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부동산' 파문 김태오 DGB금융 회장···연임 성공할까

금융·보험 / 이석호 / 2021-03-21 22:26:17
캄보디아 부동산 계약 선수금 1200만달러 떼일처지
DGB대구은행 노조, 김 회장 연임 반대투쟁 선언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사진=DGB금융지주]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셀프연임'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조직 안팎의 내홍에 휩싸였다. 대구은행의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사고와 관련해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DGB대구은행 노조가 김태오 회장의 연임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며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포했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는 오는 26일 대구시에 위치한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총 안건으로 김태오 회장의 재선임안이 상정된다. 지난해 연말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천위원회는 김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를 앞두고 노조에서 연임반대 투쟁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전국금융사무노조 대구은행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대구은행의 자존심과 직원들의 염원을 담아 투쟁에 나선다"며 김태오 회장의 연임저지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 16일 '김 회장에게 보내는 마지막 통첩'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연임 약속 불이행,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실패와 계약금 손실, 자율경영 침해 등에 대한 김 회장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지만, 김 회장이 노조가 정한 시간까지 답을 내놓지 않자 성명을 내놓은 것이다.


노조는 "연임을 선포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저버리고 '혼란을 주어서 유감스럽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우리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캄보디아 험지에서 직원들이 온 몸을 던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당시 은행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앞으로 조직과 직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역량을 보여줄 것을 바랐으나 대답은 엉뚱하게 현직 은행장이 하는 '유체이탈'식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
 

대구은행은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손실 사건으로 1200만달러(135억원)를 떼일 위기에 처해있다. 대구은행의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스페셜뱅크는 지난해 5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현지 에이전트와 중개인 계약을 체결하고 캄보디아 정부 소유의 건물 매입을 추진했지만, 중국계 기업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해당 건물 매입이 무산됐다. 그런데, DGB스페셜뱅크는 현지 부동산 에이전트에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1200만 달러(약 135억원)를 선지급한 상태였다. 

 

DGB스페셜뱅크 측은 건물 매입이 무산된 만큼 선급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에이전트 측이 다른 건물을 중개해 주겠다며 이를 거부했다.이에 대구은행은 수개월째 선급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대구은행 측은 현재 손실과 관련해 충당금을 적립한 상태다.


논란이 커지자 대구은행 측은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캄보디아에서 정부 건물을 매입하는 절차는 표준화돼 있지 않은데, 통상 소유권 이전 단계에서 정부가 매각 승인 문서를 발급하고 선금을 지급한다”며 “스페셜뱅크는 부동산 거래관행과 현지사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그 전에 선금을 지급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은행 내부에선 경영진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 초까지 대구은행장을 겸직했던 김태오 회장은 책임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회장은 2기 체재를 열면서 셀프연임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11월 27일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김 회장과 함께 임성훈 대구은행장,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이사를 최종 후보군(Short List)으로 선정했는데 이와 관련해 들러리 후보를 내세운 셀프연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임성훈 대구은행장의 경우 약 2개월 재직한 상태에서 지주회장을 맡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제기됐고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이사의 경우, DGB금융 내에서의 입지가 김 회장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앞서 연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노조의 항의가 있었다. 김 회장은 이같은 논란 속에 '2기 체제'를 맞게 됐다. 

 

취임 후 부진한 실적도 김 회장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난 2018년 5월 김 회장 취임 후 2019년 DGB금융은 실적부진을 겪었다. DGB금융그룹의 2019년 그룹 지배주주지분 순익은 32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감소했다. DGB금융은 지방금융지주사 실적 순위에서 2위를 JB금융에 내주며 3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에는 순이익이 3323억원으로 가까스로 전년대비 8.1% 증가했다. 비은행 계열사가 효자 역할을 해 하이투자증권, DGB캐피탈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31.4%, 30.8% 늘었다. 비은행의 이익 기여도는 43.8%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15.6%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에 대비해 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순항하고 있던 캄보디아에서의 사업이 대규모 손실위험에 처해지면서 그룹의 미래먹거리인 글로벌사업에도 당분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김태오 회장의 2기는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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