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포커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된다면...?

글로벌경제 / 강한결 / 2019-01-16 15:38:19

[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세계 경제에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의 우려가 커졌기 떄문이다.


이번 투표로 인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노동당이 제출한 정부 불신임안에 직면하게 됐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 역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찬성 202표 대 반대 432표, 무려 230표 차이로 부결시켰다. 찬성표는 브렉시트 승인에 필요한 전체 의석수의 과반인 320표에 크게 못 미쳤다.


메이 총리는 "의회가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향후 불확실성을 막기 위한 '플랜B'를 21일까지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제시할 플랜B에는 브렉시트 일정 연기, EU와 합의안 재협상,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제2 국민투표 등 다양한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해봤다.


◆메이 총리의 사퇴와 조기 총선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하원에서 치러진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가 부결되면서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연합뉴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하원에서 치러진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가 부결되자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자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해 "메이 총리의 패배는 재앙과 같다"며 앞서 예고해온 대로 정부를 상대로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통과할 경우 하원은 14일 이내에 대안 내각이나 현 내각에 대한 신임안을 표결한다. 만약 이 기간에 어떤 내각도 하원에서 신임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조기총선이 진행된다.


또한 하원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에도 조기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 현재 하원의 총 의석수는 650석이다.


노동당은 다른 야당과의 연정을 바탕으로 정권을 잡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만약 새로운 내각이 들어설 경우 메이 정부가 추진해온 브렉시트 합의안은 통째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메이 총리에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탈퇴가 결정되자 결과에 책임지고 사임했다. 만약 하원에서 메이 총리의 불신임안이 표결된다면 보수당 총리가 2회 연속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메이 총리가 실각할 경우에 대비, 보리스 존슨, 도미니크 랍, 데이비드 데이비스 등 차기 총리 후보들은 이미 미디어를 통해 치열한 선거전을 준비하고 있다.


◆ 메이, 하원 여론 반전 위해 백스톱(Backstop) 입장 변화?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갈등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해묵은 갈등이 폭발한 것은 1960년대 후반 들어서다. [사진= 구글맵 화면 캡처]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갈등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해묵은 갈등이 폭발한 것은 1960년대 후반 들어서다. [사진= 구글맵 화면 캡처]

전문가들은 불신임안에 직면한 메이 총리가 하원의 지지를 위해서 ‘백스톱(Backstop)'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전환기인 2020년 말까지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잔류한다는 내용이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백스톱이 영국을 EU에 무기한으로 잔류·종속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과거 북아일랜드의 분리독립을 둘러싸고 발생했던 유혈사태가 브렉시트로 인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북아일랜드 내부의 오랜 갈등이 폭발한 때는 1960년대 후반 들어서다. 신·구교도들 사이의 치열한 대립이 이어지자 영국 정부는 1969년 8월 군을 투입해 수도 벨파스트를 신교와 구교의 거주 지역으로 분리하는 장벽을 세웠다.


살얼음판 같은 대치 속에서 1972년 1월 30일 영국 공수부대가 북아일랜드 제2의 도시 데리에서 시민들에게 발포하는 '피의 일요일'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피의 복수와 무장투쟁 노선을 내세운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저항이 시작됐다. 이들은 7월 9명을 숨지게 한 '피의 금요일' 사태로 응징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백스톱 조항에 따라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언제까지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남아있을지 합의된 바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최악의 경우 추가 합의 실패로 영국령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에 남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앞서 메이 총리는 하원에서의 합의안 승인 표결 전 “백스톱 없이는 브렉시트 합의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압도적 반대표에서 보듯 백스톱 조항에 대한 입장 변화 없이는 재표결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위기에 몰린 메이 총리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백스톱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최악의 선택,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의 샤를 미셸 총리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계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벨기에의 샤를 미셸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계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현재 전 세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택하는 것이다. '노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상황을 말한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 다음해 3월 EU에 이를 통보했다. 공식적인 탈퇴 시한은 통보 후 2년이 되는 시점인 오는 3월 29일이다.


만약 영국이 이 시점까지 EU와 브렉시트 합의안 서명 및 미래관계 선언에 실패한다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한다. 노딜 상황에서는 영국의 '질서있는 탈퇴'가 불가능해진다.


앞서 영란은행은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8% 감소하고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노딜 브렉시트 여파가 2008년 금융위기보다도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경제 위기는 전 세계 경기에 쇼크를 전할 것이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얼어붙은 글로벌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 브렉시트에 대비하는 한국 정부의 방침은?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 두 번째)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렉시트 관련 관계부처 대응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 두 번째)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렉시트 관련 관계부처 대응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역시 영국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당국자가 참석한 가운데 "정부는 브렉시트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등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산자부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로 영국으로 수출하는 주요 품목 중 승용차 관세가 무관세에서 최대 10%로, 자동차부품 관세는 무관세에서 최대 4.5%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손흥민, 기성용 등 한국 축구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중계도 영국 위성방송사업자가 국내에 직접 전송하는 대신 국내 방송사업자를 거쳐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늘어나며 중계권료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1월 기준 대(對) 영국 수출은 54억4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0.98% 수준이다. 수입은 61억80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1.26%를 차지했다.


승용차, 선박, 항공기부품, 자동차부품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며, 수입 품목은 원유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이 승용차, 의약품 등이다. 한국이 영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원유 3%, 승용차 8%, 의약품 6.5% 등으로 인상된다.


정부는 브렉시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영 FTA 체결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만 협상 체결에 필요한 국내외 절차 등을 고려하면 FTA 체결까지 어느 정도 공백이 예상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이후 상호 무역장벽을 높여 상호 교역이 감소하면 그 틈새를 한국 기업이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정부와 전문가들은 영국과의 교역이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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