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조철민 기자] 너무 잘나도 문제인 것일까?
미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가 자국 산업에 피해를 끼친다고 하니 절로 드는 생각이다. 삼성 LG 세탁기가 미국 세탁기 생산업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것인데 그렇다면 대외 경쟁력을 낮춰야 한다는 소리인지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미국 현지시간 지난 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증가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산업이나 수입품과 직접 경쟁하는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원인이 된다고 전했다.
ITC는 오는 19일 공청회를 열고 다음 달 구제조치 방법과 수준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 방법으로는 관세 부과 및 인상,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일정 물량 이상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제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ITC는 1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과 보고한 뒤 내년 2월 초쯤 최종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 같은 ITC의 결정에 앞서 미국 세탁기 제조업체 월풀은 삼성 LG 세탁기가 불법적으로 넘쳐나 월풀의 세탁기 판매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ITC에 세이프가드를 청원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심사 결과,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미국 내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ITC는 삼성 LG 세탁기 중 ‘한국산’ 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세이프가드 초치를 하게 될 경우 배제할 것을 발표했다.
일부 LG 세탁기의 경우 국내에서 제조하고 있으나 삼성 LG 세탁기 대부분은 베트남 등 해외공장에서 제조한 뒤 수출하고 있어 ‘한국산’ 제품 배제 혜택은 실질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와 관련 업계에서도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참석 등을 통해 세이프가드 등의 조치를 최대한 막기 위해 노력했다.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ITC 공청회에 참석해 월풀이 제기한 청원요청은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측도 월풀의 피해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수입 세탁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투자와 일자리 증가를 위험하게 만들뿐 아니라 가격을 인상시키고 선택지를 줄이는 등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ITC는 미국 태양광 패널 업체 ‘수니바’와 ‘솔라월’이 한국과 중국, 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국내 산업에 피해를 불러왔다고 청원했다. 당시 미 연방 상하원 의원 69명은 일자리 수 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며 세이프가드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한 바 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트럼프 정부이기에 태양광 패널 산업과 삼성 LG 세탁기에 대한 구제조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다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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