌 복합리조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마카오와 싱가포르처럼 카지노를 관광·숙박·미식 콘텐츠와 결합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특히 카지노 매출의 핵심인 VIP 고객 유치를 위해 고급 호텔, 레스토랑 등 차별화된 관광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논의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과 수요를 어떻게 창출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며 “투자 활성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학계 “복합리조트는 관광 인프라…별도 정책 체계 필요”

 

학계에서는 카지노 산업 내부에서도 사업 형태에 따른 차별화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상열 배화여대 겸임교수는 “현재 관광진흥법상 모든 카지노가 하나의 업종으로 분류돼 있지만 실제 시장 환경과 기능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외화 획득을 목적으로 도입된 카지노와 글로벌 관광시장에서 경쟁하는 복합리조트를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합리조트는 호텔, 문화시설, 쇼핑시설, 공연장이 결합된 관광 플랫폼”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효과까지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기원 한국게이밍관광전문협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이기원 한국게이밍관광전문협회 회장은 카지노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 자체는 필요하지만, 부담금 확대 정책은 산업 현실과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국내 카지노 산업도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 선진화가 필요하다”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관광진흥기금 부담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기금 인상 자체는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규모와 시기”라며 “사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는 세율 조정 과정에서도 사업자에게 운영권 연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산업 성장을 유도했다”며 “부담 확대와 함께 투자 유인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석 강원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이재석 강원대 교수는 “문체부의 정책 방향과 학계의 의견이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며 “당시 간담회에서도 특정 방향에 찬성하거나 반대하기보다는 카지노 산업이 지난 30여 년 동안 관광진흥법 체계 안에서 운영되면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부족했던 부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지노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업계와 정부 부처가 다를 수 있다”며 “카지노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인 만큼 관광산업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카지노 산업이 단순한 기업 활동을 넘어 고용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주민과의 상생 등 다양한 요소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해외 사례로 마카오를 언급하며 “마카오는 카지노 사업자들에게 비(非)게이밍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확약을 요구했고, 원도심 재생 등 지역 발전 역할까지 요구했다”며 “카지노 사업자에게는 단순 영업 외에도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함께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자가 원하는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권자가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함께 고려해야 업계의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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