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묵은 제품도 신상”…농협하나로유통, 납품사서 3억 챙기다 ‘철퇴’

유통·MICE / 주영래 기자 / 2026-08-11 09: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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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개 납품업체 187개 상품서 ‘신상품 장려금’ 3억원 수취…최장 8년9개월 지난 제품도 포함
계약서 863건 평균 30일 늑장 교부·판촉사원 43명 무약정 투입…3년째 적자 속 과징금 4.6억원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출시된 지 최대 8년 9개월이 지난 제품까지 ‘신상품’으로 분류해 납품업체로부터 장려금을 받은 농협하나로유통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계약서 수백 건을 뒤늦게 교부하고 판촉사원을 사전 서면약정 없이 매장에 투입한 사실도 함께 적발됐다. 매출 감소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입점업체에 비용과 부담을 떠넘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 하나로유통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사진=AI]

공정위는 농협하나로유통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4억6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0일 밝혔다.

제재 대상은 △계약서면 지연 교부 △판촉사원 파견 사전 서면약정 미체결 △신상품이 아닌 상품에 대한 입점장려금 수취 등이다.

◆8년9개월 된 제품까지 ‘신상품’…43개 업체서 3억원 받아

이번 제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신상품 입점장려금’이다.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1월 판매장려금 관련 업무처리 매뉴얼을 개정하면서 신상품의 기준을 실제 시장 출시 시점이 아니라 ‘하나로마트에 새로 입점한 시점’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 나온 지 수년이 지난 제품이라도 하나로마트에 처음 입점하기만 하면 입점 이후 6개월 동안 납품금액의 10%를 신상품 입점장려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가 보는 신상품의 기준과는 차이가 컸다. 공정위는 신상품 입점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원칙적으로 시장 출시 후 6개월 이내 제품으로 보고 있다.

농협하나로유통은 이 같은 내부 기준을 적용해 2021년 2월부터 11월까지 43개 납품업체의 187개 상품에서 총 3억236만원가량의 신상품 입점장려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시장 출시 후 6개월이 지난 상품은 물론 출시된 지 최대 8년 9개월 이상 지난 제품도 포함됐다.

결국 ‘시장 신상품’이 아니라 ‘하나로마트 신입 상품’을 신상품으로 간주해 납품업체에 장려금을 부담시킨 셈이다.

공정위는 이를 거래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합리적 범위를 넘어선 판매장려금 수취로 판단하고 대규모유통업법 제15조 위반으로 봤다.

현행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납품업체에 금전이나 물품, 용역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판매장려금 역시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만 받을 수 있다.

◆계약서 863건 ‘뒷북 서명’…일부는 100일 넘게 늦어

납품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위법 행위가 대거 확인됐다.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426개 납품·입점업체와 총 863건의 특약매입·직매입·임대계약을 체결하면서 양측 서명이 완료된 계약서를 제때 교부하지 않았다.

납품업체가 계약 시작 전에 이미 서명을 마쳤지만 농협하나로유통 측의 서명이 늦어진 사례가 710건에 달했다.

계약이 시작된 뒤에야 납품업체에 계약서를 넘긴 경우도 153건이었다.

계약 시작일부터 농협하나로유통의 서명이 완료된 계약서가 실제 납품업체에 전달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0일이었다. 이 가운데 64건은 계약서 교부가 100일 이상 지연됐다.

거래가 이미 시작됐는데도 정작 계약 당사자인 납품업체는 완성된 계약서를 한 달가량 뒤에 받아본 셈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계약을 맺을 경우 거래 형태와 품목, 기간 등 주요 조건을 담은 서면을 즉시 납품업체에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촉사원 43명 먼저 일시키고 약정은 나중에

판촉사원 운영 과정에서도 절차 위반이 적발됐다.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4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0개 납품업체로부터 총 11차례에 걸쳐 판촉사원 43명을 파견받았다.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파견을 요청한 사례였지만 판촉사원이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인원과 기간, 근무시간 등의 조건을 서면으로 약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판촉사원은 사전 파견약정도 없이 최대 365일 동안 하나로마트 매장에서 일했다. 이 기간 납품업체가 부담한 판촉사원 인건비는 총 1억820만원에 달했다.

현행법상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체 직원을 자신의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요청하고 파견 조건을 사전에 서면 약정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매출은 줄고 3년째 적자…부채는 760억원 증가

이번 제재는 농협하나로유통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농협하나로유통 매출은 2023년 1조2915억원에서 2024년 1조2711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1804억원까지 내려앉았다. 2년 연속 매출 감소다.

수익성도 좋지 않다. 영업손실은 2023년 318억원에서 2024년 404억원으로 확대됐고 지난해에도 39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74억원에 달했다.

재무 부담도 커졌다. 부채는 2023년 2123억원에서 지난해 2885억원으로 약 762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본총액은 5125억원에서 4047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대형마트 시장에서 농협하나로유통의 지난해 매출 기준 점유율은 3.1%로 집계됐다. 2024년 3.4%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공정위는 농협하나로유통에 재발 방지를 위한 행위금지명령과 함께 납품업체 등에 제재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통지명령을 내리고 총 4억6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상품이 아닌데도 신상품 입점장려금을 수취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대규모유통업자를 엄중히 제재했다”며 “합리적 범위를 넘어선 판매장려금 수취가 위법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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