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화롄 대지진' 규모 7.4 강진 '원폭 32개 위력'…"경제적 손실 최대 1억 달러 가능성"

국제 / 류수근 기자 / 2024-04-04 03:16:08
9명 사망‧946명 부상…먼지구름에 8층건물 45도 기울기도
USGS, 대만 강진 '사망자 10∼100명' 가능성 42%로 예측
대만 25년 만의 강진…태평양 둘러싼 '불의 고리'서 발생
150㎞가량 떨어진 타이베이 중정기념관도 정문도 피해
고층건물 지붕 수영장서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기도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대만 동부 화롄(花蓮)현 앞바다에서 3일 오전 규모 7.4(대만 당국 발표는 규모 7.2)의 강진으로 건물붕괴, 도로단절, 산사태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90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대만 당국은 이번 강진이 1999년 9월 21일 규모 7.6 지진(921 지진) 이후 25년만에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당시 지진으로 약 2400명이 숨지고 건물 5만 채가 파손된 바 있다.

 

▲ 대만 소방관들이 3일 발생한 '화롄 대지진' 피해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만 TVBS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대만 중앙재난대응센터 집계 결과, 이번 '화롄 대지진'으로 3일 오후 7시 기준 9명이 숨지고 946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137명은 고립 상태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연합보, TVBS TV 등 대만 현지 매체와 SNS 등에 따르면, 산악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지진 발생 순간 산쪽에서 엄청난 규모의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땅이 순식간에 격렬하게 흔들리는 것을 체감한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하느라 안간힘을 썼고, 진원에 가까운 인구 35만명의 관광도시 화롄에서는 8층짜리 빌딩이 크게 기울어진 뒤 붕괴 직전에 위태롭게 멈춰섰다. .


▲ 지진 발생 당시 산사태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먼지구름이 피어나는 장면. [대만 TVBS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이날 화롄 대지진은 최초 지진 발생 10여 분 뒤 규모 6.5의 여진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7시 30분까지 여진이 총 200여 차례 뒤따랐다. 이 가운데 오전 8시 11분께(6.5)와 10시 14분께(6.2)는 규모 6.0 이상의 여진이 관측됐다.

대만 매체들은 지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 지진이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의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오전 7시 58분 대만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EMSC에 따르면 지진은 화롄에서 남동쪽으로 12㎞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20㎞로 관측됐다.

▲ 대만 강진 지역별 진도. [그래픽=연합뉴스]

대만 기상서(기상청)는 오전 7시 58분께 규모 7.2의 지진이 화롄현 정부에서 남남동 방향으로 25㎞ 떨어진 해역(북위 23.77도, 동경 121.67도)에서 발생했고, 진원 깊이는 15.5㎞였다고 발표했다. 화롄에서 관측된 최대 진도는 6강이었다. .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관련 사망자와 경제적 손실에 대해 각각 '노란색 경보'로 분류하면서 사망자 추정치가 10∼100명일 가능성을 42%로 가장 높게 봤다. 또 경제적 손실 추정치는 1천만∼1억 달러(약 135억∼1350억원)일 가능성을 34%로 가장 높게 봤다 ..

‘원폭 32개 위력’의 이번 강진으로 화롄 지역은 건물붕괴와 산사태, 도로단절 등 도시 전체가 흡사 폭격을 맞은 전쟁터로 순식간에 변했다.

▲ 3일 대만 동부를 강타한 규모 7.4 강진으로 화롄 지역 건물이 심하게 기울어 있다. [화롄 AFP·CNA=연합뉴스]

진앙에서 가까운 화롄의 8층짜리 티엔왕싱(天王星) 빌딩은 지진 직후 심하게 흔들리면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2~13도 정도 기울더니 건물 뿌리가 뽑힐 수준인 45도로까지 기울어진 뒤 붕괴 직전에야 가까스로 멈춰셨다. 1층과 2층은 상부의 충격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찌그러진 상태다.

소방당국은 티엔왕싱 빌딩 고층에 고립된 주민들을 사다리차를 동원해 구조했다.

화롄현 소방국은 "아침에 건물이 쓰러진 뒤 지금까지 경사각도가 5도 정도 높아졌다"며 "중력에 여진이 계속돼 건물 전체가 쓰러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화롄의 베이빈 거리에 있는 1층 브런치 가게는 건물이 폭삭 내려앉으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 둥화대 이공1관 실험실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대만 TVBS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국립 둥화대(東華大)의 이공1관 실험실에서는 지진 발생 직후 화재경보가 전해지기도 했다. 지진 당시 화학물질이 떨어져 폭발 조짐을 보이자 화재진압 요원들은 현장에서 철수하고 외곽경계로 전환해 실험실 100m 밖에서 봉쇄선을 치고 인명피해를 막았다.

대만 동부를 가로지르는 쑤화(蘇花)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는 산사태로 암석들이 쏟아져 내리면서 트럭 운전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화롄과 멀지 않은 신베이(新北)시에서는 일부 공장 창고가 붕괴됐고 안전 우려로 도시 철도 운항이 일부 중단되기도 했다.

이 지역에는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고급 고층빌딩이 있는데, 이 빌딩의 루프톱 지붕에 설치된 수영장 물이 이번 지진의 충격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이번 화롄 대지진은 화롄 지역에서 150㎞ 정도 떨어진 수도 타이베이(臺北)에도 일부 피해를 줬다.

타이베이에 있는 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을 기리기 위한 ‘중정기념당’(中正紀念堂) 정문이 지진 충격에 일부 부서졌고, 타이베이에서는 출근길 지하철이 출렁거려 운행이 약 1시간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 지진의 충격은 대만과 가까운 일본 서남부 오키나와현의 남부 섬 지역에도 미쳤다.

NHK에 따르면, 오키나와현에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연안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됐으며, 요나구니지마와 미야코지마에서는 30㎝, 이시가키지마에서는 20㎝의 해일이 관측됐다. 요나구니지마에서는 최대 진도 4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오키나와현에선 피난한 노인 2명이 넘어져 다치는 등 모두 4명이 다쳤고, 이시가키시에서는 수도관이 누수돼 당국이 조사중이다.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 생산라인 직원들이 한때 대피하면서 일부 반도체 생산이 한동안 멈추기도 했다. TSMC는 이날 신축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신주 과학단지 관리국은 TSMC의 안전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으며 예방 차원에서 주난 지역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당국은 원전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은 환태평양 조산대를 이르는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위치해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 중 하나다.

화롄 대지진이 발생한 대만 동부 지역은 바다 쪽 필리핀해판과 대륙 쪽 유라시아판의 경계 부근에 위치해 과거에도 종종 대규모 지진을 겪어왔다.

‘불의 고리’는 태평양 주변을 둥그런 띠처럼 둘러싸고 크고 작은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판의 경계로, 해양판과 대륙판이 부딪히면서 지진과 화산이 자주 일어난다.

남반구 칠레 서부에서 올라가 미 서부 알류샨 열도, 러시아 캄차카 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내려온 뒤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지나 뉴질랜드까지 고리 모양으로 이어진다.

2011년 3월 규모 9에 달한 동일본 대지진, 2010년 칠레를 강타한 규모 8.8의 강진, 지난해 12월 필리핀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 등이 모두 ‘불의 고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 진도 6강이 관측된 대만 화렌현에서는 2018년 2월 지진으로 빌딩이 무너지는 등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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