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배우사업 정리 속사정,'돈먹는 하마' 배우 몸값이 부른 선택?

방송·영화 / 이동훈 / 2025-01-20 10:22:49
드라마 찍으면 배우 '빌딩', 소속사·제작사는 ‘쪽방’
K-컬쳐 일등공신 CJ ENM 경영난, 고액 출연료도 한몫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최근 YG엔터테인먼트가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선택을 넘어 영화·드라마 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YG엔터테인먼트는 본업인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 그 일환으로 배우 매니지먼트 업무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진=연합뉴스]

YG엔터테인먼트에는 차승원, 김희애, 유인나, 수현, 정혜영, 이성경, 장기용, 한승연, 손나은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소속되어 있다. YG엔테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들과는) 마지막까지(계약 만료까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YG가 잘하는 음악 사업 집중을 위한 차원”이라고 메가경제에 전했다.

메가경제 취재를 종합해보면 YG엔터테인먼트는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면 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A’사 총괄디렉터는 “(YG엔터테인먼트는) 배우에 치우친 비율과 지원으로 적자가 심했던 것으로 안다”며 “사실 (배우매니지먼트 사업만) 분리해서 매각도 생각했겠지만, 재무재표를 까보니 (배우들한테)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 결국 못 팔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디렉터의 말을 확대 해석해보면, 인수 희망자들이 있었지만 이들도 채산성이 맞지 않아 매입을 결국 포기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여러 히트작을 낸 드라마제작전문 ‘C’사 관계자도 “제작비 상당수가 배우 몸값”이라며 “배우는 빌딩을 사도, 제작사와 소속사는 쪽방 신세를 면하기 어렵기에 결국 드라마의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 등)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PPL’ 등 드라마에 직접 집어넣을 광고 수주에 달렸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지난 2018년 출범해 K컬쳐를 세계화 반열로 이끈 일등공신 CJ ENM의 적자 배경에도 거품 낀 배우 몸값 등 드라마 제작비용이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CJ ENM 관계자는 메가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CJ ENM의 드라마가 히트해도, 정작 배우 인건비 등 제작비를 지출하고 나면 남는 것 없는 실정이었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경우 예를 들면 드라마 편당 제작비용은 약 10억 원 가량 든다고 했다. 즉 24부작인 경우 240억이 드는 셈이다. 이것도 배우 몸값이 회당 3~4억 원 일 때이지, 10억원을 요구하는 유명 톱배우들 경우는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 현실이다.

웬만한 블럭버스터 영화의 제작비보다 더 나온다. 이런 이유로 드라마 다수가 12부작 혹은 10부작으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CJ ENM은 K컬쳐를 세계화 반열로 이끈 주요 기업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지만, 인기 배우들이 수백억원대 건물주로 서민들의 염장을 지르는 동안 회사는 가난해지는 기묘한 덫에 걸려버린 형국이었다는 하소연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 종료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CJ ENM의 사례와 유사하게,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배우의 인지도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되는 불안정한 사업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OTT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배우의 영향력이 과거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YG의 3분기 매출은 868억원, 영업 손실은 77억원, 2분기 매출 900억원, 영업손실 110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YG 음악가들이 번 돈으로 배우들의 비싼 몸값과 매니지먼트 비용을 충당했지만, 블랙핑크 등 간판 아티스트들이 활동을 사실상 멈추면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9.7% 줄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이에 YG는 지난해부터 스튜디오플렉스 매각 등으로 음악 이외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또한 글로벌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는 ‘베이비몬스터’ 등 신예 아티스트들의 부상, 컴백 예정인 블랙핑크 등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YG는 “그동안 본업 집중을 위한 사업 구조 재편에 꾸준히 힘써왔다. 2025년은 그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며 “우리의 핵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음악 산업에서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면서 YG의 또 다른 성장사를 기록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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