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24년 만에 144엔대…올들어 20% 상승
외인·기관 순매도에 코스피·코스닥 1%대 하락
거침없는 ‘킹달러’의 위세가 연일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가 가속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년5개월 만에 1380원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는 강달러 여파에 따른 외국인의 현·선물 대량 매도세 속에 2400원대가 허물어지며 19일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1% 넘게 빠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1일(고가 기준 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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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피는 전날보다 33.56포인트(1.39%) 내린 2376.46에 장을 마쳤다. [서울=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부터 6거래일째 장중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중국 위안화와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약세가 달러에 능력치를 더하는 데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었다는 지표까지 발표되면서 현재 원화 가치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환율은 이날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9분께 1380.3원으로 1380원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계속 올라 오후 한때 1388.4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부터 6거래일째 장중 연고점 경신 랠리를 이어갔다.
1390원선까지 위협하던 환율은 당국의 잇단 구두 개입성 발언으로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먼저 점심 무렵 외환당국이 시장 점검을 위해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 회의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급등세가 다소 진정됐다.
또 점심시간 직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렇게 환율이 오르고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은 경제와 금융시장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의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면 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장 마감 직전에는 한국은행이 “최근 원화 약세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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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13년 5개월 만에 1380원대를 뚫었다. [그래픽=연합뉴스] |
환율은 지난 6월 23일 1300원을 돌파한 뒤 지난달 23일까지 두 달 만에 40원이 올랐다. 이후에는 상승 속도를 더 높여 지난 한 주 사이 1350원과 1360원을 차례로 깬 데 이어, 이번 주 들어서도 지난 5일 1370원을 돌파한 지 이틀 만에 1380원대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원화와 연동하는 중국 위안화의 약세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자이언트 스텝’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크게 자극하며 연달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109선까지 소폭 내렸던 달러인덱스(달러지수)는 110.691선까지 치솟으며 강달러의 기세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2002년 6월 18일(111.280) 이후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의 수치가 클수록 ‘강달러’를 의미한다.
중국 위안화와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약세도 강달러 기세에 순풍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당 위안화는 6.9799위안으로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에 바짝 다가섰다. 앞서 이날 발표된 중국의 8월 수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7.1%로 5∼7월의 16∼18%대보다 10%포인트가량 내려 앉았고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3%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달러당 유로화는 1.0129유로까지 올라섰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에 맞닥뜨린 유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의 가치도 하락세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7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144.38엔까지 올랐다. 엔·달러 환율이 144엔대까지 오른 것은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오후 5시 시점에는 1달러에 143엔 92~93전으로 전날 같은 시간대에 비해 2.39엔이 상승했다. 올해 들어 엔·달러 환율은 20%나 상승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65.25원이다.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973.33원)에서 8.08원 내렸다.
전세계에 불고 있는 강달러 여파에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3.56포인트(1.39%) 내린 2376.46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 7월 19일(2370.97) 이후 최저치다.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2400을 밑돈 것은 올해 7월 22일(2393.14) 이후 처음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14.36포인트(0.60%) 낮은 2395.66에 문을 연 뒤 장중 2365.35까지 내렸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일부 줄였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미국 경제지표 예상치 상회 및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연준 빅스텝 우려 영향 등으로 하락 출발한 뒤 달러 강세가 심화되며 유로-원화 급락세 및 원화 약세가 보이는 등 외국인·기관 동반 매도세가 확대되며 2400포인트를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업종 전반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기계(-2.7%), 운수창고(-2.7%), 건설업(-2.1%), 증권(-2.0%) 등이 많이 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6872억원을 순매수하며 버텼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938억원, 2264억원을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달러가 급등세를 이어가자 외국인은 8일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장중 선물 순매도도 큰 폭으로 늘렸다. 코스피200지수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601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27포인트(1.45%) 내린 768.19에 이날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이 967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외국인이 510억원, 기관이 481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업종별로는 디지털컨텐츠(-3.2%), 방송서비스(-3.1%), 비금속(-2.8%) 등이 많이 내렸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미국 금리 급등에 따른 나스닥(-0.7%) 및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약세(-1.1%) 등 영향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 출회되며 하락 마감했다”고 분석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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