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류수근 기자]민주당과 통합당이 협치를 앞세워 문을 열었던 21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일도 시작하기 전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강력한 반발과 제1야당 몫이라는 관행에도 민주당이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일사천리로 결행해 극한 대치의 핵심이었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회는 15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 소속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표결을 거쳐 전반기 18개 상임위원장 중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200616/p179566285233713_630.jpg)
법사위원장에는 4선의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당선됐고, 기획재정위원장에는 윤후덕, 외교통일위원장에는 송영길, 국방위원장에는 민홍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는 이학영, 보건복지위원장에는 한정애 의원을 확정했다.
반면 예결위원장을 포함한 나머지 12개 상임위원장은 일단 유보됐다.
국회에 따르면, 개원 국회에서 제1 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제7대 국회 때인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국회법에 규정은 있지만, 국회의장이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한 통합당의 의원들을 강제로 배정한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국회에 따르면 7대 국회 개원 당시 이효상 국회의장이 야당이던 신민당 의원들의 상임위를 강제로 배정했다. 신민당이 부정선거 의혹 등을 이유로 국회 등원을 거부하자 의장이 야당 의원들을 무소속으로 간주, 상임위 배정을 단행했었다는 것이다.
본회의장에는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무소속 등 187명의 의원이 참석했지만, 통합당은 물론 보수 야권에 속하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윗줄 왼쪽부터),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아랫줄 왼쪽부터), 이학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각각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200616/p179566285233713_787.jpg)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며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고, 주 원내대표는 "협상도 아니고 협박의 과정이었다"며 무력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으로서는 최소한의 자존심과 안전장치가 다 짓밟혔다"며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4·15 총선에서 177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범여권 정당까지 규합해 거대여당의 힘을 유감없이 드러냈고,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은 수적 열세를 절감해야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 안건처리 절차)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했고, 이제 후속 입법 과제를 남겨놓은 상태다. 당장 오는 7월 공수처 출범을 위한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이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의원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투표한 뒤 동료들과 악수하고 있다. 윤 의원은 결국 21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에 선출됐다. [사진=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200616/p179566285233713_958.jpg)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공수처 출범을 비롯한 여권의 '개혁입법' 노력은 이제 강력한 추진력을 갖게 됐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법사위원장의 의사봉이 없으면 모든 게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쟁점 법안의 경우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제1야당이 위원장을 맡아온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에 걸려 처리가 지연되거나 발목 잡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윤호중 위원장도 "우리 사회의 마지막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사법부와 검찰의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법제도의 질서가 사회에 정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법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법사위에 박범계 박주민 백혜련 송기헌 김남국 김용민 소병철 의원 등 법조계 출신 의원을 대거 배치했다. 그러나 당초 법사위를 희망한 민주당 황운하,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들어가지 못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200616/p179566285233713_880.jpg)
앞서 민주당 김태년·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박병석 국회의장실에 모여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원 구성 막판 협상에 나섰으나 핵심 논제인 법사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입장 차만 확인하고 30여분 만에 헤어졌다.
여야 합의 실패에 고심을 거듭하던 박 의장은 '국민과의 약속'을 내세워 마침내 법사위를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기로 결론 내렸다.
이후 의장의 제안을 받은 민주당은 곧장 민주당 몫의 해당 상임위원장 내정자를 선정하고 위원 배분 작업에 들어갔으나, 통합당은 상임위원 배분안 제출을 거부하고 버티기에 나섰다.
결국 박 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6개 상임위에 통합당 의원들을 강제 배정하는 강수를 뒀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서는 상임위원 배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본회의는 예정보다 4시간 늦어진 오후 6시께 개의됐다.
본회의를 시작한 박 의장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상태서 일부 상임위원회부터 구성하게 된 걸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투표 시작 전 홀로 본휘의장에 들어온 주 원내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21대 국회를 망치고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2년 동안 한국 정치를 황폐화하는 첫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발언대에 오른 초선 원내대변인인 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여야 협력의 정치를 위해 야당에 많은 것을 양보했다"며 반박을 이어갔고,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이후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가 시작됐고, 6개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 상정에 이어 투표와 개표, 의결이 선포되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진=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200616/p179566285233713_426.jpg)
극한 대치 속에서도 국회선진화법을 의식해서인지 양당 간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7시 37분, 박 의장은 "다음 본회의에서 남은 상임위원회 구성까지 모두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여야에 당부하며 헌정사에 남을 만한 본회의의 산회를 선포했다.
민주당의 6개 상임위원장 선출 결행으로 정국 급랭이 예상된다. 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당이 의사일정 거부 방침을 밝혀 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결행한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16일 6개 상임위의 전체회의를 열어 입법·예산 활동에 착수할 방침이다.
하지만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35조3천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추경안 처리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예산결산특위가 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결위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통합당이 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고, 민주당도 일단 6개 상임위원장 선출 대상에서 예결위를 제외했다.
여야가 돌파구를 마련해 국회가 조기에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칫 정부의 3차 추경안 처리가 늦어지며 위기 극복의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와 예산 집행을 명분으로 최악의 경우 통합당을 제외한 원 구성 완료도 고려하고 있어 향후 정국의 향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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