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성장·물가 예상보다 약해져…경기회복 뒷받침 필요"
일본 수출규제도 경기판단에 영향…연내 추가인하 가능성
[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한국은행이 전격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p) 내렸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올린 지 8개월 만에 금리 방향을 바꾼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6월 1.25%로 0.25%포인트 낮춘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그동안 기준금리는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에 0.25%포인트씩 올랐다.
이날 금리인하는 시장의 예상을 깬 전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한은이 시장의 예상보다 한 발 앞서 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을 크게 밑돌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1분기 역성장(-0.4%)에 이어 2분기 반등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치며 성장세가 둔화하자 금리인하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718/p179565938854220_130.jpg)
여기에는 미 연준이 이달 말 금리를 내릴 것이 확실시되면서 한은의 금리인하 부담을 덜어준 측면도 있다. 한은 안팎에선 미국의 금리 결정을 지켜본 이후 금리 행보를 결정해오던 과거 한은의 행보에 비추어볼 때 7월보다는 8월 인하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7월 인하를 단행한 것은 한은이 그만큼 지금의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대외경제 여건과 관련해 “세계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교역이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정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경제는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고 소비가 증가세를 이어가겠으나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718/p179565938854220_940.jpg)
이에 따라 한은은 이날 금리 인하 결정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반기 중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앞으로의 여건도 낙관하기 어려운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1%에서 0.7%로 내렸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과 물가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고 밝혔다.
결국 부진한 경기와 목표 대비 낮은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금리 인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718/p179565938854220_112.jpg)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에 중요 변수인 반도체 경기 역시 미중 무역분쟁과 '화웨이 사태' 등으로 이르면 올해 말, 아니면 내년 상반기에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경제 활력이 저하되고 수출·생산·투자가 부진한 상황이라 금리인하가 불가피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반대' 소수의견은 1명(이일형 금통위원)이었다.
한은의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정책공조론'과 맥이 닿아 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적극적인 재정정책, 더 나아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각국 중앙은행의 공감대"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금리인하가 이번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상황에 따라 11월 말 0.25%포인트 더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오늘) 금리를 낮춰 정책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긴 했으나, 경제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며 추가 인하 여력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에 대해선 "조금 더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할 수도 있고,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출처= 한국은행]](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718/p179565938854220_495.png)
이날 이 총재는 최근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 데 금리인하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인식도 보였다.
그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도 (집값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주택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은은 다른 전망치도 줄줄이 낮췄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0.4%에서 -5.5%로 대폭 낮춰 잡았고, 건설투자 증가율도 -3.2%에서 -3.3%로 낮췄다.
경상수지도 흑자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흑자규모가 애초 기대했던 665억 달러에서 590억 달러로 대폭 줄어들고, 내년에도 585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한국은행]](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718/p179565938854220_654.png)
한은은 우리나라의 2019∼2020년 잠재성장률도 2.5∼2.6%로 재추정했다. 2017년 발표한 2016∼2020년 잠재성장률 추정치(2.8∼2.9%)보다 낮아졌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1.1%에서 0.7%로 낮췄다.
상품의 수출과 수입 역시 당초 전망에선 2.7%와 1.6%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이번에는 수출이 0.6% 증가에 그치고 수입은 -0.5%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4월 전망 발표 이후, 특히 최근 한두달 상황이 빠르게 변화했다"며 성장률 전망치가 비교적 큰 폭으로 수정된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한두달 상황 변화'로는 미중 무역분쟁,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변화, 그리고 일본의 수출규제 등을 꼽았다.
그는 "수출규제가 현실화되고, 경우에 따라 확대된다면 수출, 나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과연 한은의 선제적인 금리인하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나라 경제에 어느정도 활력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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