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조철민 기자] 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연중 최저점을 새로 쓰며 1090원대로 내려앉았다. 마감가 기준 1100원이 깨진 것은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9원 하락한 1097.5원에 문을 닫아 지난해 9월 29일(1098.8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종가 기준 1100원이 무너졌다.
지난 16일에는 장중 한때 1099.6원까지 떨어졌다가 곧바로 회복해 1100원을 지켰지만, 이날은 장중 내내 1000원대에 머물렀다.
올해 외환시장 개장일인 1월 2일 1208원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추석 연휴 전만 해도 1140원대를 형성했지만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8일(1149.1원)과 비교하면 50여일 새 50원 넘게 하락했다. 달러화마저 최근 미국 세제개편 지연 우려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는 거의 유일하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 화폐다.
원화 강세 이유로는 우선 국내 경기가 좋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전기 대비 1.4%)로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3.2%로 올렸다. 대외적으로 북한발 리스크가 낮아지고 한·중관계가 풀리는 기류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 처리가 불확실해질지 모른다는 소식에 미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된 점도 원화 가치 상승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6일 전해진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전격 체결 소식은 한국의 금융 안전망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았다.
한편 모처럼 환율약세장을 맞이한 주식시장에서는 수입 비중이 큰 항공유를 쓰는 항공주와 수입 원료를 주로 쓰는 음식료주가 강세를 띠고 있다.
대한항공은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700원(5.48%) 오른 3만2750원에 장을 마쳤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도 11.26%, 5.03% 뛰었다.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항공기 임차료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실적이 좋아진다. 환율 하락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지난달까지 가파르게 오르던 유가가 최근 주춤하는 것도 항공주 상승에 힘을 보탰다. 전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3%(0.19달러) 하락한 55.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원유재고량과 생산량 증가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항공 관련주가 국제유가 하락과 원화 강세에 이어 평창 특수가 겹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주는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여행 및 비즈니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며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또 음식료 업체들은 환율 하락에 따른 원재료 구입비용 감소라는 호재를 맞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 새 40원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음식료 기업들이 들여오는 원자재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소맥(-1.6%), 옥수수(-2.3%)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음식료 대장주인 CJ제일제당은 이달 들어 6.28% 상승했다. 지난 9월에 34만원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CJ제일제당은 이달 들어 한때 4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동원산업은 지난 10월 이후 13.64%, 오리온은 24.74% 각각 올랐다.
그외에도 오뚜기(4.92%) 풀무원(4.93%) 대상(6.73%) 등이 5%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