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관련 펀드 설정잔액 74조 5350억원 달해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미래에셋금융계열 멀티에셋자산운용이 최근 홍콩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펀드 자산의 90%를 상각 처리한 것을 계기로 금융투자업계의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빌딩 투자실패로 300억원을 자기 자금으로 투자한 미래에셋증권과 해당 펀드를 매입한 초고액 자산가들이 약 24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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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계열 멀티에셋자산운용이 최근 홍콩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펀드 자산의 90%를 상각 처리한 것을 계기로 해외부동산 부실에 따른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
해당 펀드를 765억원이나 판매한 우리은행의 경우 이를 매입한 초고액 자산가들이 입은 일부 손실분을 보상해주는 등 사적 화해에 나섰으나 정확한 보상액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상업용 해외부동산 투자가 집중된 지난 2017년 조성한 펀드의 만기가 올해 하반기 도래하면서 5년간 부실화된 펀드 자산이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잔액은 74조 5350억원에 달한다. 2010년 1조 9121억원에서 2016년 20조 906억원으로 사상 처음 20조원을 돌파한 뒤 2017년에 29조 2915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작년말 71조 8872억원에서 올해 7월 21일까지 6개월여 기간 2조 6478억원이 더 늘었다. 무엇보다 2019년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가장 많았던 만큼 당장 올 하반기부터 해외부동산 펀드 자산 부실화로 인해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통상 펀드의 설정기간이 5년이상이라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가 많다”며 “환매가 불가피하고 자산 가격이 불리해도 청산이 이뤄지면 급격한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장 올 하반기부터 해외부동산투자 펀드에 대한 자산 손실분을 재무제표 반영하게 되면 (증권사들의) 급격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빌딩 투자실패 사례는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펀드의 자산 부실화로 대규모 손실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앞서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6월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빌딩에 대출하기 위해 해당 펀드를 조성했다. 모기업인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투자자들은 중순위로 2800억원(미화 2억 4300만달러)을 대출해줬다.
당시 이 펀드는 10개월 만기에 연 5.2%의 기대수익률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기관투자자는 물론 최소 10억원 이상 가입한 초고액 자산가들의 투자금이 몰린 바 있다. 초고액 자산가에게 가장 많이 펀드를 판매한 곳은 우리은행과 미래에셋증권이지만 한국투자증권 400억원, 유진투자증권도 200억원을 투자했다.
심지어 한국은행 노동조합까지 해당 펀드를 20억원이나 매입해 우리은행·미래에셋증권 투자 및 판매분을 뺀 875억원을 다른 기관투자자와 초고액 자산가들이 고객들이 투자한 셈이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에 투자금 상환은 불발됐고 현지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자산이 부실화됐다.
해당 펀드는 만기를 3년 넘게 연장하다 빌딩 매각을 계기로 최종 손실을 확정했는데 이들 펀드 판매자만 원금을 회수했을 뿐 대부분 대규모 투자손실을 입은 만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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