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제도 ‘백색국가’에서도 한국 제외할 것” 보도 주목
[메가경제 장찬걸 기자]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과 관련한 보복으로 반도체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사실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오전 일본 우익계열의 매체인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은 '반도체 재료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日정부, 징용공(徵用工·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칭) 문제에 대항해 4일부터'라는 제목아래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방침을 재검토해 TV나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불가결한 리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7월 4일부터 강화한다”고 밝혔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30일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대법원 배상판결과 관련 경제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출처= 산케이신문 인터넷판]](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701/p179565921334275_976.png)
이 신문은 이같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소송을 놓고 “한국 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을 내놓지 않는 데 대한 사실상의 대항(對抗) 조치”라고 분석하고, “규제가 발동되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7월 1일 발표한다‘며 구체적인 일정까지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와 동시에 첨단소재 등의 수출과 관련해 수출허가 신청이 면제되는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외환법)에 따른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며, 이를 위해 "7월 1일부터 약 1개월 간 공청회를 실시, 8월 1일을 목표로 운용을 시작한다"고 추가했다.
그러면서 “백색 국가에서 제외된 후부터는 출하별로 국가 수출 허가를 취득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백색국가는 안전보장 상 일본이 우호국(友好國으)으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영국 등 총 27개국이다. 한국은 2004년에 지정됐다”고 백색국가 제외가 미칠 영향도 설명했다.
이 신문이 대 한국 수출 규제 대상이라고 밝힌 반도체 핵심소재 세 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소재이고, 리지스트는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이며,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는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재료다.
이 신문은 “수출을 규제하는 3품목은 모두 군사 전용이 쉽지만 그동안 한국에는 절차의 간소화 등 우대 조치를 취했다. 일본 정부는 이것을 7월 4일부터 계약마다 수출허가로 바꾼다. 허가 신청과 심사에는 90일 정도를 필요로 하게 된다”고 밝혔다.
세계 전체 생산량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약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차지한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이 소재들의 대부분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쓰고 있어 갑자기 대체 수입처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피해가 예상된다.
이 신문은 “규제가 엄격해지면 반도체 대기업인 삼성전자나 OLET TV를 선도하고 있는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에도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같은 대항조치를 단행하게 된 일련의 배경도 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일 관계가 현저하게 손상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신뢰관계 아래 수출 관리에 임하는 것이 곤란해졌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징용 피해자들이 배치됐던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을 시작으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법 위반 상태라며 한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며 피해자 중심의 해법을 모색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분쟁처리 절차를 주장하며 중재위 가동을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달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출연으로 재원을 조성해 위자료를 주자고 제안했으나 일본 정부는 거부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주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회담이 끝내 불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G20 정상회의 폐막 되자마자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실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대항 조치가 실행되면 일본 수출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여 ‘한국에 대한 단순위협용’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산케이신문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의 수출 경제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꽉 막혀 있는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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