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모델페스티벌, 존중 공감 조화 균형으로
다문화가정서 스타 나와야, 편견·차별 극복 가능 [메가경제=이동훈 작가] “양의식은 아시아의 마음이자 영혼이다. 존중과 공감, 조화와 균형으로 이뤄진 삶의 모델이다.”
늦가을 햇살 향이 창가 깊숙이 배인 서울 논현동 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AMFOC) 집무실. 이곳에서 만난 양의식 AMFOC 회장은 최근 자서전 '아시아는 스무살'을 출간했다. '모델.COM', '모델전략', 'MODEL CREBIZ' 등 이후 오랜만의 저서로, 양 회장의 40년 개인사뿐만 아닌 모델의 시점에서 패션과 산업 100년사를 총망라했다는 소식에 각계각층의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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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의식 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AMFOC) 회장.. [사진=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 |
화려함 뒤에 숨겨진 가시밭길, 이 세계를 동경한 가난한 시골 소년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톱모델로 성장하고, 교육자이자 학자로서 맨땅에서 모델학의 이론 체계를 세우고, 한국모델협회장으로서 을의 지위에 있던 모델들의 권익 및 위상을 향상시켰고, 종내는 한국을 수도로 아시아 28개국을 하나로 묶는 모델 기반 글로벌 뷰티 플랫폼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을 성공시킨 그의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인터뷰는 못다 한 이야기로 채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아시아 모델계의 거장이 건넨 첫마디는 전혀 뜻밖이었다.
◆ 위기의 인구절벽 시대, 다문화인식 개선 시급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문화 인식 개선을 통한 사회 통합,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차별 없이 교육받고 사회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가존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짚은 것이다. 양 회장의 말대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2020년 기준 0.84명으로 매해 사상 최저치를 갱신 중이다. 저출산은 노동력 감소, 고령화 가속화, 국방·경제를 포함한 국가경쟁력 약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양 회장은 아시아 28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의 일정 소화를 위해 일본에서 인도까지 친히 방문하지 않은 국가가 없다. 그런 만큼 한국·중국·일본의 인구는 점차 초고령화되고 있고, 베트남·인도 등은 젊어지는 인구의 양극화 현상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른 위기의식도 누구보다 강하다.
2010년대부터 우리 정부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 장려정책과 다문화 가정 확대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한국은 단일민족으로서의 특징과 가족문화, 지역주의 문화가 다소 강한 편이에요. 이는 가끔 영미권을 제외한 타문화에 대한 인지와 이해도 부족으로 나타나죠.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 문화적 우월성을 타민족에게 강요하고, 문화를 소비하는 국가의 민족적 특징과 소비양상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일부는 한국인이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면서까지 타인의 삶에 개입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낯설어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비하하는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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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의식 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AMFOC) 회장. [사진=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 |
◆ “한류의 확산과 다문화 사회, 양립을 위한 과제”
한류를 대하는 자세에도 묻어난다. 한류에 대한 지나친 국가적 자부심 등이 한류 소비국의 문화 민족주의와 자국산업 보호주의를 자극해 반(反)한류를 촉진시킨다는 전문가들의 걱정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의 한류는 인적 물적 자원의 호혜적 지원을 기반으로 하거나 문화콘텐츠를 통한 일방향적 수출과 소비를 지향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 양 회장의 진단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가는 과정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 회장의 말은 ‘우리는 새로운 경제적 문화적 동력으로서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문제는 없는 것일까’라는 원초적인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진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구체적인 문제들은 수없이 많지만, 결국 마주하는 문제는 ‘인종차별’‘편견’‘문화적 갈등’, 이 세 가지이다. 이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 소통을 방해하고 단절을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 여기에 대한 그의 해법은 명쾌하다.
“타문화에 대한 존중과 공감입니다.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을 18년 주최하면서, 많은 아시아인을 만났어요. 인간 문명 대략 오천년, 아시아 어느나라 융성하지 않았던 나라는 없어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등 누구나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며,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쌍방향 소통을 통해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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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복 모델 활동을 하던 젊은 시절의 양의식 회장. [사진=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 |
◆ 아시아모델페스티벌, 존중과 공감으로 아시아를 하나로
양 회장은 지난 40년은 한국 모델계와 패션산업의 연대기 그 자체였다. 그 결과물이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한 일을 무일푼으로 일궈냈다. 척박한 모델계의 위상을 높여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발로 뛴 결과다.
그가 모델일에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골 출신의 무일푼인 그에게 누구나 모델은 무리라고 했다. 1984년 도투락 아이스크림 광고 모델로 모델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오랫동안 일이 없었다. 일이 없었던 양 회장은 모델 에이전시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속기도 많이 속았다. 그러다 유명 배우가 크라운 맥주 광고를 펑크내면서,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양회장은 시인 바이런처럼 하루 아침에 일어나보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 이후 삼성물산 빌트모아, 코오롱 맨스타 등의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방송·드라마 출연이 쇄도했지만 누구나 선망하는 그 일이 싫었다. 양 회장은 모델로 기억되고 남기를 원했다. 이는 모델로서의 자긍심이었다. 모델 출신으로는 첫 박사 학위를 받은 양 회장은 후배들을 위해 대학에 모델학과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대덕대 모델학과를 비롯해 서경대 모델연기전공까지, 이 모두가 그 결과물이다.
2005년 모델협회장에 당선되면서 배우, 가수들보다 위상이 낮은 모델들의 자존감을 높여 줄 방안을 고민했다. 연기로 전업한 모델들은 늘 연기를 못한다는 선입견에 시달렸다. 모델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연기를 전공한 배우들과 비교 대상이 됐다. 양 회장은 선·후배 배우들이 모델 출신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알리지 못하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듬해 한국모델어워즈를 만든 계기가 됐다. 대성공이었다. 한국모델어워즈를 만들면서 배우로 성공한 모델들이 자신이 모델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밝히기 시작했다.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의 출발은 한국모델어워즈를 일본, 중국의 모델들에게까지 확대한 2회 대회때부터였다. 더군다나 동북아 3국이 참여한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아시아로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몽골에서 열린 ‘BBQ모델선발대회’를 다녀온 후 아시아 문화와의 쌍방향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경제적으로 앞선 서구뿐만 아니라 한류도 각국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강요했죠. 저는 우리의 문화를 강요하기보다는 각국의 문화와 삶을 존중하는 인터랙티브 소통과 교류를 원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아시아모델페스티벌’입니다.”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은 아시아의 모델, 디자이너, 뷰티 아티스트, 패션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문화 교류와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은 크게 세 가지 행사로 구성되는데 우선 아시아 모델 어워즈는 모델의 위상을 정립하고 아시아 모델 산업의 발전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축제이다. 아시아 오픈 컬렉션은 아시아의 전통 의상과 디자인 아이템을 소개하는 패션쇼이다. 페이스 오브 아시아는 아시아 각국의 모델을 대상으로 하는 아시안게임 형태의 모델 대회이다.
이 행사는 아시아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은 아시아의 다문화를 존중하고 공감하는 행사이다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아시아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다문화 가정 출신 인재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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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복 모델 활동을 하던 젊은 시절의 양의식 회장. [사진=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 |
◆ 다문화 인식 개선의 열쇠, ‘스롱 피아비’ 같은 스타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스롱 피아비 같은 스타를 자주 배출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양 회장이 모델계 40년, 아시아모델페스티벌 18년을 일구며 얻은 다문화 가정 인식 개선을 위한 진정한 해법이다. 스롱 피아비는 캄보디아에서 태어나 2010년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우연히 접한 당구의 재능에 눈이 떴고, 이후 승승장구 한국을 대표하는 당구여제로 자리매김했다. 양 회장은 스롱 피아비와 같은 성공사례들이 다문화 가정 인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찍이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을 통해 깨달았다.
베트남 모델 트린 옹옥이 아시아모델페스티벌 경력을 발판으로 해외팬까지 거느린 글로벌 스타로 성장했고, 미얀마 모델 툰코코는 페이스 오브 아시아에서 수상하자 카퍼레이드 환영식을 받을 정도로 국가영웅 대접을 받았다. 현재 툰코코는 글로벌 엔터테이너로서 활약하며 미얀마 모델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2020년 대상을 수상한 체체나 키르키스도 투바공화국을 아시아 각국에 알렸다. 이들은 자국내 모델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은 이제 다문화 가정에서도 스타 모델들이 탄생하도록 키즈모델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려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 사회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다문화 가정과 구성원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은 아시아의 미래를 위한 행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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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양의식 회장. [사진=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 |
◆ 존중과 공감, 조화와 균형
오인서 법무법인 화인 대표 변호사는 “의리와 신의의 사람, 특별히 사익을 도모하지도 않으면서 매년 국내외를 분주히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 홍보하고 설득하며 준비하는 한결같은 모습의 애국자”라고 그를 평가했다. 김현환 전 문화체욱관광부 1차관은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오고 속정 많은 시골 출신의 소년이 여러 가지 인생 고비마다 인생을 올인하며 역경을 헤쳐왔다”고 그의 인생을 정리했다. 이대영 중앙대 예술대학원장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면서도 미래적 통찰과 의지력을 갖췄다”고 했고, 모델 후배인 강신 서경대 교수는 “모델 활동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하대받는 경우가 허다했던 시절, 그 맨땅과도 같은 황무지에서 모델의 위상을 높이고 모델을 통해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값진 성과를 일궈낸 모델, 한국 모델 발전의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양 회장을 평가했다.
국가도 양 회장의 헌신에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방송통신위원장 상 선플지도자 부문 대상으로 보답했다.
양 회장의 한결 같은 삶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이를 위한 존중과 공감은 ‘사람’, 조화와 균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연주자들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공감을 이루고, 다양한 악기들이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면 음악은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양의식, 그의 삶은 존중과 공감, 조화와 균형으로 일관되기에 아름다운 여정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 길은 아직도 완성을 향한 현재 진행형이다.”
글을 쓴 이동훈은 현역 기자이면서 영화 각색가 및 어린이도서작가로 활동 중이다. 의료상, 보도대상 등을 수상했고, 보건복지부 미래의료포럼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 경기도빙상경기연맹 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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