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자료 불성실”…일정연기 요구하며 첫날 청문회 불참키로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인사청문정국이 이번주에 막이 오른다.
공수가 바뀌는 첫 인사청문 정국인데다 대선 연장전 격인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여야 간 공세 수위는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24일 현재 여야가 합의한 인사청문회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9명이다. 나머지 10개 부처 장관의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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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국회 직원들이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인사청문회는 25~26일 한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28일엔 이상민 행정안전부 후보자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29일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다.
이어 다음달 2일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까지 3명의 검증대가 마련된다.
내달 3일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내달 4일엔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 매체와 통화에서 “25일까지 대부분 청문회 일정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리 청문회의 기세를 시작으로 최대한 낙마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아빠 찬스’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윤 당선인의 검찰 최측근 인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최우선 낙마 대상’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정 후보자는 지명 초반부터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특혜 의혹과 아빠 찬스 논란, 아들의 병역 특례 의혹 등이 불거지며 민주당의 ‘데스노트’에 1순위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지명 자체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던 한 후보자의 경우는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한 후보자가 검사 임관 전 자신의 모친이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한 후보자가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야반도주”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국회를 원색비판한 것도 민주당의 반발에 강도를 더하고 있다.
이 두 후보자 외에도 후보자 여럿에 대한 도덕성 흠결과 자격 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인사 검증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마저 커지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이 캐나다 소재 회사의 설립자와 이사를 맡은 것과 관련해서 논란이 제기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를 강남 8학군에 진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딸이 장학금 수여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돼 민주당의 ‘주요 검증’ 대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공정과 상식을 강조했고, 제1기 내각 인사 기준에 대해 “능력과 인품을 겸비하고 국민을 잘 모실 수 있는 것이 인사 기준”이라고 밝혔지만 다수의 후보자가 의혹에 휩싸여 있는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170석이 넘는 민주당을 상대로 한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협조를 받으려면, 의혹이 집중된 일부 후보자들의 낙마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의 문은 한 총리 후보자가 연다. 그는 25~26일 이틀간 검증대에 설 예정이지만 당장 성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한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검증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지 않았다며 일정 연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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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총리 후보자 한덕수 인사청문특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오는 25일과 26일로 예정된 한덕수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자료제출을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 이해식 의원, 김의겸 의원.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소속 민주당·정의당 의원 8명은 2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청문회가 합당한 검증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한 후보자의 자료 제출과 인사청문 일정 재조정을 위한 협의에 나서 달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측에서 일정 연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청문회 불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감지된다. 여야 간에 청문회 시작 전부터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어 당초 무난한 청문회 통과가 예상됐으나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김앤장 고문을 지낸 이력 등 이해충돌 의혹과 고액 고문료, 부인의 그림 판매 등 신상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자칫하면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부터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일부터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돼있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수많은 의혹에 대해 하나같이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라며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충돌, 아빠·남편 찬스, 병역비리, 세금회피, 농지법위반, 위장전입 등 수많은 의혹을 확인할 방법은 결국 자료”라며 “하지만 국회의 적법한 자료 제출 요구를 후보자들은 개인정보, 사생활,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인사권자로서 후보자들의 ‘모르쇠 자료제출 거부’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다가오는 인사청문회에서 최선을 다해 철저한 국민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능력 중심의 내각 구성이 지연돼서는 안된다며 철저한 방어에 나설 태세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 후보자의 오랜 경륜과 경험은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사청문회가 과거와 같은 망신 주기나 근거 없는 흠집 내기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어 “무책임한 흑색선전이 아니라 자질과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서, 한 후보자가 행정 각부를 제대로 통괄할 수 있을지, 내우외환의 위기극복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며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며 “민주당 역시 과거의 구태를 버리고 그 길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성역 없는 검증을 펼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를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새 정부의 발목잡기를 위한 억지 정치공세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 마찬가지일 수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필두로 윤 당선인과 새로운 여당이 첫 번째 관문을 얼마만큼 유효하게 통과하며 순조롭게 국정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새로운 야당은 얼마만큼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바뀐 위치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그 첫 번째 검증대에 시선이 집중된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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