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여당' 새 원내대표에 '당권파 친문 정책통' 김태년 선출..."일하는 국회 협치 리더십 기대"

정치 / 류수근 기자 / 2020-05-07 20:29:22
1차 투표서 이례적 과반…'친문 핵심' 전해철 상대로 승리
비주류 지지에 막판 읍소 주효 "통합 리더십으로 당 모으겠다"
"친문·비문 없다"면서 통합·안정 강조…협력적 당청 관계 전망
야당과는 '제도 통한 협치' 방침…국회법 개정 추진에 마찰 가능성
"3차 추경 상당규모로 빨리…전국민 고용보험, 가야할 길이나 다른 검토도 필요"
야권 “협치리더십 기대”...통합 "국정운영 동반자로서 야당 존중해야"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당권파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태년(56·경기 성남수정)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177석의 ‘슈퍼 여당’을 이끌 첫 원내사령탑의 자리에 올랐다.


김 의원은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총회에서 전해철·정성호 의원(기호순)을 누르고 21대 국회에서 거대 여당을 이끌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전체 당선인 163표 가운데 과반인 82표를 얻으면서 결선 투표 없이 곧바로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인 총회에서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태년 후보(가운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인 총회에서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태년 후보(가운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 의원에 이어 이른바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친문 핵심'인 전 의원은 72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고,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비주류 후보였던 정 의원은 9표를 얻는 데 머물렀다.


김 신임 원내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당선된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둘은 친문 그룹 내 포지션에서는 차이가 있었으나 친문 주류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 때문에 친문 성향인 163명 당선인의 표심이 분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여기에 둘 다 워낙 팽팽한 세 대결을 펼치면서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투표 전까지만 해도 오히려 문 대통령과 더 가까운 거리를 강조한 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1차에서 의외로 쉽게 갈렸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4선의 김 원내대표가 과반을 차지하며 3선인 전 의원을 누른 것이다.


몸을 낮춘 '막판 읍소' 작전이 막판 현장 표심에 영향을 미쳤고, 당내 주류뿐 아니라 비주류 중 상당수의 표가 김 원내대표에게 쏠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협상 실력에서 만큼은 여당 내 최고로 알려진 수도권 4선(21대 국회 기준) 중진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와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 약력. [그래픽=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와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 약력. [그래픽= 연합뉴스]


지난 2019년 5월 8일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던 김 의원은 그후 절치부심한 끝에 2년의 세월을 넘어 재수에 성공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코로나 방역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속에 민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4·15 총선 이후 처음 치러진 터라 그 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더 크게 쏠렸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두루 소통할 수 있는 '친문' 중진이자 이해찬 대표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의원의 당선에 따라 주류인 친문으로의 여권 권력 지형 재편이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 앞에는 거대 여당의 원내사령탑이라는 기쁨 이상으로 무거운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21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으로서 전세계를 휘감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앞장서서 해법을 모색해야 하고 개혁 입법을 완수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축과 고용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국회·권력기관 개혁 등 개혁입법에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덩치가 커진 만큼 여당 신임 원내대표의 책임감과 리더십은 더욱 막중해졌다.


거대 여당을 이끌기 위한 통합과 균형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20대 국회에서 꽉 막혔던 대야 협상력도 높여야 한다. 그러면서 당·정·청 삼각 공조로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잘 마무리하도록 뒷받침도 해야 한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당장 21대 전반기 원 구성과 각종 민생·개혁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내 리더십과 대야 협상력의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오는 7월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공수처장 임명 등 공수처법 후속 집행도 원만히 이뤄내야 한다.


김 원내대표는 ‘능력’을 앞세우는 ‘냉철한 정책통’의 면모와 함께 ‘뜨거운 가슴’을 함께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태년 후보가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태년 후보가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남 순천 출신의 김 원내대표는 구두 수선공인 아버지와 생선 행상을 하는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키운 '흙수저'였다.


순천고를 졸업하고 학생운동에 투신한 그는 경희대 수원캠퍼스 총학생회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간부로 활동했고, 1987년 6월 항쟁 당시에는 그 한복판에 섰다.


대학을 졸업 후 경기도 성남에 정착한 그는 성남청년단체협의회 의장과 민주주의민족통일성남연합 공동의장 등을 지내는 등 풀뿌리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인 것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였다. 대선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본부 성남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그후 2004년 17대 총선에서 40세의 나이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18대 총선에서 전국 최소 격차인 129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으나, 지역 민심을 더욱 굳건히 다진 끝에 19·20·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했다. 재선 때인 19대 국회에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서 협상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후 2017년 대선 때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특보단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특히, 2만6천여 명 규모의 국민특보단을 이끌며 '가짜뉴스' 대응에 앞장섰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정책위의장을 지내며 민주정부 3기 국정과제의 큰 얼개를 그리고 실현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어 추미애 대표에 이어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연달아 정책위의장으로 중용되며 '정책통'으로서의 능력도 공인 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수락 연설과 기자간담회,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 제도개혁, 통합의 리더십, 야당 존중과 협치, 속도감 있는 개혁입법 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그는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키고 21대 국회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속도감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가장 시급히 처리할 문제는 일하는 국회 체계를 만드는 국회 개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켜서 제도를 통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럴 때만이 또 협치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법 개정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모든 것은 속도가 생명"이라면서 "국회법에는 어떤 결정의 속도를 늦추는 이런 장치들은 다 제거하는 것"이라며 ▲상시국회 시스템 도입,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등 법제사법위 월권 방지, ▲복수 법안소위 구성 등을 언급했다.


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8일 새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서는 "내일 오후에 뽑히고 그쪽에서 시간만 내주면 바로 만날 생각"이라면서 "우리가 177석이어서 통합당 103석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입니다마는 매우 큰 당이고 제1야당이다. 국정의 파트너로서 충분히 존중하고 정성을 다해서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면서 "통합의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의 역량을 위기 극복에 집중시키겠다"고 밝혔다.


경제 위기 극복대책과 관련해서는 “원내대표가 직접 챙기면서 속도를 내겠다"며 "경제를 지키고 일자리를 지켜내서 국민의 고통을 줄이는데 사력을 다하겠다.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롭게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는 "필연적"이라며 "가급적 빨리 추진돼야 하고 상당한 규모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야될 길이기는 하나 제도의 완결성을 가지려면 다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있는데 일단 갈 수 있는 만큼은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해서는 "추천·임명은 엄밀하게 정당의 권한이 아니다. 정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게 돼 있다"며 "후속법안 처리도 시급하고 7월 (공수처) 출범도 앞두고 있기에 관련 절차는 의원과 당 지도부와 충분히 상의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또 21대 원 구성 여야 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과 충분히 협의해 합리적인 배분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몫 국회 상임위원장 가운데 여성 의원을 30% 임명하는 등 국회직과 원내직에서 여성 의원들의 입지를 확보해주는 방안과 관련서는 "경선 과정에서 여성 의원들과 약속했기 때문에 지키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김태년 원내대표의 당선을 일제히 축하하며 '협치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미래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어느 때보다 여야 간 협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김 신임 원내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20대 국회는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으로 대화와 타협이란 의회 정신이 실종됐다"며 "이제는 변해야 한다. 180석의 거대 여당은 의석수만큼 그 책임감과 사명감이 남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싸우는 국회, 일하지 않는 국회는 없어야 한다. 여당이 야당을 협상 파트너로서,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존중할 때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21대 국회 집권여당의 첫 원내대표로서의 소임을 잘 수행하길 바란다"고 우선 당선을 축하했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을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며 "국회가 민생입법과 개혁입법에 매진해 국민의 정치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집권여당 초대 원내대표의 책임이 대단히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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