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헌 개정 통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낸다...공천 수순에 야권 맹비난

정치 / 류수근 기자 / 2020-11-02 22:59:21
‘당헌 개정을 통한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공천’ 전당원 투표 찬성 86.6%
'책임정치' 내세워 선거준비 속도…이낙연 "유권자 선택권 존중"
'무공천' 원칙 5년만에 폐기...野 “민주, 피해자에 3차 가해”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헌 개정을 통해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을 위한 길을 열었다. 반면 여당의 공천 수순에 야권은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간 ‘당헌 개정을 통한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공천’에 대한 전당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86.64%가 찬성했다고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2일 밝혔다.

이번 전당원 투표에는 권리당원 80만3959명 가운데 21만1804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율은 26.35%였다. 반면, 당헌 개정 및 재보선 공천에 대한 반대 투표는 13.36%였다.
 

▲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및 당헌 개정 여부를 결정하는 전당원투표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 대변인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재보선에 대한 당원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며 “86.64%라는 압도적인 찬성율은 재보궐선거에서 공천해야 한다는 전당원의 의지의 표출이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여 시민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에 더 부합한다는 지도부의 결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라고 밝혔다.

투표 결과와 관련,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부산 시민, 성추문 피해 여성에게 거듭 사과한 뒤 "유권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다.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있을 때 새누리당 고성군수 낙마에 따른 재선거 발생과 새누리당의 후보자 천거 문제를 비판하며 신설한 당헌 규정의 기본원칙은 훼손됐다.

현행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 민주당 '보궐선거 공천' 투표 결과. [그래픽= 연합뉴스]

당헌을 원칙대로 적용하게 되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의혹 등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내년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현행 당헌에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공천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당원 투표에 부쳤고 결국 찬성으로 결론 났다. 이로써 정치 혁신의 일환으로 5년 전에 도입됐던 ‘무공천’ 원칙은 폐기되게 됐다.

앞서 민주당 내에서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서울·부산에서의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지배적인 기류가 흘렀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공천 방침을 밝혔다.

이날 투표를 통해 당원들의 여론이 확인됨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원회, 다음날 중앙위원회를 거쳐 속전속결로 당헌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당헌개정이 완료되면, 빠른 시간 안에 공직후보자 검증위원회와 선거기획단의 구성 등 본격적인 선거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열고 성인지 교육을 강화해 성 비위·부정부패 문제 발생을 방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공천 명분으로 '책임정치'를 내세웠지만 무공천 원칙을 만든 뒤 사실상 실천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당헌을 바꿈으로써 책임정치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손바닥 뒤집기' 몰염치 공천 규탄 긴급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야권은 이날 민주당이 당헌을 뒤집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결정한 것에 대해 "성범죄 2차·3차 가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보궐선거 비용을 민주당이 부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정직성을 상실했다"며 "당헌·당규에 정해 놓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당원들 투표만 갖고 뒤집는 게 온당한가"라고 되물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보궐선거 비용 838억원을 민주당이 내야 한다. 아니면 가압류와 구상권 청구가 불가피하다"면서 시당 차원에서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의 후보공천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하고 있으며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최고위에서 "민주당이 머리만 파묻으면 자기가 안 보일 것으로 생각하는 머리 나쁜 타조처럼 당원 속에 숨었다"고 비유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여성의원 20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민주당의 모습은 무책임과 몰염치의 결정판"이라며 "공천은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임을 경고하고, 무공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족수 미달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행 당규상 '전당원 투표는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한다'는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해당 규정은 권리당원 청구로 이뤄지는 전당원 투표에 관한 것으로, 지난 주말 당 지도부 직권으로 실시한 투표와는 별개"라며 "이번 투표는 유효투표 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번 전당원 투표는 '당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투표'였다는 점에서 정족수 조건 자체를 충족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 부산 시장 선거는 집권당으로서, 또 종전 단체장이 소속된 공당으로서 불출마로 건너뛰기에는 너무 큰 선거다. 당헌에 얽매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대정당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당원 총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더라도 원칙 후퇴라는 지적과 정치 신뢰를 떨어뜨리는 선택이라는 비판은 피할 도리가 없어 보인다. 특히,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약속도 쉽게 저버리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원칙은 버렸더라도 실리와 명분을 얻기 위해 민주당이 어떻게 또 얼마나 진정으로 고민하고 반성하며 실천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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