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6번째 북한 독자제재…역대 대상은 총 개인 124명·기관 105곳
안보리 무기력에 우방국들과 보조 맞춰 제재…추가 제재도 검토
정부가 북한의 잇단 도발에 5년 만의 대북 독자재재 카드를 꺼냈다.
정부는 14일 “최근 북한이 우리를 대상으로 전술핵 사용을 상정하며 전례 없는 빈도로 일련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기여한 북한 개인 15명과 기관 16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 조치에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 12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등에 대응해 북한 금융기관 및 선박회사 등 20개 단체와 북한 인사 12명을 제재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추가 지정으로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 대상은 개인 124명, 기관 105곳으로 늘었다. 정부는 그간 5차례에 걸쳐 개인 109명, 기관 89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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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제재 추가 지정 대상. [외교부 제공] |
정부 공동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는 개인 15명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인 제2자연과학원과 연봉무역총회사 소속으로, 이들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과 관련 물자의 대북 반입 등에 관여했다.
개인 제재 대상 15명을 보면, 제2자연과학원 선양대표 강철학과 부대표 김성훈, 제2자연과학원 다롄 부대표 변광철, 제2자연과학원 산하기관 구성원 정영남, 연봉무역총회사 단둥대표부의 정만복, 연봉무역총회사 소속의 리덕진·김만춘·김성·양대철·김병찬·김경학·한권우·김호규·박동석·박광훈 등이다.
제재 대상 기관을 보면, 대량살상무기(WMD 연구개발과 물자 조달에 관여한 6곳(로케트공업부, 합장강무역회사, 조선승리산무역회사, 운천무역회사, 로은산무역회사, 고려항공무역회사),
북한 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1곳(젠코 GENCO·대외건설지도국 산하 건설회사), 선박・광물・원유 등의 밀수에 관여한 3곳(국가해사감독국, 육해운성, 원유공업국)이 지정됐다.
또, 선박 운영 등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조치를 회피하는데 관여한 5곳(화성선박회사, 구룡선박회사, 금은산선박회사, 해양산업무역, CK 인터내셔널)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정부는 “이번 조치는 외국환거래법에 근거한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허가지침’ 및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제재대상자로 지정되면 금융위원회 및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 없이는 외환거래나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면 관련법에 따라 외환거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 금융거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금융거래 제한조치 효력은 즉각 발생했고, 외환거래 제한조치는 오는 17일 관보 고시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외의 다양한 대북제재 및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금지한 2010년 5·24조치 등으로 이미 남북 간의 거래는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정부의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성격이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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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9개월 만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공개 보도한 13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2발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국제사회의 대응은 무기력하기 그지 없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이번 독자제재는 안보리의 대응이 무기력해지자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아울러, 이미 독자제재에 나선 미국 등 우방국과 보조를 맞추고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더 강한 제재로 맞설 것임을 경고하는 의미도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북한 도발이 이어지면서 여러 차례 안보리 회의가 소집되긴 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에 막혀 결과물 도출에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는 안보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등 우방국들과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한 외교적 압박 카드로 그간 독자제재를 적극 검토해 왔다.
정부는 앞으로 북한이 추가로 중대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 사이버, 수출통제, 해운 등 분야별로 취할 추가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은 7차례, 호주는 2차례, 일본은 1차례에 걸쳐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 대상을 추가 지정했다. 이날 우리 정부가 지정한 개인 15명과 기관 16명은 미국 측에서도 2016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 해당 기관 및 개인과의 불법자금 거래를 차단하고 이들 대상과의 거래 위험성을 국내 및 국제사회에 환기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 지정은 그간 대북 독자제재 대상 지정을 추진해 온 미・일・호주 등 우방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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