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S 적용군, 수술 1년 후 청각수행력 점수 높아…추가 검증 '과제'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아 인공와우 수술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선천성 난청 환아에서도 청각 반응과 발달 가능성이 확인됐다.
수술 시기를 앞당기고 전극을 달팽이관 중심축에 가깝게 삽입한 뒤 수술 직후 기기를 활성화하는 접근법을 적용한 환아들은 그렇지 않은 환아보다 수술 1년 후 청각수행력 점수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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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윤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
28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최병윤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이 양측 청신경 무형성 환아를 대상으로 인공와우 수술과 재활을 결합한 ‘EMPES 접근법’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MRI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인공와우 수술 후 청각 발달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청신경은 귀에서 감지한 소리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선천적으로 청신경이 가늘거나 형성되지 않은 경우 청각 신호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MRI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는 상태는 ‘청신경 무형성’으로 분류된다. 기존에는 소리 신호를 전달받을 신경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공와우 수술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여겨졌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신호로 청신경을 자극하는 의료기기다. 다만, MRI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기능적인 신경 반응이 반드시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실제 수술을 통해 반응을 확인하고 경과를 관찰하는 접근이 시도돼 왔다.
그러나 수술 시기와 전극 삽입 방식, 기기 활성화 시점을 어떻게 조합할지에 대한 기준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적용한 EMPES 접근법은 청신경이 정상인 환아의 청각·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세 가지 방법을 결합한 것이다. 가능한 이른 시기에 수술하고, 전극을 청신경 섬유가 모여 있는 달팽이관 중심축에 최대한 가깝게 삽입하며,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인공와우를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2011년 1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양측 청신경 무형성 환아 46명, 86귀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수술 후 1년 이상 경과를 관찰한 36명을 대상으로 EMPES 접근법을 적용한 24명과 적용하지 않은 12명의 청각 능력 변화를 비교했다. 분석 대상 귀는 각각 48귀와 20귀였으며, 추적 관찰 기간은 최대 48개월이었다.
수술 중 전극으로 청신경을 자극했을 때 나타나는 전기적 반응인 ECAP를 측정한 결과, MRI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는 환아에서도 반응이 확인됐다. 특히 전극을 달팽이관 중심축에 가깝게 위치시킨 경우 전기 반응이 관찰된 지점이 더 많았다. 이는 영상검사에서 청신경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수술 중 전기적 반응을 확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수술 후 청각수행력에서도 두 집단 간 차이가 나타났다. 소리에 대한 반응과 말소리 이해 수준을 0~7점으로 평가하는 청각수행력(CAP) 점수는 수술 1년 후 EMPES 적용군에서 평균 2.79점으로 집계됐다. 적용하지 않은 집단의 평균 1.67점보다 유의하게 높은 수준이다.
말소리에 반응하지 못하는 환아의 비율도 적용군에서 낮았다. 수술 1년 후 CAP 점수가 2점 미만인 환아는 EMPES 미적용군에서 12명 중 6명이었지만, 적용군에서는 24명 중 1명이었다. 다만, 이는 해당 연구에 참여한 환아들을 비교한 결과로, 접근법의 효과를 다른 환아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장기 추적 관찰에서는 일부 환아의 언어 지각 능력도 확인됐다. EMPES 적용군 가운데 수술 후 48개월까지 관찰한 환아 6명은 입 모양을 보지 않고 소리만 듣는 검사에서 단어를 10~50% 정확하게 따라 말했다. 이 중 2명은 문장 단위 검사에서도 각각 60%, 93.33%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EMPES 접근법을 적용하더라도 청신경 무형성 환아의 언어 발달은 청신경 발달이 정상인 다른 난청 환아보다 전반적으로 느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추적 관찰에서 언어 지각 능력이 확인된 환아도 6명으로 제한적이어서, 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환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병윤 교수는 “청신경 무형성이 인공와우 수술의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질환이었다”며 “EMPES 접근법이 언어 발달에 중요한 시기의 청각 발달을 앞당길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와우 수술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달팽이관과 청신경을 거치지 않고 뇌간에 직접 전극을 삽입해 소리 신호를 전달하는 청성뇌간이식을 검토할 수 있다”며 “조기에 수술을 시행하고 경과를 확인하는 것이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귀와 청각 질환 분야 국제학술지 ‘Otology & Neurot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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