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성장성·수익성’ 글로벌 게임 중 최고 수준...IP 확장성도 무궁무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공모가 ‘거품’ 논란에 시달렸던 크래프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결국 몸값을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공모가를 부풀리기 위해 기업가치 평가에서 아전인수격 방식을 적용했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자 이를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세를 바짝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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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
지난 1일 크래프톤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지난달 16일 금융감독원에 냈던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다시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금감원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크래프톤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게임업계는 금융당국이 크래프톤의 공모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실제로 다시 제출된 정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1주당 희망 공모가 밴드를 기존 45만 8000원~55만 7000원에서 40만 원~49만 8000원으로 밴드 상하단에서 각각 12.7%, 8.9%씩 낮췄다.
크래프톤이 평가한 시가총액은 기존 35조 736억 원에서 29조 1662억 원으로 5조 9074억 원 가량 줄었다. 희망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도 23조 393억 원~28조 194억 원에서 19조 5592억 원~24조 3512억 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평가액 대비 할인율은 30.9%~14.0%로 기존 32.4%~17.8%보다 다소 낮아졌으며, 공모 후 발행주식수이 신주모집주식수에서만 기존보다 140만 6000주가 감소한 4889만 8070주로 변경됐다. 공모예정금액도 4조 6076억 원~5조 6036억 원에서 3조 4617억 원∼4조 3098억 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 출처=크래프톤 증권신고서 |
이번 정정신고에서 크래프톤 몸값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기존에 비교회사로 포함됐던 월트 디즈니가 빠진 탓이 크다.
크래프톤은 기존에 공모가 산정 시 기준이 되는 비교회사로 넷이즈, 액티비전 블리자드, EA, 테이크 투 인터렉티브(이상 해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이상 국내) 등 게임업계 외에도 월트 디즈니, 워너 뮤직 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을 포함시켜 뭇매를 맞았다.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해 영화,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콘텐츠 사업 모델을 무리하게 끌어와 고평가를 유인했다며 오히려 빈축을 사게 됐다. 당시 공모가 산정에 적용된 월트 디즈니의 PER은 88.8배였다.
이번 정정신고에서는 월트 디즈니와 워너 뮤직 그룹을 비롯해 해외 게임사와 넥슨을 비교회사에서 제외시키고, 엔씨소프트·넷마블·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사 4곳만 선정했다. 이에 PER은 기존 45.2배에서 43.8배로 다소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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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래프톤 제공 |
또한 기존에 평가 시총 산출 시 올해 1분기 실적에 4를 곱해 연환산 지배주주순이익을 추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지난해 실적까지 포함시켜 평균을 구하는 방식을 적용해 고실적만을 반영시켰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올해 1분기 영업수익 가운데 96.7%가 ‘배틀그라운드’에서 발생하고 있어 ‘원 게임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발적으로 밝히고, 사기혐의로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다 얼마 전 출소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가 지난 2016년 4~5월께 장외시장에서 50명 이상에게 크래프톤 주식을 매도했지만 회사가 매출 거래 관련 서류 제출을 하지 않아 공시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번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각종 우려와 논란에도 크래프톤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크래프톤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610억 원, 2272억 원으로 50% 가까운 영업이익율을 달성했다.
또 크래프톤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이용량 1위 모바일 게임으로 글로벌 총 매출 순위에서도 1위에 올라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크래프톤의 강점은 ‘배틀그라운드’ IP의 글로벌 성공 경험”이라며 “단일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나 ‘배틀그라운드’ 자체의 성장 잠재력이 아직 살아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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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크래프톤 제공] |
특히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는 지난달 미국에서 진행된 알파테스트 완료 직후 글로벌 사전예약자가 17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지난 2일 서비스 중단 9개월 만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재출시했다. 크래프톤은 출시 전날까지 총 4000만 명 이상이 사전예약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올해 4분기로 예정된 ‘엘리온’의 북미 및 유럽 시장 출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크래프톤은 이번 정정신고서 제출로 공모 일정이 당초보다 일주일 정도 지연돼 오는 14∼27일까지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일반 청약은 내달 2일과 3일 양일간 이뤄질 계획이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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