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운 아프간인 378명 '기적처럼' 입국...장기체류 자격 부여 예정

국제 / 류수근 기자 / 2021-08-26 18:59:39
한국군 수송기편으로 인천공항 도착...391명 중 나머지 13명도 조만간 입국 전망
공항서 PCR검사 결과 음성이면 진천 인재개발원 이동...2주간 격리생활 후 정착교육
김총리 "현지에서 철저히 신원 확인...방역과 보안 더욱 빈틈없이 관리하겠다"

한국에 협력해온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과 그 가족들이 ‘미라클’이라는 작전명처럼 탈레반을 피해 긴 여정을 끝내고 마침내 기적처럼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들을 태운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은 26일 새벽 4시53분(한국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출발해 약 11시간을 비행한 끝에 이날 오후 4시24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시시각각 긴박하게 돌아가는 아프간 현지 상황 속에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던 힘든 작전이었지만, 우리 정부의 주도면밀한 합동작전 속에 극적으로 카불 탈출에 성공했고, 드디어 이날 대한민국에 도착했다.
 

▲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탄 우리 공군의 KC-330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26일 오후 인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이날 입국한 아프간인들은 전체 입국 대상인 391명 중 378명이다.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남아있는 13명은 다른 한국군 수송기를 타고 조만간 입국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이들 아프간인들에게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F-2)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번에 입국한 아프간인들은 모두, 수년간 주아프간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병원, 한국직업훈련원, 한국 기지에서 함께 근무했거나, 우리 정부의 아프간 재건사업에 협조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이다. 이들 상당수는 의사와 간호사, 정보기술(IT) 전문가, 통역, 강사 등으로 일한 전문인력이다.

▲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인천공항 도착 후 코로나19 PCR 검사를 마친 뒤 입국장으로 나오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SNS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직원들과 가족들 378명이 조금 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며 ”결코 쉽지 않았던 목숨을 건 긴박한 여정이었다”고 극적인 도착 소식을 전했다.

이어 “오늘 입국한 분들은 길게는 7-8년 이상 우리 대사관과 코이카, 한국병원 등에서 함께 일해온 동료들이고 그의 가족들”이라며 “이 중 절반 가량이 10세 이하의 어린아이들로 도움이 절실한 약자들”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들의 이송작전 배경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일했다는 이유로 생명을 위협받는 동료의 구조요청을 외면할 수는 없없다. 위험에 처한 동료를 돕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가치 있는 일”이라며 “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선진국으로서의 위상,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감안해 이분들의 국내 이송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임시체류를 수용해 주신 진천군민들에게 특별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작년 초, 우한 교민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것에 이어 이번에도 정부가 큰 신세를 지게 되었다”고 감사를 표현했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진천군민들이나 국민께서 불안해하실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처음 채용 과정에서 이미 신원 조회를 거쳤지만, 우방국과 함께 현지에서 다시 철저히 신원을 확인했다. 방역과 보안을 더욱 빈틈없이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들을 받아들이면서 총 3차례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실시하는등 코로나19 방역도 철저히 행한다. 도착 직후 공항에서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실시하고 입국 후에도 확실한 방역을 위해 격리기간 중에 두 차례 더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 국내 이송 아프간 협력자 입국 절차 및 수용시설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이들은 공항 내 별도 장소에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방역 절차를 거친 뒤 공항 근처 임시시설에서 대기하다 음성이 확인되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이들은 인재개발원에서 14일간 격리 생활을 하면서 정착 교육을 받게 되고 6∼8주 뒤 정부가 마련한 다른 시설로 옮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들이 임시로 생활할 공무원인재개발원에 의료진(의사 4명, 간호사 6명)도 상주하고, 외국인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법무부 직원 40명도 파견한다.

정부는 이들에게 F-2 장기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

법무부는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인천공항에 내린 후 단기방문(C-3) 도착비자 발급 뒤 곧이어 장기체류가 허용되는 체류자격(F-1)을 부여했다. 인재개발원에서 임시생활 단계를 마치면 취업이 자유로운 거주(F-2) 비자가 발급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날 아프간 특별입국자 브리핑에서 ”정부는 수차례의 토론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특별입국을 수용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며 “이들에게 단계별로 국내체류 지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가 있거나, 공익 증진에 이바지한 외국인’에게 이 체류자격(F-2)을 줄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있고, 오늘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간다”고 부연했다.

앞서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임박해진 8월 초부터 민간항공기를 이용해 한국을 도운 아프간인들의 국내 이송을 준비했다. 하지만 탈레반의 카불 조기 입성으로 아프간 내 상황이 급박해면서 지난 23일 한국군 수송기 3대를 현지에 보내 이송작전을 펼쳤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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