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인터뷰] 더픽트 전창대 대표, VR을 통한 사회적 기업 꿈꾸는 청년 창업가

파워인터뷰 / 강한결 / 2019-03-22 19:19:29

[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지난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9.5%로 집계됐다. 20대 후반 실업자 비중은 2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4%보다 훨씬 높다. OECD 회원국 중 20대 후반 인구의 실업자 비중이 20%를 넘는 국가로는 한국이 유일하다.


구직난에 시달린 청년들은 창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존의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에 도전했다.


더픽트의 전창대(26) 대표이사는 젊음의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창업 동아리로 기틀을 마련하려 했지만, 재정·인력난 등 현실적인 문제를 맞닥뜨렸다.


하지만 전 대표는 우직하게 자신의 '킬러 콘텐츠'를 연마했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VR(가상현실) 영상에 대해 연구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전창대 대표는 더픽트를 법인으로 전환했고, 스타트업계에서 이름을 알리는 청년 창업가로 발돋움했다. 20일 오후 (주)더픽트의 전창대 대표를 만났다.



◆ 열혈 기자지망생, VR을 만나다


[사진 = 더픽트 제공]
[제공 = 더픽트]

"저는 원래 기자를 꿈꿨습니다. 대학교 입학 후 1개월이 지나기 전, 저는 학보사에 들어갔습니다. 3년간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편집장을 맡기도 했죠."


전창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상촬영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그리고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자의 꿈을 키워갔다. 오랜 학보사 생활, 학부 학술제 신문팀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대표는 어느 순간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고찰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플랫폼이 우후죽순처럼 생겼지만, 언론은 여전히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카드 뉴스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짧아진 뉴스 형태가 등장했지만, 전 대표는 가장 중요한 매체는 변화가 없다고 느꼈다.


군 전역 이후 전 대표는 VR 영상을 접하게 됐다. 그는 VR이야말로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화재 현장 등 사건·사고를 글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현장성을 강조해도 대중은 현장을 완벽히 느낄 수 없어요. 하지만 VR은 다릅니다. 360도 VR 영상이야 말로 생동감 있는 현장을 전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전 대표는 VR이라는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2015년 당시에는 VR이라는 개념이 대중들에게 낯설었기에, 전 대표는 유튜브와 해외 서적을 통해 조금씩 VR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전 대표는 VR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분야라고 판단했다. 360도 영상으로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전 대표는 2016년 창업동아리 브이알로(VRRO)를 만들었다. 열혈 기자 지망생은 VR을 통해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 동아리를 넘어 법인설립까지, 더픽트의 시작


[사진 = 더픽트 제공]
[제공 = 더픽트]

"고민이 많았어요. 동아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창업을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수익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했어요. 창업동아리를 정리하고 6개월가량은 아무것도 안 했어요. 결국 재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새롭게 회사를 꾸리게 됐습니다."


창업동아리 브이알로를 운영하면서 충분한 가능성을 봤지만, 전 대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회사의 인지도는 조금씩 늘어났지만,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전 대표는 브이알로를 정리하고 6개월 동안 사업에 대한 재구상을 시작했다. 사업구조 개선에 대한 구상이 끝난 후, 전 대표는 법인회사를 차렸다. 기업 이름도 ‘브이알로’에서 PICT로 바꿨다.


전 대표는 픽트(PICT)가 People과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를 합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위한 정보통신기술', 더픽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새 출발 이후 전 대표의 사고도 변했다. VR을 참신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던 도중, 전 대표는 온라인 홍보 마케팅 분야로 눈을 돌렸다.


그는 VR을 '갈 수 없는 장소와의 연결'이라고 정의했다. 더픽트는 VR을 통해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전 대표는 'KTX 기장실 체험 VR 콘텐츠'를 예로 들었다.


더픽트는 한국철도공사 홍보·교육용 KTX 기장실 체험 VR 콘텐츠를 만들었다.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조회 수 1만7000여 건을 기록하며, 더픽트를 알리는데 큰 일조를 했다.


"KTX 기장실 체험 영상은 더픽트의 지향점이 묻어난 프로젝트예요. 장기적으로 더픽트는 VR 콘텐츠를 통한 진로체험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관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KTX 기장실 VR 콘텐츠는 최고의 체험이 될 수 있어요.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비행기 기관실 VR영상을 제공할 수 있겠죠."


전 대표는 춘천의 옥 광산 방문 촬영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VR 영상 촬영을 위해 광산 내부를 직접 내려가서 촬영했는데,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이윤을 위한 집단이지만, 소비자들을 위한 사회적 공헌도 신경 써야 한다"며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소아암 환자들을 예로 들었다.


"업무차 소아암 병동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소아암 병동에 있는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서 바깥을 나가기 힘들어요.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병동에만 있으니 우울증에 걸린 경우도 많아요. 저는 아이들이 VR영상 콘텐츠를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영상과 사진보다 높은 현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픽트가 만들고 싶은, 만들어야 할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 VR 산업의 부진 원인… "'킬러 콘텐츠' 부족, 본질적 이해가 필요해"


[사진 = 더픽트 제공]
더픽트 사무실 [제공 = 더픽트]

"현재 한국 VR 산업은 부진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결국에는 콘텐츠의 부재에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VR을 너무 단편적으로 소비한 게 패인이라고 봅니다."


전 대표는 VR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VR 콘텐츠는 크게 360도로 촬영된 실제 영상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영상이 있다. 그는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산업군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드는 가상 현실 콘텐츠를 VR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실상 대기업이 아닌 경우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창업자들은 VR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며 "창업 아이템과 VR이 어떠한 연관성이 있으며, VR로 진행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VR을 통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 더픽트가 선택한 것은 360도 실제 영상이었어요. 이를 통해 지역 관광지를 소개할 수 있고, 기업상품 홍보도 가능해요."



◆ 청년창업자를 위한 전창대 대표의 조언


[사진 = 더픽트 제공]
[사진 = 더픽트 제공


"지금 청년들이 창업하기 정말 좋은 시기에요. 확실한 아이템과 그것을 홍보할 능력만 있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전 대표는 청년창업의 강점을 역설했다. 그의 말처럼 정부는 창업희망자에게 많은 기회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재정적인 지원뿐 아니라, 창업에 대한 노하우도 전하고 있다.


전 대표는 이른바 '꼰대문화'가 점차 사라지면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기 쉬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벤처기업, 스타트업의 정신이 확산되면서, 나이가 어려도 능력이 있다면 동등한 위치에서 사업을 구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 대표는 청년창업이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더픽트는 전 대표를 포함해 6명의 직원으로 구성됐다. 더픽트의 직원은 모두 20대 청년이다. 그는 "VR이 좋아 창업을 했는데, 6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청년창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회경험 부족, 인프라 미흡, 자금난 등 다양한 이유로 적지 않은 청년들이 실패를 경험한다. 실패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전 대표는 창업 준비과정에서 보조금에 집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기관의 지원이 많다 보니, 보조금만 따내려 하는 '보조금 헌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보조금을 먼저 받고 소진해서 망하는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며 "결국 창업을 포기하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청년 창업가에게 보조금 사업은 복권과 같아요. 하지만 자신이 직접 번 돈이 아니기에 쓰기도 쉬워요. 이런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해요. 올바른 청년창업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보조금 헌터'가 사라져야겠죠. 철저한 시장검증을 통한 아이템 연구가 필수라고 생각해요. 보조금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수단인데,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죠."



◆ "지방 기반 기업 성장해야"… 전창대 대표의 사명감


전창대 대표와 더픽트 직원들 [제공 = 더픽트 제공}
전창대 대표와 더픽트 직원들 [제공 = 더픽트]

더픽트는 현재 강원대학교에 위치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시절을 춘천에서 보냈지만, 전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했다. 연고가 없는 춘천에서 창업한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청년창업자가 수도권을 거점으로 삼는다. 서울과 수도권은 인재채용이 용이한 지역이다. 상권 역시 크다.


하지만 전 대표는 "수도권에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초기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청년 창업자에게는 부담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전 대표는 지방에 거점을 마련해 초기 비용을 줄이기로 선택했다. 대신 마케팅 비용과 시스템 구축에 과감히 투자했다.


"지방에서 창업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지방만의 장점도 있어요."


전 대표는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 지방에서 사업하는 것은 어렵지만 지방에 있는 기업은 수도권에서도 일하기 쉽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더픽트 사업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서 수주를 받고 있다.


그는 청년창업자들이 지방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 사람들의 니즈가 존재하지만, 수도권 기업이 충족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지방에서 청년기업이 트렌드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에는 청년이 많지 않아요. 청년이 운영하는 기업도 부족하죠. 새로운 유입이 없으니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도 노후화됩니다. 자연스럽게 회사도 노후화되고요. 결국 세대교체가 필요합니다."


최근 더픽트는 강원도의 관광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삼척 장호항, 화천 이외수 문학관 등 강원도 대표 관광지를 VR영상으로 촬영해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평창 대관령 음악숲' 홍보마케팅 전반을 담당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해 1만여 명이 넘는 관광객이 '평창 대관령 음악숲' 축제를 찾았다.


춘천에서 사업을 3년 동안 이어온 전 대표는 기자에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강원도에서 창업한 것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더픽트를 시작으로 강원도에 많은 청년 창업가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창업동아리로 시작해서, 기업의 대표까지. 전창대 대표는 지역사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망한 청년 창업가로 이름을 알려가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강원도에서 창업 이후 사명감을 느낀다는 전창대 대표. 그가 이끌어갈 더픽트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취재후기] 전창대 대표와 인터뷰를 시작한 시간은 저녁 7시였다. 두 시간이 넘는 인터뷰에도 전 대표는 지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인터뷰가 종료된 후 전 대표는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다며 다시 업무를 이어갔다. 기자에게 그는 "대표가 피곤해야 직원들이 편안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창업 3년 차에 접어든 전창대 대표가 10년 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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