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기업인들을 다시 만났다. 취임 초 호프데이 행사를 가진 이후 1년 반 만의 일이었다. 비슷한 성격의 만남이었지만 이번 회동장의 분위기는 호프데이 때와는 크게 달랐던 것으로 읽힌다.
첫 만남 때의 분위기는 마냥 화기애애했다. 다 같이 호프를 마시며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저변에 깔려있었다.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정부의 경제정책을 논의하면서 규제 완화 문제가 거론됐고,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기업들의 애로, 탈원전 이슈도 화제에 올랐다. 때가 때인 만큼 평창올림픽도 화제의 일부를 차지했다. 이처럼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는 것은 정권 초기였던 만큼 시급하고도 절실한 의제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314/p179565874111886_667.jpg)
하지만 이번 만남은 달랐다. 문 대통령이나 기업인들이나 1년 반 전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로 명명된 이번 만남에서 일자리를 집중 거론했다. 고용과 투자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가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그 역할을 기업이 맡아달라는 당부였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기업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업 발굴에 나서줄 것과 함께 투자를 거듭 당부했다. “기업들이 신바람날 수 있도록 정부는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적극 협력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규제 혁신과 협력을 약속했다.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올해 정부의 목표”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뿐이 아니었다.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히 해소하기 위해 힘쓰겠다는 다짐을 내놓기도 했다.
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모임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만남은 대통령의 절절한 심정을 기업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경제적 난국에 대한 구체적 진단이 제시되지 않았고, 논란 많은 정책의 기조를 바꾸려는 메시지를 전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전 관련 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빠져 있으니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 달라는, 한 참석자의 에두른 청이 거부된 것이 그 사례중 하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자유한국당의 “만시지탄”이란 논평이 말해주듯 이번 만남은 기업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 1년 반 전과는 달라졌음을 짐작하게 했다. 기업의 성장 없이는 일자리 증대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청와대가 새삼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이번 청와대 대화는 경제 주체들에게 일말의 기대와 희망을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앞으로도 대화의 끈을 이어가며 이전보다 소통을 활발히 하는 일이다. 세상이 바뀐 만큼 대통령이 기업인을 만나는 것은 결코 부자연스런 일이 아니다. 권위주의가 풍미하던 시절 대통령과 기업인의 은밀한 독대가 불러온 부작용을 의식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 그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소통의 중요성과 함께 한 가지 명심할 점이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적어도 일자리에 관한 한 기업이 주역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각종 정책 지원 등 조연의 역할에 보다 충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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