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7만 원 되면 사줘”…AI가 주식 주문하는 시대

금융 / 박선영 기자 / 2026-08-18 18:04:14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생성형 AI로 투자전략 코딩해 API 연결…개인도 자동매매 문턱 낮아져
KB까지 개인 거래망 개방…키움·한투·토스 가세하며 서비스 경쟁 확대
AI·API 결합해 자동주문 확대…오주문 방지·계좌 보안도 중요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투자전략을 설계하고 이를 증권사 시스템과 연결해 자동매매에 활용할 수 있는 개인투자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과거 프로그램 개발에 익숙한 일부 투자자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주요 증권사들이 개인 고객에게 잇달아 개방하면서다. 생성형 AI가 코딩 문턱까지 낮추면서 증권사 간 경쟁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넘어 투자자가 직접 만드는 맞춤형 거래 시스템으로 넓어지고 있다.


예컨대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가가 7만 원 아래로 내려오면 매수해줘”라는 조건을 생성형 AI로 코드화한 뒤 증권사 API와 연결하면, 설정한 조건에 따라 주문이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다. AI가 스스로 종목을 골라 계좌를 운용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과거 직접 코드를 짜야 했던 자동매매의 기술적 장벽을 생성형 AI가 낮추고 있는 셈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달 20일부터 기존 법인 고객 중심으로 제공하던 오픈 API 서비스를 개인 고객까지 확대했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가 공개한 API를 이용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투자전략 수립과 매매 분석, 주문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KB증권은 서비스 이용 문턱을 낮추기 위해 오픈 API 이용 방법을 소개하는 유튜브 튜토리얼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MTS 밖으로 나온 주식거래…‘나만의 투자 프로그램’ 만든다


오픈 API는 증권사가 보유한 시세 조회와 계좌정보, 주식 주문 등의 기능을 외부 프로그램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통로다.

기존에는 투자자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MTS에서 증권사가 제공하는 화면과 기능을 이용해 거래했다면 오픈 API를 활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매매 조건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다. 특정 종목이 일정 가격에 도달하거나 거래량 등 사전에 설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주문이 실행되도록 만드는 식이다.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오픈 API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KB증권뿐만이 아니다.

키움증권은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REST 방식의 API를 신청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주식뿐 아니라 미국주식의 시세와 계좌·종목정보, 주문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도 개인 고객이 자신의 투자전략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를 구현할 수 있도록 오픈 API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해외주식과 국내·해외 선물옵션, 장내채권 등을 지원하며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투자자가 설정한 조건에 따라 매수·매도 주문을 실행할 수 있다.

토스증권도 오픈 API 경쟁에 가세했다. 국내외 주식을 하나의 API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실시간 시세와 계좌 조회, 주문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문을 실행하는 조건주문 기능도 지원한다.

증권사마다 지원 상품과 주문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MTS·HTS 안에 머물렀던 개인 주식거래 기능을 외부 프로그램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 생성형 AI 만나 낮아진 코딩 문턱


오픈 API 자체는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다. 과거에도 코딩이 가능한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자동매매 등에 활용돼왔다. 최근 달라진 것은 생성형 AI의 확산이다.

프로그래밍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도 생성형 AI에 원하는 투자 조건을 설명해 코드를 작성하거나 기존 코드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증권사들도 개발자 문서와 샘플코드 등을 제공하며 개인투자자의 API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ChatGPT·Claude 등 생성형 AI 환경과 연동해 투자·자동매매 기능을 구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샘플코드를 제공하고 있다. 오픈 API 활용 방법과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AI 기반 도구도 운영한다.

생성형 AI와 오픈 API의 역할은 구분된다. 생성형 AI가 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계좌를 직접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정한 전략을 코드로 만드는 과정을 AI가 돕고, 해당 프로그램이 증권사 API를 통해 시장 데이터와 계좌·주문 기능에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시장 데이터를 프로그램으로 분석하고 사전에 설정한 조건에 따라 종목을 찾은 뒤 매매 주문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경쟁 범위가 달라지고 있다. 모든 투자 기능을 자체 앱 안에서 만들어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직접 구축하고 이를 증권사의 계좌·주문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다.

◊ AI가 만든 코드 실제 주문으로…오류·보안 관리 중요


개인이 만든 프로그램이 실제 증권계좌와 연결되면서 주문 안정성과 보안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성형 AI가 만든 코드에 오류가 있거나 투자자가 매매 조건을 잘못 설정하면 의도하지 않은 주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자동매매 프로그램은 사람이 주문할 때마다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과 달리 사전에 입력한 조건에 따라 반복적으로 거래할 수 있어 잘못된 코드나 조건이 작동할 경우 주문이 연속으로 실행될 가능성도 있다.

생성형 AI가 작성한 코드 역시 정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코드가 정상적으로 실행되더라도 투자자가 의도한 매매 조건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데이터 오류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API 인증정보 관리도 중요하다. 외부 프로그램이 계좌정보를 조회하고 주문 기능에 접근하는 구조인 만큼 API 키나 접근토큰 등 인증정보가 노출될 경우 계좌 보안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KIS Trading MCP(Model Context Protocol)’의 보안 업데이트를 실시하면서 입력값 검증과 접근통제·인증 절차를 강화했다. 구버전을 계속 이용할 경우 비인가 접근 등 보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신 버전 사용을 안내했다.

개인·일반법인 고객의 API 이용에는 애플리케이션 인증을 기반으로 접근토큰을 발급하고 토큰 발급 시 등록된 휴대전화로 알림을 보내는 방식 등도 적용하고 있다.

오픈 API 경쟁에서 증권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단순히 지원 기능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 이유다. 자동주문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인증과 접근통제뿐 아니라 주문 횟수·수량 관리, 비정상 주문 탐지 등 거래 과정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 ‘앱 잘 만드는 증권사’ 넘어 ‘연결 잘되는 증권사’ 경쟁


오픈 API 확대는 증권사들의 디지털 경쟁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를 둘러싼 증권사 경쟁은 MTS의 사용 편의성과 투자정보, 수수료, 해외주식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오픈 API에서는 투자자가 직접 만든 프로그램이나 외부 서비스를 얼마나 편리하게 증권사 거래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추가된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기술적 문턱이 낮아지면서 오픈 API를 활용할 수 있는 투자자의 범위도 기존 개발 경험이 있는 투자자보다 넓어질 여지가 생겼다. KB증권이 개인 대상 서비스를 개방하고 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토스증권 등이 관련 기능을 제공하면서 개인투자자를 둘러싼 API 서비스 경쟁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현재 주요 증권사가 개인 API 가입자와 주문액·거래량을 동일한 기준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아 오픈 API가 전체 개인 주식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서비스 제공 범위 확대가 실제 개인투자자의 거래 방식 변화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는 향후 이용 규모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개인 오픈 API 경쟁의 다음 단계는 제공 기능을 늘리는 것을 넘어 실제 거래 과정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로 프로그램 개발 문턱이 낮아진 만큼 인증정보 관리와 접근통제, 비정상 주문 차단 등 안전장치 역시 API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