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작지만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A씨의 사업장에 작업 중 문제가 발생해 직원 B씨가 사망하는 중대 산업재해사고가 일어납니다. 당장 119 구급대에서 피해자를 이송해갔고 인근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출동해 현장을 조사하고 현장관리자, 직원들, A씨를 조사했습니다.
이후 고용노동부에서 A씨의 사업장을 방문하여 점검하였고 A씨는 고용노동부를 방문하여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했습니다.
A씨에게는 다행히도 그 사건은 사고 당시 현장관리자나 다른 직원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경찰에서는 A씨의 회사 직원들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의견으로 수사 종결하였고 고용노동부도 일부 안전시설 미비를 이유로 과태료 처분만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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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제공] |
A씨는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A씨는 검찰로부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는 통지와 법원에서 재판 출석을 요구하는 통지서를 받습니다.
그제서야 A씨는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상담을 받는데 상담의 첫 마디는 한국의 후진적인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에서 무혐의가 나왔고 그 이후 경찰 조사도 없었는데 기소되었다. 수사기관의 부당한 넘겨짚기 식의 기소다!”라는 것입니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 분들은 수사기관과 유관기관의 여러 조사를 받게 됩니다. 그 와중에 자신이 어떤 절차의 와중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위 사례에서 A씨가 부당한 조치를 받았거나 수사기관이 권한을 넘어 A씨를 기소하도록 한 것은 전혀 없습니다. 단지 A씨가 형사 절차를 잘 몰랐기에 발생한 오해일 뿐입니다.
앞서 A씨의 사례에서 A씨가 가지는 의문은 크게 ① ‘경찰에서 무혐의가 나왔는데 왜 기소되었는가?’와 ② ‘경찰에서 조사도 제대로 안 받고 왜 기소되었는가?’ 입니다. 설명의 편의상 ②번 의문부터 살피겠습니다.
A씨는 경찰에서 무혐의를 받은 이후에도 제대로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고용노동부는 A씨를 고용노동부에 출석하도록 하였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A씨를 조사하였습니다.
근로감독관은 명칭 상 왠지 단순한 행정 공무원일 듯 하지만 산업재해 사고에 있어서는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수사권이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이라는 명칭과 조사 이후 내려진 과태료 처분 때문에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단순한 행정상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 위한 절차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재사고가 발생한 이후 근로감독관에게서 조사를 받았다면 그것은 경찰 조사를 받은 셈입니다.
결국 A씨는 변호사로부터 “고용노동부에 방문하셔서 근로감독관 조사 받으시고 조사내용 조서로 작성되었고 조서에 서명 날인도 하셨죠? 그러면 제대로 경찰 조사를 받으신 겁니다”라는 안내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럼 A씨와 A씨의 회사는 전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하여 무혐의를 받았는데 왜 A씨는 기소된 것일까요. 이는 애초에 A씨에게 발생한 혐의가 2개였고 각 죄의 수사 주체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죄가 문제됩니다. 이때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은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 수사하게 됩니다.
위 사건의 경우 최초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경찰관이 출동하여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수사하였으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혐의점은 찾지 못하였기에 무혐의로 결론내리고 불송치한 것입니다.
반면, 근로감독관은 사업주 A씨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수행하였어야 할 안전보건조치를 미비하게 하여 이 사건 사망사고가 발생하였음에 주목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였고 검사가 이를 받아들여 기소한 것입니다.
산재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이라면 사업주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경찰과 고용노동부 두 방면에서 이루어짐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이기윤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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