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최초보다 최고"...삼성전자의 용단, 칭찬받아 마땅

칼럼 / 강한결 / 2019-04-26 00:54:18

[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출시가 잠시 숨을 고른다. 잇따른 화면 결함 논란을 완벽히 해소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일로 세계 최초의 폴더블 폰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의 자존심에도 적잖은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임기응변의 편안함보다 와신상담의 고달픔을 택함으로써 세계 최고를 지향하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삼성 설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제일주의(第一主義)' 유전자가 삼성전자에 그대로 녹아 있음을 보여준 계기라 평가하고 싶다.


삼성전자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26일로 예정됐던 갤럭시 폴드의 미국 출시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에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되었고, 원인 조사와 함께 손상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방침도 알렸다.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갤럭시 폴드의 지역별 출시도 줄줄이 미뤄졌다.


갤럭시 폴드의 출시 소식은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폴더블 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공개했지만, 기술 결함이 눈에 보이는 수준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갤럭시 언팩 2019'에서 갤럭시 폴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삼성의 당시 발표는 2007년 고(故)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과 비교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은 갤럭시 폴드가 기계적 구조에 의해 접히고 펼쳐지며, 접은 상태일 경우 일반적인 스마트폰과 유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완전히 접는 것이 가능하고, 20만번을 접었다 펴도 제품이 변형되지 않는 내구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하루 100번을 접었다 폈을 때 6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갤럭시 폴드가 자랑하던, 바로 그 화면이 접히는 이음새(힌지)에서 드러났다. 지금까지 밝혀진 결함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화면 중간의 접히는 부분에 전원이 순간순간 차단돼 깜빡거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일부 제품에서는 OLED 위에 붙인 CPI필름이 손으로 쉽게 벗겨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폴더블 폰의 필름은 화면 보호 기능만 갖는 기존 스마트폰의 필름과 달리 그 자체가 하나의 부품으로서 기능한다. 필름이 쉽게 벗겨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디스플레이 앞뒤 커버를 접었다 펴는 기능을 하는 이음새(힌지) 부분에 이물질이 나타나 화면이 툭 튀어나오는 문제다. 힌지 틈새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신뢰도는 하락했고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했다. 삼성전자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앞서 언급한 로욜,중국의 화웨이 또한 폴더블 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폴더블 폰 최초 발매를 통해 공고히 하려한 선두주자 지위도 빼앗길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과감히 연기했다. 또한 유럽과 미국에 사전 배포된 상품에 대해서도 전량 회수조치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측은 '최초'보다 '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분명 삼성전자 측에 뼈아픈 상처로 남겠지만, 삼성의 결정에 응원을 보내는 여론도 적지 않다. 주요 외신의 반응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미국 IT업체 더버지는 "갤럭시 폴드의 출시 연기 결정은 확실히 올바른 조치"라고 평했으며,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이 더 깊은 문제에 빠지는 것을 막았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2016년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초기 삼성전자는 일부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 그동안 판매한 제품 전량을 회수하고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러나 교환 제품마저도 발화하면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생산을 중단했다. 리콜부터 재고 처리에도 어머어마한 비용이 들었다. 스마트폰 강자라는 명성을 되찾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당장은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의 실패를 성공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 완벽한 진단을 통해 진정한 폴더블 폰의 혁신을 보인다면 삼성전자를 향한 소비자들의 믿음은 더 깊고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번 용단은 기업윤리와 완벽히 부합하는 것으로서 경영학계에도 훌륭한 사례연구 대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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